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일드 [기타]

응답하라 2000년대 일드여!
글 입력 2018.12.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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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일본 드라마의 근황을 찾아보던 중 한때 좋아했던 배우가 나오는 최신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어쩐지 나이가 들어 푸석한 피부와 오히려 퇴행한 연기력에 생경한 기분을 느꼈다. 한창 일본문화의 붐이었던 2000년대는 일본 드라마가 나와 친구들의 학창시절을 함께했다. 2004년 본격적으로 한국 방송에서 일본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일드 신드롬'이 일어난 것이다. 텔레비전만 틀면 나오는 게 자막을 단 일본드라마였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어제 본 일드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때는 일본드라마뿐만 아니라 일본 문화 자체에 관심이 커져서 일본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나오는 드라마를 찾아보고 팬 활동을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터일까, 일드는 점점 예전만 못한 인기로 소수만 향유하는 마니아 문화가 되었다. 이제는 한물갔다고 평가되는 일드는 왕년엔 다양한 소재로 신파, 치정극에 지친 눈을 달래며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꾸준히 리메이크되었고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드, 입문작부터 지금 보아도 손색없는 명작들을 소개하고 추억해보고자 한다.



※ 본 글은 일드의 역사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며 언급하는 작품은 순서가 맞지 않음을 밝힌다. 2000년대 방영되었던 일본 드라마를 주관적으로 선별하였다.




1. 고쿠센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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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2004년에 방영된 고쿠센 시리즈는 일드 입문작으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고쿠센의 전반적인 내용은 야쿠자 가문의 딸인 교사 쿠미코(나카마 유키에)가 악명 높은 고등학교로 부임하며 양아치 학생들을 교화시키는 것이다. 연약해 보이지만 엄청난 힘과 운동신경을 가진 쿠미코는 소중한 제자들을 위해서라면 몸싸움도 불사하고 심지어는 모두 제압한다. 매 화 마지막은 항상 일본 특유의 교훈을 주면서 끝이 난다. 거의 명언 기계이다.


고쿠센은 총 3개의 시리즈로 나뉘는데 시리즈마다 학생으로 출연하는 남자배우들이 달라진다. 수많은 신인 남배우들이 거쳐 가는 스타 등용문으로 유명하고 바뀐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중 친구들과 함께 가장 좋아했던 시리즈는 카메나시 카즈야와 아카니시 진이 나온 <고쿠센 2>(2005)였다. 시즌1에는 마츠모토 준, 시즌3엔 미우라 하루마까지 현재 웬만큼 이름 날리는 일본의 탑배우들의 신인시절을 감상할 수 있다. 그 당시 사춘기 소녀들에게 허세 넘치지만 잘생긴 불량아들은 얼마나 멋지던지, 또 그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든 여자선생님은 또 얼마나 짜릿하던지. 그러나 20대 중반이 되어 다시 본 고쿠센은 유치함을 넘어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드라마가 다 있는지' 보는 내내 식은땀이 났다.




2. 노다메 칸타빌레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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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대학 피아노과의 유명한 실력자 선배 치아키(타마키 히로시)와 다른 의미로 유명한 괴짜 노다메(우에노 주리)가 우연히 만나 사랑하고 성장하는 내용이다. 치아키가 천재적인 연주 실력을 겸비한 지휘자라면 노다메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피아니스트이다.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실사화된 드라마는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과 일본 특유의 '대놓고 교훈주기'를 하지 않으며 여타 일드와 차별화되었다. 또한 이 드라마는 2000년대 후반 중고등학교에 다닌다면 음악 시간에 꼭 한 번은 틀어준다던 음악드라마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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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노다메의 뻗침 머리와 무심한 척 챙겨주는 치아키 센빠이(선배), 코다츠(こたつ)와 클래식, 노다메의 건반 무늬 가방은 그 시절의 추억에 잠기게 한다. 왜 피아노를 행복하게 치는 그 자체로는 안되냐는 노다메의 외침은 그때보다 지금 더 공감이 된다.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왜 전국의 음악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는지가 이해된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자극받고 감동하길 원하기도 했을 테고 클래식이란 장르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기 때문에 음악 선생님들에겐 고마운 드라마였을 테다.


