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 페퍼톤스 2018 연말공연 리뷰 LONG WAY : TO HOME

LONG LONG WAY TO HOME
글 입력 2018.12.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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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말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나는가. 다이어리를 사기도 하고, 다이어리를 얻기 위해 취향이 아닌 시즌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연말 정산을 기다리기도 한다. 쓰다가 생각났는데, 연말 소득공제를 신청해둔 건수가 17건이나 있으니까 얼른 홈택스에 나를 등록하라는 국세청의 문자도 왔다. 국세청에게 내 전화번호가 있다는 것이 문득 무서웠다.

다시 연말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면, 내게 한 해의 정리는 연말공연이다. 그러니 나는 12월을 위해 9월부터 돈을 모으는 스타일. 작년 연말에는 한국에 없었지만, 재작년 연말에는 페퍼톤스와 옥상달빛을 보았고, 그 전 해에는 페퍼톤스와 소란을 보았다. 올해에는 페퍼톤스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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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오늘 지난 9일에 있었던 페퍼톤스 연말 공연을 리뷰할 것이다. 이 리뷰는 차분한 말투로 잔뜩 흥분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왜냐면 공연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최대한 사심을 죽이고 중립적인 에디터의 입장에서 쓰고자 노력했으나 노력이 나를 배신하는 것은 자주 있었던 일이다. 각설하고 출발!





지난 12월 7일부터 9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페퍼톤스의 단독콘서트 ‘LONG WAY : TO HOME’이 열렸다. 이는 6집 앨범 발매 공연 ‘LONG WAY’부터, 클럽투어 ‘LONG WAY’에 이어 연말 단독콘서트 ‘LONG WAY : TO HOME’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다. 긴 여행을 떠나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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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집 앨범 티저 마지막 (겨울이 되었습니다 페퍼톤스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이 흐름은 입장 전 사운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조금 흐릿한 기억이지만, 6집 발매공연에서는 시작 전에 공항 소리가 들렸었다. 공항 특유의 울림과 외국어,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방송, 곧 떠날 비행기를 빨리 타라는 안내방송 같은.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는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가 파도 소리와 함께 들렸다. 나는 바닷가에 쌓인 눈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광경을 상상했다. 티저의 마지막에도 바닷가에 서 있었던 두 사람이니, 충분히 눈쌓인 바닷가를 걷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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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투 홈- 그대로, 무대 뒤는 오각형의 집 모양이었다. 페퍼톤스 두 멤버가 서있었던 그 자리도 오각형으로 파여 있었다. 아티스트가 언급했듯 널빤지만 있는 것이 다소 헛간 같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따뜻하고 아늑한 나무 느낌이 나는 무대였다.

그렇게 파도와 발자국 소리가 끝나고 멤버들이 뒤에서부터 등장했다. 오랜 기간동안 페퍼톤스와 합을 맞춰온 밴드 멤버들과 함께 페퍼톤스가 관객석 뒤 양쪽 통로로 들어왔다. 운이 좋은 팬들은 손을 뻗어 짧게 손바닥을 마주쳤다.





첫 곡은 ‘긴 여행의 끝’. 페퍼톤스 6집 ‘long way’의 타이틀곡이다. 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이 멋쩍게 인사하는 곡이고, 불멸의 히트곡 ‘행운을 빌어요’와 이어진다. 그렇게 페퍼톤스는 긴 여행이 끝났음을, 이제 집에 돌아왔음을 노래한다. ‘기나긴 날, 그 캄캄한 밤 난 우습게도 널 떠올렸어’ 가사처럼, 내겐 삶의 힘든 순간마다 떠오르던 그들의 노래가 있었다. 순간들을 스치듯 떠올리며 긴 여행이 끝났음을- 그렇게 1년도 끝나감을 실감했다.

페퍼톤스는 키보디스트 양태경의 청아한 연주로 시작하는 ‘러브앤피스’를 지나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차분한 ‘c a m e r a’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 공연에서 제일 인상 깊은 편곡 중 하나인 스트링 버전의 ‘검은 우주’가 연주됐다.

