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단두대에 선 패션 브랜드 DEAD&GONE [패션]

글 입력 2018.12.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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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는 그 어떤 곳보다도 트렌드를 최우선으로 하는 영역이다. 줄곧 패션계를 주름잡는 메가트렌드 중 하나는 미닝아웃이다. 미닝아웃은 자신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옷도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활용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하나 덧붙이자면 ‘커밍아웃’과 같은 소수자의 용어를 뺏는 행위를 지양하고 싶은 입장에서 적절하지 못한 네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 앞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선두로 많은 패션 브랜드가 사회적 가치와 다양성을 반영하는 모습을 어필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흐름 속에서 역행하면 눈의 더 띌 수 밖에 없다. 최근의 D&G 사태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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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D&G 상하이 패션쇼를 앞두고 공식 SNS 채널에 올라온 프로모션 영상이다. 영상 속 아시아계 여성 모델은 이탈리아 음식을 젓가락으로 우스꽝스럽게 먹는다. 도무지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 영상은 빠르게 논란이 되었고 상하이 패션쇼 취소와 함께 중국 전체가 D&G를 향해 보이콧 선언을 했다. 뒤늦게 돌체와 가바나는 중국어로 직접 사과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개인 인스타그램에서 중국을 수위높게 모욕한 발언 등의 상황을 봤을 때 D&G는 영원히 중국에서 Dead&Gone 선언을 확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세계 명품소비의 큰 손인 중국 시장을 한 번에 잃어버린 것이다.





이 일이 일어나고 약 한 달 지난 최근, 이번에는 프라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 인권변호사 치니에리 이지는 자신의 SNS에 프라다 매장에 전시된 인종차별적인 장식품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형상화했다며 비판했다. 빠르게 논란이 커지자 프라다는 지난달 론칭한 액세서리 라인 ‘프라다말리아’의 캐릭터는 상상 속 생명체일 뿐이라고 해명하며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너무나 우습게도 프라다는 “그 누구도 불쾌하게 할 의도가 없었다”며 “프라다 그룹은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과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혐오한다”고 덧붙였다.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선보이고 나서 사과하는 것이 럭셔리 브랜드의 유행이라도 된 걸까? D&G가 수억 달러의 수입손실이 생길 것으로 보도되면서 패션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지만, 정말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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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H&M은 흑인 아동 모델에게 “정글에서 가장 쿨한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라는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야당 당원들이 현지 매장을 공격했으며 결국 H&M은 남아공의 매장 17곳을 모두 일시 폐쇄했다. 이후 연예인들도 H&M과의 협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흑인을 원숭이로 비하하던 풍토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광고가 나오기까지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은 회사의 의식 수준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H&M이 추후에 인종차별 광고 재발을 막기 위해 ‘다양성 관리자’를 임명했다고 밝힌 소식은 더욱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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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유독 동양인 모델만 우스꽝스럽게 파스타를 맨 손에 집어먹는 식으로 희화화했던 행태를 두고 봤을 때 아시아인 입장에서 D&G의 몰락은 매우 통괘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중국 시장이 거대 자본이기에 가능한 결과라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한국 가수 GD가 샤넬의 공식 인플루언서 모델로서 찍은 홍보물은 해외 네티즌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가 아시아인을 모델로 내세우는 행위를 브랜드에 대한 모욕이라 하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치 않고 뱉어냈다. GD는 공식 행사 포토월에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기도 했다. 한국 최고의 스타도 해외로 나가면 인종차별을 당하는 현실은 당사자가 아닌 나에게도 매우 화가 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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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국의 대응을 보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 다수가 모여서 주장하는 힘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물론 중국의 영향력이 크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빠르게 여론이 모이고 행동을 보였던 건 감탄할 만하다. 앞으로 패션 시장뿐만 아니라 모든 브랜드는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또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냄으로써 감시해야 한다.



[오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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