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올해도 꺼내 듣는 겨울 플레이리스트 [음악]

글 입력 2018.12.21 21: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겨울이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과제와 시험에 허덕이다보니 어느덧 연말이 되어버렸다.

    

이상하게도 옛날만큼 연말이 들뜨지 않다. 불과 2년여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서 들려오는 캐롤 노래에, 반짝이는 트리와 전구에 괜히 마음이 붕 떴었는데. 고3을 앞둔 겨울 때도 연말만큼은 즐기겠다며 놀았었는데.

 

그래도 평생 올 것 같지 않던 종강을 맞이하니 이제야 연말인 게 조금씩 실감이 난다. 비록 나는 또 한 살을 먹고, 우린 늙었다며 친구와 한탄할 것이며(사실 아직도 창창한 20대인데), 휴학을 계획 중인 만큼 틈 없이 달려오던 삶에 변화가 생길 것이기에 다가올 내년이 기대되면서도 두렵지만, 그래도 연말은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시기임은 틀림없다.


 

586892_423211_349.jpg

(이런 분위기는 겨울에만 가능한 거니까!)



폭풍 같던 시험을 치르고 오랜만에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구경해보았다. 듀엣곡, OST, 운동할 때 듣는 댄스곡 모음 등 여러 그룹 중 지금 단연 눈에 띄는 것은 ‘winter’이다.

 

올해 초 휴대폰을 바꾸기 전부터 존재했던 플레이리스트다. 휴대폰을 바꾼 후 플레이리스트를 그대로 복원하느라 꽤나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매년 겨울 노래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추가하다보니 어느덧 43곡.


 

KakaoTalk_20181221_211722414.jpg
 


따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정도로 아직까지 겨울은 내게 매력적인 계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솔크이지만(신기한 건 그래놓고 난 아직 케빈을 본 적이 없다) 겨울 노래를 들을 때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실감하고, 올해를 되짚어본다는 것은 딱 지금,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연말의 그리움: 가인 <열두 시가 되면>


 

겨울만 되면 찾아 듣는 대표 곡이다. 앨범 표지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멜로디와 가인의 목소리는 무엇보다 흥겹고 맑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사를 찬찬히 음미하다보면 이보다 슬픈 노래가 없다.



   


열두 시가 되면 만나자던 약속, 마치 열두 시의 종이 울리면 떠나가는 신데렐라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끝내 오지 않은 듯하다. 나는 지금 너무 슬픈데, 연말을 맞은 거리는 너무 흥겹기만 하다. 그런 난 너무 울고 싶지만 끝까지 울지 않는다. 너는, 우는 내가 싫다 했으니까. 그리고 난 여전히 열두 시가 되면 만나자던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모두가 들뜨는 연말 거리의 설렘 속,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리운 마음을 떠올리면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연말의 설렘: 김예림 <널 어쩌면 좋을까>


 

겨울만 되면 찾아 듣는 두 번째 곡이다. 이 노래는 표지도, 가사도 겨울, 그것도 크리스마스와 연말과는 전혀 관련 없지만 이상하게도 이 노래만 들으면 겨울이 온 것을 실감한다.


 



요즘의 나는 네가 자꾸 아른거린다. 너는 어느새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지만, 나는 네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혹시나 내가 느끼는 너의 감정이 내 기분 탓일까봐. 그리고 그런 난, 혹시나 네게 참지 못하고 고백해버릴까봐. 하지만 머지않아 나는 확실해지고, 너와 함께 하기를 택한다. 우리 이제, 시작하자고 말한다.

 

찬바람이 부는 거리 속, 코트를 꽉 여미며 고백해도 될까, 손을 잡아도 될까 고민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초보 연인의 모습이 그려져 어느새 미소가 떠오른다.

 

*

 

겨울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고통스럽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주는 이중적인 계절.

 

종강도 했겠다, 빠르게 기말 리포트를 마무리한 뒤에 포근한 이불 속에서 귤이나 까먹으며 좋은 음악과 함께 겨울을 보내고 싶다.


   

[주혜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