[Preview] 그럼에도 우리는 재생할 수 있다 [공연]

재생불량이 재생불가능은 아니다.
글 입력 2018.12.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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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불량소년_서브포스터_2.jpg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을 선택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제목 때문이었다.
 

처음 뮤지컬 제목을 보았을때 만약 극의 제목을 '재생 불가능한 아저씨'로 바꾸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뭔진 몰라도 참 답답한 느낌을 준다. 그런 우스운 생각을 하고나니 나는 '재생불량소년'이란 이름이 참 맘에든다. 그냥 봐서는 부정적이고 암울한 느낌을 주지만 6자밖에 되지않는 이 뮤지컬 제목은 변화의 가능성 즉 희망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재생(再生)


1. 죽게되었다가 다시 살아남.

2. 타락하거나 희망이 없어졌던 사람이

다시 올바른 길을 찾아 살아감.

3.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쓰게 함.


재생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생'은 공통적으로 부정적인 상태에서 긍정적인 상태로의 회귀를 뜻한다. 무척이나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단어가 아닐 수 없다. 무언가 결핍되어 있단 것이 채워지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재생'이란 단어가 희망적이고 긍정적일 수 있는 이유는 처음 상태에서 무언가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결핍'이라는 것은 '재생'과 반대로 가기보다는 '재생'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처럼 느껴진다.


불량(不良)


1. 행실이나 성품이 나쁨

2. 성적이 나쁨

3. 물건 따위의 품질이나 상태가 나쁨


반대로 '불량'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말, 모두가 듣고싶어 하지 않는 말들로 점철되어있다.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범주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을때 우리는 흔히 '불량'이라는 단어를 쓴다. '불량학생' '불량식품' '소화불량'처럼 말이다. 하지만 공연포스터에 나온 것처럼 '불량'이지 '불가능'이 아니다. 불가능이란 말이 조금의 '변화' 가능성도 내포하지 않는 단어라면 '불량'이라는 단어는 일말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전에 '불량하다는 것을 과연 규정지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필요해보인다. 우리는 흔히 '다수와 다른 것'과 '불량한 것'을 잘 구분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70대 재벌 총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과 젊음을 바꾸겠냐 하면 솔직히 저부터 젊음과 바꿉니다. 그만큼 젊음은 소중한 가치가 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엄청난 힘이 있어요'



과거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김홍신 작가의 말처럼 흔히 '젊음' 특히 '청소년'은 완전하진 않지만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시기이다. 물론 요즘 이런식의 말은 꼰대같다며 폄하되곤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정도는 맞는말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는 분명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건강한 육체와 열정이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년'이라는 단어는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결과는 좋을수도 좋지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반석은 절친 승민의 기억 때문에 링에 오르지 못하는 천재 복서다. 사회에선 문제아로, 복싱계에선 게으른 천재로 점점 내리막을 걷던 도중 반석은 재생불량성 빈혈이란 희귀병을 판정받고 무균실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백혈병 재발로 무균실에 오랫동안 있던 성균을 만나게 된다.

성균은 특유의 친화력과 긍정으로 반석에게 접근하지만 반석은 차갑게 성균을 밀어낼 뿐인데...



이처럼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은 말 그대로 '재생불량한 소년'이 변화를 하게되는 과정을 담고있다. 주인공 반석은 두 가지 이유에서 불량하다.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에선 문제아로, 복싱계에선 게으른 천재인 '반석'은 우리가 흔히 '불량소년'이라고 규정짓는 사람 중 하나이다. 또한 반석은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혈액내 적혈구 수의 감소로 빈혈이 발생하고 출혈이 발생할 경우 쉽게 멈추지 않는 아주 희귀한 병이다. 그리고 피를 많이 흘릴 수 밖에 없는 '복싱선수'인 반석에게 '재생불량성 빈혈은 그의 신체 뿐만아니라 그의 삶에있어서 무척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반석은 '재생불량'이 아닌 '재생불가능'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결핍으로 가득찬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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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극의 제목이 '재생불량소년'인 것은 반석의 상황이 재생이 불가능하지 않고 조금의 희망도 없는 완전한 절망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그 변화의 계기는 반석과 같은 질환을 갖고있는 '성균'으로부터 시작될 것같다. 물론 반석이 재생하게 될지는 뮤지컬을 보고나서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병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포기하게 되는 사람'을 필두로 한 작품들은 많다. '팔부상으로 인해 야구를 그만두게 된 전직 야구선수', '다리부상으로 인해 축구를 포기하게 된 전직 축구선수' 와 같은 설정들은 억지 감동을 유발하는 너무 진부한 클리셰들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설정을 진부하게 느끼는 이유는 대부분 절망적인 상황을 기적적으로 이겨내고 다시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는 현실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결말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빈혈을 앓고 선수생활을 포기한 반석'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재생불량소년'도 이런 범주안에 포함되는 작품일 수 있을 것이다.



[크기변환]강승구대표(왼).jpg
강승구 아웃스포큰 대표(왼)와
극중 반석의 역할을 맡은 구준모 배우(오)
(출처-NEWS1)



하지만 그럼에도 뮤지컬 '재생불량소년'들이 그런 진부함과 클리셰들로 가득찬 작품과 다르게 특별할 것만 같은 이유는 '재생불량소년'의 제작자인 강승구 대표 역시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힘든 결말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강승구 대표는 스무살 무렵 재생불량빈혈 판정을 받고 주인공 반석처럼 무균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기적적으로 완치되었다. 이렇게 보면 주인공 '반석의 이야기'는 '그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극중인물들의 이야기는 극적 상상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그가 실제로 느꼈던 감정들과 사건들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에는 분명 강승구 대표만이 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따라서 강승구 대표가 반석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이야기로 나를 포함한 다양한 결핍을 가지고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자 할 것인지는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이 기다려지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재생불량소년_메인포스터.jpg

 

재생불량소년
-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


일자 : 2018.12.23(일) ~ 2019.01.20(일)

시간
평일 20시
토 15시/19시
일, 공휴일 14시/18시
(월, 1/1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주최/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웃스포큰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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