가볍고 장난스럽던 분위기는 극이 치달아 갈수록 무겁고 진중해진다. 잘나가는 치아키를 보며 노다메는 스스로 만든 동굴에 숨기도 하고 격동의 시간을 겪다 세상 밖으로 나와 성장해나간다. 그 모습은 눈물 나게 아름답다. 특히 이 드라마가 내게 뜻깊은 것은 극 중 노다메가 연주하는 장면을 통해 드뷔시 ‘달빛’이라는 곡을 처음 듣게 되면서 클래식이란 장르에 대해 알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이것만으로도 노다메 칸타빌레는 드라마가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3. 노부타를 프로듀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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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아키라(야마시타 토모히사), 오 슈지(카메나시 카즈야)


여자주인공 노부코(호리키타 마키)는 음침하고 어두운 외형 탓에 왕따를 당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접근한 두 명의 인기 남학생. 그들은 노부코에게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며준다고 하며 접근한다.

두 남자 주인공, 야마시타 토모히사와 카메나시 카즈야는 한국에서도 팬덤을 거느리고 각각 야마삐, 카메 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2000년대 청춘물의 양대 산맥이었다. 이 드라마의 애청자였던 나와 친구는 각자 좋아하던 남자 주인공과 잘 돼야 한다며 매번 말다툼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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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마리코(토다 에리카), 오 노부코(호리키타 마키)


이 드라마가 특별했던 점은 여자주인공과 서브 여자주인공의 관계성이었다. 서브 여자주인공인 마리코는 학교 내 퀸카로, 슈지를 짝사랑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선 방해꾼인) 노부코를 미워하지 않고 다정한 친구가 되어준다. 당시 나는 마리코를 보며 어떤 꿍꿍이인지 의심했었다. 일드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에서도 조연 여자 캐릭터는 여자주인공을 시기하고 음해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코는 끝까지 노부코의 친구가 되어주며 그녀를 지지한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동안 미디어에서 주입된 여자 vs 여자 구도를 어떤 의문도 없이 당연시했던 것 같다.

 

    

4. 드래곤 사쿠라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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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유승호 주연 <공부의 신>의 원작 드라마로 유명한 드래곤 사쿠라이다. 폭주족 출신의 변호사 사쿠라기 켄지(아베 히로시)가 1년 안에 5명의 도쿄대 합격생을 배출하기 위해 주인공들을 교육하는 성장 드라마이다. 당시 대세였던 야마시타 토모히사와 나가사와 마사미가 주연을 맡고 탑여배우 아라가키 유이까지 조연으로 등장하는 초호화 캐스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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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가 한국에서 인기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학원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은 빠르게 질려도 학교생활이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질리기 쉽지 않기에. 특히 드래곤 사쿠라는 고등학생들의 반항기와 미래를 향한 불안함을 입시라는 방향으로 전환하며 실제 도쿄대학 입시자 수가 증가하게 했으며 교육열을 높여주었다고 한다. 한국 케이블 티비로 시청하던 어린 내게도 공부의 중요성을 알려 주었으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남자주인공처럼 멋진 선배가 있을 것 같은 환상을 안겨주었다. 특히 여학생들은 짧은 치마와 엉덩이까지 내려 입는 카디건 패션을 선망해서 따라 하다가 선생님께 걸려서 혼이 난 적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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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특유의 감성은 참 공통적이다. 유난히 학원물에서는 사명감 넘치는 교사가 강단 위로 올라가 난잡한 학생들을 카리스마와 말발로 제압하는 장면이 많다. 드래곤 사쿠라에서도 변호사 선생 사쿠라기가 강단 위로 올라가서 무척 뼈아프고 현실적인 말을 뱉는다.



“사회엔 규칙이란 게 있고 우린 그 규칙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규칙이란 건 다 머리 좋은 놈들이 다 자기들 좋은 쪽으로 만든다. 반대로 자기들한테 불리한 건 모르도록 감춰둔다. 그러다 규칙을 따르는 놈 중 영리한 놈들은 그 규칙을 잘 이용해 먹는다. (중략) 그러니까 너희들 속기 싫으면 손해 보며 살기 싫으면 공부를 하란 말이야!”





