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중해의 자양 속에서 성찰하다, <지중해의 영감> [도서]

글 입력 2018.12.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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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스테디하게 사랑받는 책 <섬>을 집필한 장 그르니에의 또 다른 대표 저서 <지중해의 영감>이 발간되었다.

<지중해의 영감>은 시적이고 명상적인 그르니에 특유의 감성과 사유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흔히 <섬>과 <지중해의 영감>을 두고 전자가 고향 브르타뉴의 대서양에서 느낀 어두운 상념들을 표현했다면 후자는 지중해에서 느낀 빛의 취기와 명상의 정신을 펼쳐 보인다고 평한다.

이 책은 그르니에가 젊은 시절 머물거나 여행한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프로방스,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의 여러 지역, 나라, 도시들과 그 내면화된 인상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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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영감



“사람들 저마다에게는 행복을 위하여 미리부터 정해진 장소들이, 활짝 피어날 수도 있고  단순한 삶의 즐거움을 넘어 황홀에 가까운 어떤 기쁨을 맛볼 수 있는 풍경들이 존재한다.”



장 그르니에 본인에게 이 ‘풍경’과 ‘장소’는 지중해다. 그는 개방과 경계를 동시에 하는 회의주의자로서 지중해를 절대의 숭배로부터, 그리고 행동의 숭배로부터 등거리에 위치할 수 있는 어떤 형이상학의 계시를 줄 수 있는 수평선이 너무나도 뚜렷한 빛의 공간으로 표현했다. 이 계시는 곧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영감’(inspiration)이다. ‘영감’은 그 초자연적 충동에 영향을 받은 영혼의 신비적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르니에는 관조적인 태도로 ‘행복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진리’를 속삭인다. 그가 들려주는 진리는 시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독자로 하여금 그 의미를 쉽게 따라가지 못하도록 한다. 다만 우리는 그가 찬미하고 통찰한 어떤 풍경을 마음 속에 그려보이고 그 그려진 풍경 속에서 그가 찬미한 지중해의 자양을 느껴볼 수 있다.




장 그르니에



프랑스의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철학자인 장 그르니에는 파리에서 태어나 프랑스 북서해안 브르타뉴 지방에서 성장했다. 소르본 대학교에서 수학, 1922년 철학분야 대학교수 시험에 합격한 뒤 아비뇽, 알제, 나폴리에서 교편을 잡았다. 젊은 시절 이런 지역들에 머문 경험은 지중해 세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1927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잠시 일하고, 1928년 네덜란드, 독일,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터키, 그리스 등지를 여행한다. 이 무렵 파리 문단 사람들과 교류하며 『N.R.F』지를 비롯해 여러 잡지에 글과 논문들을 발표했다. 1930년 다시 알제 그랑 리세(중고등학교)의 철학교사로 부임해, 당시 학생이던 알베르 카뮈를 만나 스승으로서 깊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후 릴 대학교와 이집트 카이로 대학교를 거쳐 소르본 대학교의 미학 및 예술학 담당교수로 재직하다가 1968년 은퇴했다.


사색과 글쓰기로 평생을 보낸 인문주의자답게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카뮈를 작가의 길로 이끈 유명한 산문집 『섬』을 비롯해 『정통성 정신에 대한 논고』 『지중해의 영감』 『자유의 선용에 대하여』 『절대와 선택』 『도의 정신』 『모래톱』 『어느 개의 죽음』 『카뮈를 추억하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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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밑줄



사람들은 한 풍경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각자의 사고에 따라 다른 것을 발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 그르니에는 같은 풍경을 보고 누구보다도 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의 철학적 사상을 바탕으로 한 풍경에서 아주 시적인 성찰을 발견해낸다. 그만의 경험을 풀어놓은 문장 속을 유영하다보면 자신의 영혼을 울리는 문장을 필히 만날 것이다. 나에게는 아래의 문장이 이러한 경험을 선사했다.

 


대영박물관에서 마주친 몇몇 대리석상들이 기억난다. 나는 매일같이 그 석상들 앞에서 떠나지 못한 채 서성거렸다. 자신의 딸을 찾아서 온 세상을 헤매고 다니다 지친 데메테르가 마침내 걸음을 멈춘다,....데메테르는 복종해야 할 세상의 법에 눈뜬다. 나는 여기서 영혼의 한결같음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포기하지도 말고 경직되지도 않은 채 자신의 유한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장함, 그렇다. 하지만 고통이 자신의 일부임을 인정하기에 극복된 비장함이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소유한다. 그래서 그 소유를 통해서 그녀는 자유롭다.


- p142. 그리스, 인간의 모습을 생각하다 中



장 그르니에가 발견한 삶의 지혜와 성찰을 만나고 싶다면, 책 <지중해의 영감>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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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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