원곡도 장장 6분에 달하는 이 곡은 이장원의 우주에 대한 깊은 관심이 드러나 있다. 스트링의 웅장한 시작에 이어 베이스를 내려놓은 이장원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몸을 꼿꼿이 세워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 곡의 라이브는 음원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 ‘엇갈린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닿을 수 있을까 단 한 번 너에게 이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면’ 가사처럼 우주의 끝이 닿을 때까지, 그러니 영원토록 달려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잔뜩 섞인 호흡이 장난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절실한 감정이 담겨있어서 피식 웃다가 이내 완벽히 몰입하게 된다.
 
공연의 악기 구성은 아늑한 분위기와는 달리 무척 화려했다. 작은 공연장이었지만 관객의 빽빽함만큼 무대도 빽빽했다. 온더스트링 연주자들이 현악을 맡았고, 퍼커션-마림바(안평강)와 트럼펫(박준규, q the trumpet)이 더욱 풍부한 구성을 책임졌다. 물론 항상 함께하는 드럼(신승규), 기타(재인), 건반(양태경)도 함께였다. 이제 페퍼톤스의 음악은 이들이 없으면 어딘가 허전하다. 바뀐 세션은 꼭 티가 난다. 이들이 페퍼톤스와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좋겠다.

항상 함께하던 멤버들의 합도 좋았지만 단독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세션들의 무대가 정말 소중했다. 앞서 말한 ‘검은 우주’의 현악 편곡을 포함해서 마림바와 트럼펫 솔로가 정말 훌륭했다. ‘c a m e r a’는 후반부 트럼펫의 나른한 스캣이 없었다면 아련한 공간감이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고, ‘knock’의 후주에서 달려가는 마림바의 솔로는 곡에 화려한 색채를 더했다. 풀밴드로 구성된 단독 공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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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는 지금까지도 흔히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로 설명된다. 대개는 1-2집의 페퍼토닉함, 예를 들어 ‘Superfantastic’이나 ‘New Hippie Generation’에서 느낄 수 있는 밝은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이번 공연에서는 훌쩍이는 관객이 많았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나의 눈물 포인트는 ‘여름날’과 ‘Thank You’, ‘계절의 끝에서’였다. 마지막 공연에서 페퍼톤스는 이 곡에 우는 분들이 많다며, 눈물 아끼자고 격려까지 하며 관객들의 울음을 방지했지만 결국 울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왜 울었는가에 대한 변명을 하려 한다.


너의 꿈은 아직도 어른이 되는 걸까


여름날’은 유희열의 소품집에 신재평의 목소리로 담긴 곡이다. 여름날 반짝거리던 우리들을 생각하는,이 노래에서 나는 ‘너의 꿈은 아직도 어른이 되는 걸까’를 따라부르며 울어버렸다. 한시 바삐 어른이 되길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 어른이 되는 건 너무 어렵다고 느끼던 나날들이었다. 눈부시게 반짝거리던 여름날이 내게도 있었을까- 앞으로는 있을까- 생각했다. 뚝뚝 눈물을 흘렸다.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에 대한 동정심이 다소 과한 것은 아니었나 싶긴 하다.


흔들리고 물들지 않기를
언제나 너의 그 말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바로 이어진 곡이 'Thank You'였다. 이 곡은 처음부터 울음 포인트다. 너무나 흔들리며 살고 있었던 나는, 심지어 공연날에도 미래를 바라보며 5번쯤 계획을 바꿨던 나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후였다. 그러니 저 가사를 따라부르며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긍정왕 페퍼톤스답게 마지막 마무리는 역시나 희망적이었다. 


‘노래할 수 있기를, 끝을 알 수 없기를, 
다시 한 번 쓰러져도 손을 뻗어주기를
 소중했던 너와 나 긴 시간이 흘러도 
봄날의 무지개처럼 기억될 수 있기를’


적어도 눈물을 훔치며 노래를 따라 뻥끗대는 이 순간과 이 노래는 훗날 내게 손을 뻗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봄날의 무지개가 되길. 나의 미래도 언젠가 그렇게 기억되길 바랐다. 흔들리는 청춘에게 이 곡은 눈물버튼이다.





‘돌아보면 다시 그곳 다시 빈손이지만
어렴풋이 즐거웠다면 그걸로 된거야’

‘계절의 끝에서’는 1년을 마무리하며 울기 딱 좋다(?). 또다시 빠르게 흘러가버린 1년을 되돌아보며 후회가 엄습해오면 어김없이 읊조리는 말이기도 하다. 어렴풋이 즐거웠다. 그러니 되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울었다. 눈물이었지만 즐거운 마무리였고 감동의 순간이었다.