5. 꽃보다 남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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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주름잡는 F4의 리더 격인 츠카사(마츠모토 준)와 다정한 선배 루이(오구리 슌), 굳센 캔디형 여자주인공 츠쿠시(이노우에 마오). 부잣집 자제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평범한 츠쿠시가 왕따를 당하며 F4와 얽히는 내용이다. 아무리 괴롭혀도 굴하지 않는 츠쿠시에게 반한 츠카사가 점점 안달하는 모습은 꽃보다 남자의 주요 관전 요소다. 아라시의 멤버 마츠모토 준의 인기가 높아진 드라마이자 그로 인해 아라시의 인기도 함께 올라갔다는 전설의 드라마로 꽃보다 남자를 안보고 다음날 학교에 가면 대화가 안 통할 정도로 해외드라마임에도 체감인기는 엄청났다. "나에게 막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 반해 버렸어"의 츠카사 캐릭터와 넘치는 스윗함으로 약간은 부담스러운 루이 선배, 캔디형 여주의 표본 같은 츠쿠시는 순정만화의 기본양식 그 자체이다.


한국에서는 이민호와 구혜선이 주연을 맡아 리메이크되어 열풍이 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드라마지만 자극적인 왕따 연출과 백마 탄 왕자님들의 활약으로 어김없이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그렇지만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면모가 많은 관계로 다시 보라면 절대 보지 않을 그런 드라마이다.

 



6. 아름다운 그대에게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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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대에게는 학원물 소재 중 마니아층이 꽤 있다는 남장여자 드라마계의 대표격이다. 어엿한 여자인 미즈키(호리키타 마키)가 동경하던 운동선수를 보기 위해 남장을 하고 남학교로 입학하게 되면서 온갖 미남에게 둘러싸이는 내용으로 수많은 남정네 중 단 한명도 이 남장여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지금이야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당시 어린 나는 잘생긴 남배우들에 눈이 멀어 개연성은 개나 줘버리고 미남 파라다이스에 합류했다. 미남 파라다이스라는 왠지 모르게 숨고 싶은 이 부제를 통해 유추할 수 있지만 이 드라마는 차세대 남배우들이 떼거리로 등장했다. 마치 인터넷 소설을 실사화 한 것 같은 소재와 판타지 그 자체인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 유명했고 훗날 설리 주연의 동명드라마로 리메이크 되었다.




7. 너는 펫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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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커리어 우먼 스미레(코유키)의 집 앞에 등장한 박스 하나, 그리고 그 안에 꽃미남 모모(마츠모토 준). 기묘하게도 예전에 키우던 애완동물을 닮은 그에게 펫으로 지내는 것을 제안하고 또 그는 그걸 수락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 소재는 연하남 판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고쿠센과 꽃남의 마츠모토 준이 이번엔 온 동네누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요즘 유행하는 연하 키링남(온순하고 귀여운 남자를 열쇠고리에 비유하는 신조어)이다. 여자주인공에게 한없이 복종하는 남자주인공이라니, 강하고 마초적인 나쁜 남자가 유행했던 당시 한국드라마에 비하면 너는 펫은 센세이션이었다. 갑자기 찾아와 일단 쓰다듬어 달라는 순종적인 소년은 한국 영화 <늑대소년>이 생각이 난다. 나쁜 남자? 츤데레? 다 필요 없고, 요즘 대세는 다정한 남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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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김하늘과 장근석이 주연을 맡았으나 무지막지한 호불호에 갈려 흥행에 실패했다. 아무래도 소재가 세다 보니 연기나 연출을 징그럽지 않게 하는 조절이 중요하다. 이후 2017년, 꾸준한 인기를 방증하듯 너는 펫은 일본에서 다시 리메이크되어 새로운 주인공들과 방영되었다.

  



