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학생 시험기간 특집 [기타]

내가 시험을 보는건가, 시험이 나를 보는건가? 너도 나도 우리모두 시험을 치른다.
글 입력 2018.12.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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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험기간 특집!

내가 시험을 보는건가, 시험이 나를 보는건가?

 

 

시험기간이 다가왔다. 누군가는 부두술사마냥 중얼중얼거리며 외우고 있고, 누군가는 깜지를 빽뺵하게 쓰고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이의 필기를 복사하고 있을 것이다. 코딱지만한 폰트로 가득 찬 교과서를 보면 절로 ‘이번에도 망했구나!’라는 탄성이 나오게 되고, 한 시간에 40슬라이드가 넘는 ppt가 50개 이상 쌓여있는 것을 보면 ‘세상엔 많은 지식이 숨어있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래도 시험은 봐야 하기에, 많은 슬라이드를 하나씩 하나씩 정독해간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한숨도 하나, 둘 나온다. 수업은 1시간인데 복습은 왜 2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겠다. 깜지를 쓰든, 중얼거리든 어떻게든 ppt 한 개를 다 읽고, 이해하였다. 이제 남은 ppt는 49개. 필요한 시간은 98시간, 즉 4일을 한숨도 자지 않고 본다면 다 볼 수 있다. 자신에게 할 수 있다고 말을 한다. 호기롭게 다음 ppt로 넘어간다.

 

오! 이 ppt 내용은 좀 쉽다! 그냥 외우기만 하면 된다! 진단 기준이 무려 major 11개가 있고 minor 4개가 있으며, 이들 중 major 2개 혹은 major 1 + minor 1개가 만족된다면 이 병이 맞구나! 치료도 간단하다! 이건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계속 본다. 다 보고 나니 51분정도 걸렸다. 10분간 쉬자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낸다.

 

젠장! 25분이 지나갔다! 유튜브는 한국에서 빨리 철수하길 바란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니! 부랴부랴 다음 ppt로 넘어간다. 빠르게 한번 스캔하고, 예상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한다. 알파고를 뛰어넘는 23년의 생체노하우를 통한 딥러닝 결과 3시간이 걸린다고 판단되었다. 괜히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나약하지 않다! 크게 ‘도전!’을 외치며 하나 둘 읽기 시작한다.

 

그렇게 어떻게든 50개의 ppt를 다 본다. 자신이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2000슬라이드 정독 및 요약정리를 해냈다!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혼자 망상도 해본다. ‘부처님...혹시 2000슬라이드를 다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해냈습니다! 아이엠 더 챔피언!’. 눈앞의 빈 핫식스 캔들이 나를 향해 박수쳐주며 껴안아주는 환상을 보며 잠에 빠져든다.

 

빠빠빠빠빠빠빠빠빠 굿모닝~

빠빠빠빠빠빠빠 굿모닝~

 

핸드폰이 일어나라고 한다. 시험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흐리멍텅한 눈으로 핸드폰을 바라본다.

 

‘8시 15분’

 

눈가에 생기가 돈다. 시험 시작 8시 30분. 제한시간 15분. 머리를 감는 것은 사치이며, 이를 닦는 것은 ‘저는 시험을....포기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다행히 학교 앞에 자취하기에, 언제 빨래했는지 모르는 꾀죄죄한 옷을 걸치고 빠르게 달려 나간다. 이때만큼은 나도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달리기선수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달리면 숨이 차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운동부하 폐기능검사를 무료로 한 이후, 정확히 8시 25분에 도착하였다. 입 냄새가 심하고, 기름종이도 질색할 정도로 개기름이 나오지만 상관없다. 오늘을 위해 나는 2000장의 슬라이드를 본 전장의 용사니깐. 300초가 지나고,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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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알람을 맞추었지만 듣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몸의 감각이 나에게 '이게 진짜 마지막 알람이다?'라고 속삭였을 때 눈이 번쩍 뜨인다. 나는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모두가 알겠지만, 시험지는 항상 경이로운 존재이다.

 

문제를 보면 분명히 내가 공부했던 슬라이드가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두뇌를 풀가동하여 그 슬라이드를 머릿속에서 복원해 보아도, 딱 답이 있는 부분이 사라져있다. 신기하다. 정답만 머릿속에서 가려버리다니. ‘혹시 나는 나의 머리와 친하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아니다! 빠르게 이런 잡생각을 떨쳐내자! 차근차근 올바르지 않은 보기를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언제나 지워지는 건 3개뿐이다. 문제를 맞출 확률은 50%.

 

50%는 꽤나 높은 수치이다. 실생활에서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500만원짜리 냉장고가 50%할인해서 250만원이라면? 당신이 만약 그 냉장고를 사면 무려 250만원의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 비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흠...당신의 키가 50%가 줄어들었다! 기분이 어떠신가! 하하! 그렇다. 나쁘다.

 

최고의 비유는 아니었지만, 차선의 비유였다. 그렇다. 50%는 매우 크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간은 촉박하고 나를 기다리는 문제들은 많다. 4번일까 5번일까... 평소에 별자리운세를 확인하지 않은 자신이 한탄스럽다. 시험지 한 구석에 4와 5로만 이루어진 4x4 크기의 표를 만든다. 눈을 감고, 펜을 떨어뜨린다. ‘4’. 천기누설을 듣는 심정으로 4번을 체크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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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도 놀라실 경이로운 찍기실력. 나를 믿고 하늘을 믿고 가는거다.>


다음 문제는 무려 10줄에 사진까지 한 장 있다. 빠르게 읽으며 특징을 잡아내고, 사진을 통해 확신을 얻는다. 이것은 분명히 A야! 더 볼 것도 없이 보기에서 A를 찾지만 웬걸, 없다. 나라를 잃어버린 기분이다. 그렇게 나의 점수도, 학점도 잃어버렸다.

 

객관식의 장점은 빈칸이 없다는 것이다. 뭐든지 검은색으로 마킹만 하면 20%의 확률로 정답을 얻을 수 있다. 전날 적당히 기도를 하였으면 하늘이 감동하여 소위 ‘운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주관식은 다르다. 모르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 2문제까지 못쓰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3문제가 넘어가면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온다. 혹시나 해서 객관식 시험지를 뒤져보며 참고할만한 것이 있나 살펴보지만, 교수님들은 프로시다. 그럴 여지를 주시지 않으신다. 시험 종료 10분 전까지 고민하다가, 머릿속에서 반짝하고 지나가는 것을 적어서 낸다. 진짜 반짝하고 사라져서, 적다가 실패한다.

 

시간이 다 되었다.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간다. 밖에서 동기들이 무엇이 정답인지 토론하고 있다. 귀를 막고, 쓸쓸히 집으로 걸어간다. 멀어지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너는 D야 껄껄껄’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한다.

‘이 닦기 귀찮다.’

시험 생각은 더 이상 없다. 미래의 일은 미래에 걱정하고, 오늘은 미친 듯이 놀자고 생각하지만, 핫식스로 운영되던 대뇌가 기능을 정지한다. 그렇게 16시간의 기약 없는 수면에 빠지며, 하루가 사르륵 사라진다.

 

모든 대학생들이 공감할 이야기일 것이다. 혹시 자신의 책상 앞에 핫식스나 커피가 있지 않은가? 그것들이 당신에게 인사할 때가 바로 수면이 필요할 때이니, 아무리 시험이 급해도 너무 무리하지는 말자. 시험은 영원하지만 건강은 가끔 비가역적이지 않는가? 오래 살고 시험도 많이 보고 졸업만 하도록 해보자.

 

다들 힘내시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시라. 눈은 안 오길 바란다.





[이동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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