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중해의 영감

글 입력 2018.12.19 23: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중해의영감-표1.jpg
 


지중해의 영감



이 책은 여행에세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쉽게 읽히지 않지만, 그렇다고 놓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여행에세이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필독 도서다. 특히 나처럼 여행을 즐기고, 취미를 업로 삼아, 혹은 이를 글을 쓰는 이라면, 문장마다 새겨진 진의를 헤아려보는 재미가 더해진 책이다.



즉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위해 미리 정해진 어떤 장소들이, 단순한 삶의 즐거움을 넘어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어떤 풍경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장소와 풍경이 그에게는 바로 특유의 선들과 형태들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지중해였던 것이다.


- Preview 중



저자인 장 그르니에는 프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여행과 그의 여정에 철학을 함께 했다. 그렇기에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가 느끼고 바라본 모든 감각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버무린 하나의 예찬이자 혹은 정찬이 펼쳐지는 에세이다. 이 책을 읽게 된 사적인 이유를 더해, 리뷰에서 언급하고 비유는 바로 ‘알쓸신잡, 그 이상’이다.


필자가 즐겨보는 유일한 TV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은 다양한 지식의 대화와 수다의 향연이 펼쳐진다. 각자의 전문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사물의 이치가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알게 해 준다. 유쾌하고도 깊이 있는 옛 그리스식 토론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교양 있는 프로다. 최근 지중해를 중심으로 다녀온 시리즈의 이상을 보여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중해의 영감>이 그렇다. 장 그르니에는 먼저 유시민을 닮았다. 최근 <역사의 역사>를 집필해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는 지식인이자, 정치가 그리고 지금은 작가로 다채로운 색을 지닌 작가다. 그처럼 저자는 분야와 경계를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모든 문장이 예사롭지 않은 건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그가 지중해에서 지낸 모든 시간의 압축한 일대자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깊은 경험치에서 우러난 삶의 지혜이자 현안이다.


또한 김영하의 면모도 찾아볼 수 있다. 여행을 가면 묘비를 찾는다는 그처럼, 장 그르니에도 지중해에서 묘비를 찾아 헤맨다. 92페이지 ‘묘비명들’, 162페이지 ‘그리스의 묘비명’에서 그가 묘비에서 깨달은 철학이 유쾌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과학자 김상욱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문인인 저자이기에 과학자인 김상욱의 모습이 가장 약하게 비춰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온전히 감성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는 이성적이고 합리화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논쟁을 펼치고 탐구하기도 한다. 건축가 김진애의 모습은 문장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특히 그리스 챕터에서는 그리스로마신화와 조각상들에 대한 예찬에서 김진애 씨가 설명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마지막, 알쓸신잡 3 유희열의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독자인 내 모습에서 유추할 수 있었다. 무에서 유로, 게스트들과 차곡차곡 교양과 지식을 쌓아가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을 하는 유희열의 모습은 <지중해의 영감>을 읽으며 빠져든 내 모습을 꼭 빼닮아 있었다.



마음에 와닿는 어떤 하나의 지형地形, 그것이 바로 지중해의 정신을 만들어낸다. 공간일까? 그것은 어깨의 둥그런 곡선이며 얼굴의 타원형 윤곽이다. 시간일까? 그것은 해변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달리는 한 젊은이의 질주다. 빛이 윤곽들이 또렷이 드러내면서 수數를 만들어낸다. 모든 것이 인간의 영광을 위하여 다 같이 힘을 합친다.


- 111페이지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절대 쉬운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야만 했던 사적인 동기를 넘어 명작의 유려한 필력을 제대로 맛본 책이다. 짧게 다녀와 단편적인 조각으로만 채워진 지중해의 기억을, 그는 기억의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인도자가 되어 주었다. 사랑하는 이와 다시 떠날 지중해에서 내가 받을 영감을 기대하며, 내가 만들어 나갈 또 다른 삶의 지형地形을 꿈꾸며, 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윤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