8. 1리터의 눈물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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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제목이 1리터의 눈물인 이유는 분명 드라마를 다 보고 흘린 눈물을 모으면 1리터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소녀의 인생을 담아낸 드라마이다. 그러나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신파나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시종일관 덤덤하기 그지없는 서정적인 분위기로 죽어가는 소녀와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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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아야(사와지리 에리카)는 몸이 점점 굳어져 가는 원인 모를 불치병을 앓게 되는데 그녀를 보살피는 가족애와 친우애, 이루어질 수 없는 풋사랑에 눈물을 흘리지 않곤 못 배긴다. 사와지리 에리카의 절절한 연기가 일품이었던 드라마, 여운이 한참 동안 가시지 않아서 한동안 OST를 반복재생하기도 했다. 생각날 때마다 이 노래를 자주 듣는데 전주부터 먹먹해지는 기분에 드라마를 다시 정주행한 것만 같다. 만약 일리터의 눈물이 국내에서 리메이크된다면 사와지리 에리카의 덤덤한 듯 폭발하는 슬픔을 비슷하게라도 재연할 그런 신인 배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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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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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추천하고 싶은 2000년대 일드이다. 먼저 일본 유명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실사화된 유성의 인연. <노부타를 프로듀스>의 토다 에리카와 아라시 멤버 니노미야 카즈나리, <1리터의 눈물>의 니시키도 료가 세 남매로 등장하여 부모를 죽인 원수를 찾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아리아케'라는 식당을 운영하며 하야시라이스를 판매한다. 어쩌다 보니 세 남매는 사기꾼이 되었고 그 사기행각들은 정말 유쾌하다. 그러나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범인을 찾는 과정과 사기행적으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으로 분위기가 더는 가볍지 않다. 출생의 비밀과 부모님의 원수라는 소재를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집중해서 본다면 한국 드라마와 다른 일드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이어게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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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여대생 나오(토다 에리카)가 엄청난 상금이 걸린 ‘라이어 게임’에 참가하게 되면서 천재 사기꾼 아키야마(마츠다 쇼타)의 도움을 통해 거짓말 게임을 이어간다. 개인적으로 토다 에리카를 좋아하지만, 이 캐릭터가 고구마를 물 없이 100개 먹은 듯이 답답한 캐릭터라 조금 힘들었다. 너무 착해서 결과적으론 파트너에게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이긴 하나, 살기 위해 점점 변해가는 모습과 그 과정이 인간의 심리를 잘 드러낸다. 사실 라이어 게임이 겉으론 상대방을 속여서 이기기 위함으로 보이는 듯해도 알고 보면 사람 간 신뢰도가 중요하다. 이 라이어 게임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거울 같아서 서로를 속고 속이며 물질을 위해 악랄해지는 인간의 삶에 대해 성찰하는 다분히 철학적인 드라마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 또한 2014년에 뒤늦게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었다.




정의의 아군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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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요코(시다 미라이)에겐 언니가 마키코(야마다 유)가 있다. 언니는 대외적으론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지만 요코에게는 본색을 감춘 악당이나 다름없다. 언니의 수발을 들며 온갖 고생을 하지만 언니의 결혼과 함께 새 국면을 맞이하는데.


코믹하기도 진지하기도 한 이 드라마를 보며 웃기도 많이 웃고 언니의 캐릭터도, 동생의 캐릭터에도 모두 공감하며 즐거웠다. 일본 드라마가 사랑받았던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여기에 있다. 온통 사랑 타령뿐인 한국드라마에 비해 남녀 간의 사랑이 등장하지 않아도, 가족 중 누구 하나가 아프지 않아도, 사실은 배다른 형제가 아니어도, 불륜이 아니어도 그저 이런 평범한 소재여도 다양하게 풀어내는 독특함이 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 속에서 킬링타임과 교훈을 적절히 배치하는, 일상을 녹여낸 일드만의 다양함이 인기 요소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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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왜 2000년대를 일본 드라마가 휩쓸었는지, 왜 단번에 인기가 사그라지었는지 알 것 같다. 다양한 소재와 평범함을 독특하게 풀어내는 실험정신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첫째이다. 또한 국내에 많은 영향을 끼친 만큼 한국 드라마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앞서가는 한국 드라마를 좇아오지 못한 채 머무르다 퇴행한 일본 드라마 시장의 현실이 두번째 이유이다.

또한 오래된 것, 안정된 것을 좋아하는 일본 사회의 특징답게 한번 인기를 얻으면 오래도록 유지되는 것이 장점일 수는 있으나 곧 큰 단점으로 바뀐다. 이 단점은 곧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는 배우가 다양하지 않고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다는 문제로 다가온다. 학창시절에 보았던 배우를 또 보면 반갑기야 하겠다만 이제는 드라마 나잇대에 맞는 새로운 얼굴을 보고 싶은 것이 소비자의 심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일드는 추억 속에 남아 나의, 우리의 학창시절을 책임진다. 생각보다 일드에 푹 빠져있었던지 위에 언급한 드라마 말고도 수많은 명작이 떠오른다. 그 작품들을 일일이 설명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안으며 끝을 낸다.



[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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