공연을 보며 눈물콧물 다 뺀 다른 이들의 사정을 알지 못하지만 그들 또한 페퍼톤스의 노래 속에서, 아프고 힘들었던 1년의 순간들이 스쳐지나갔으리라 생각한다. 각자 다른 이유로 눈물을 흘렸지만, 또 한 편으로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아니었을까.





멘트는, 솔직히 말해서, 대부분 아무말 대잔치였다. 이는 페퍼톤스 공연의 특징이긴 하지만, 이번 공연은 유독 그랬다. 이게 다 ‘투 홈’, 컨셉이 집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1999년 3월 2일, 밀레니얼 버그를 걱정하면서 만났다던 20년 우정사를 이야기할 때도, 타 가수의 콘서트 좌석 맨 뒤에서 동동 떠올랐던 흰 얼굴을 이야기할 때도, 이야기가 끝나고 본인들은 조금 부끄러워했지만 팬들은 개의치않았다. 모르고 온 공연도 아니었으니까. (모르고 온 사람들은 분명 조금 당황했을 것이다. 이렇게 공연을 한다고?)

하지만 페퍼톤스는 공연 마지막에 항상 서툰 말들로 고마움을 전한다.

‘고맙다. 들어줘서 고맙고,
공연장을 찾아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열심히 음악을 만들어서
여러분을 공연장으로 부르겠다.
 우리는 계속 공연을 하고 음악을 할 테니,
우리가 생각난다면 언제든 공연장을 찾아달라.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우리 꼬옥 다시 만나기로 해요! 약속!”같이 간지러운 말들은 아니지만 페퍼톤스는 항상, 그렇게 무뚝뚝한 듯 부끄러운 듯 그 사이의 말들로 고마움을 전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팬의 입장에서 아티스트가 계속 음악을 해주는 것보다 좋은 선물은 없으므로 나는 이번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얼마든지, 기꺼이, 다음에도 다시.





앵콜을 제외한 마지막 곡은 ‘행운을 빌어요’와 ‘카우보이의 바다’였다. 떠나는 이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노래와, 꿈꾸던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카우보이의 이야기. 카우보이는 모두가 거짓이라고, 무모하고 헛된 꿈이라고 말하는 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험난한 길을 지나야했지만 카우보이를 움직인 것은 바다를 향한 강한 열망이었다.

‘여러분이 우리를 응원해준 것처럼, 우리가 이젠 여러분을 응원하겠다. 마음 속 바다를 향해 달리시길.’

한 해의 마무리는 곧 새해의 시작이고, 연말은 동시에 다시 새해로 나아가야하는 순간이다. 눈 쌓인 바닷가의 집으로 돌아와 시작한 공연은, 다시 자신만의 바다로 달려나갈 관객들의 행운을 빌며 끝을 맺었다.

앵콜은 ‘캠프파이어’와 ‘long way’. 페퍼톤스의 지난 시간들을 하나하나 짚었던 ‘캠프파이어’를 지나 6집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끝나는 앵콜이라니. 공연의 문을 열었던 앨범의 첫 곡과도 이어지며 이 공연이 한 편의 앨범이 된 것 같았다.





앨범의 마지막곡이자 이 공연의 마지막 곡, ‘long way’속 가사는 단 한 줄이다. ‘long, long way’.

1년의 마무리. 참 길고 긴 날들이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새 해도, 길고 긴 날들이 될 것이다. 짙은 남색 하늘과 선명한 잔디밭이 교차하는 예쁜 순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흔들리고 물들다 지친 날들일 것이다. 일상이란 원래 지난한 법이니까. 하지만 그 긴 날들이 끝나면 오늘처럼, 돌아올 집이 있을 것이라는 약속, 다시 돌아와 쉴 수 있는 음악이 있을 거라는 다짐.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마지막곡 ‘long way’를 들었다. 다시금 길고 긴 날들을 지날 힘을 얻으며 마지막 인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공연날의 퇴장곡은 ‘작별을 고하며’였다. 그러니 이 리뷰도 곡의 가사를 인용하며 끝을 맺으려한다. 역대 최고로 긴 리뷰를 함께해준 독자 여러분들과 멋진 공연을 선물해준 페퍼톤스에게 전한다.


‘가슴 시린 날들 함께 한 너에게 고마워 다시 돌아본다
Good bye everyone, 보고 싶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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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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