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꽃이 핌 : 마저 필 이야기들 [도서]

<꽃이 핌> 책 출판에 참여한 이후
글 입력 2018.12.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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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 명의 대학생에 의해 기획되었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대학생들이 하나둘 모여 완성되었습니다. 청춘의 이야기를 표출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글, 목적에 오염된 글만 써오며 지친 마음을 위로할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20대의 글을 모아 밭을 만들었고, 그렇게 씨앗이 하나 뿌려졌습니다.

- <꽃이 핌>, 머리말 中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접할 때는 다소 만감이 교차했다. 단순한 문집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계약을 맺어 책을 내다니. 재밌고 유익하다는 마음도 컸지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앞섰다. 책을 만드는 작업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을뿐더러,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과 작업을 하다니. 그런 마음에 처음에는 부디 프로젝트가 무사히 잘 끝나기만을 바랐다. 물론 지금에 되돌아보면 괜한 걱정이었지만, 그때는 그랬다. 기획자인 친구의 제안으로 하게 된 "전환 21 출판프로젝트"이면서, 동시에 내 삶의 첫 번째 출판은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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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든다는 것, 첫눈에게


무엇보다도 함께 만나 모임을 하는 시간이 가장 필요했다. 처음 보는 낯선 분들과 만나 기존에 자신들이 써왔던 글을 합평하는 방식으로 진도를 밟았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 대학교 1학년 때 썼던 시를 내놓았다. 이제는 크게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를 가장 잘 표현하고, 제법 괜찮게 썼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눈이 온다.

사랑하는 네가 오는 밤
너는 아스라이 눈이 멀어
주황으로 아롱아롱 물든 잿빛 거리에
은은히 나린다.

흰 눈은 소복이 쌓이고
어딘가 설레고 서글픈 나는
네가 오고 있어 아름다운 이 거리에
홀홀이 나온다.
쓸쓸한 생각이 스친다.
두 뺨에 볼그레 녹아들면서도
마음은 한 뼘 스며들지 못했던
너와 우리

흰 눈이 수북이 마을을 감싸고
생각은 외로이 나를 적시고
흐느끼는 송이송이마다 네가 있다.
어여쁜 너와
토라진 너와
웃고 우는 너가
모두한데 모여 사랑스러운 인사를 한다.
너에게로 가자
온 세상이 하얗게 숨어버린 새벽
사무치는 잰걸음 몰래
나는 간다.

하양밖에 없는 세상
녹아버린 눈물에서 태어나
새하얗게 만난 우리
희미해지는 눈

추억처럼 내린다.
너와
나에게로, 다시

눈이 온다.

- 창작시, 첫눈에게 中 -


시에는 내가 담고 싶었던 기억들을 담았다. 조금은 낯간지러워도, 제법 신경을 많이 들여가면서 썼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예쁘게 잘 썼다고 느낀다고 하는 말도 있었고, 너무 세세한 것까지 지나치게 신경을 쓴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래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고, 마지막으로 시를 쓴다는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해 썼던 만큼 평가가 감사했다.
 
다른 분들의 화평 또한 이어졌다. 평론이 아닌 이상, 수필이나 소설, 시 등의 글은 큰 형식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크게 무리를 두어가며 개선점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게 내 생각에는 맞는 것 같았다. 글의 표현은 다양할 수 있는 만큼, 그에 걸맞은 다양한 생각과 고민이 우리가 쓸 책에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한편으로는 사람마다 글을 쓰는 방식도, 경력도, 스타일도 다양했기에 자유롭게 글을 쓰되 어느 정도 전체적인 맥락을 다듬는 과정도 함께 이어졌다.


 
내가 쓰고 싶은 것



다음으로는 내가 쓰고 싶은 것이 무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나중에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릴 때,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을 담고 싶었다. 생각의 고리는 이전에 내가 써 두었던 수필로 이어졌다. 대나무숲에 올려 수많은 좋아요를 받았기 때문도, 글쓰기 수업 때 여타의 학우들에게 칭찬을 받은 것도 이유는 아니었다. 조금은 눈살이 찌푸려질 수는 있어도, 내가 가장 순수한 생각으로 세상을 살았던 순간을 적은 글이라고 생각한 게 가장 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그런 마음을 간직했던 순간의 글을 책에 담아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랬기에 비교적 무리 없이 글을 썼고, 형식적인 면에서 앞뒤에 연결되는 시를 추가하여 서사감을 더했다.
 
다른 분들과 합평을 할 때, 글의 주제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받기는 했다. 대체로 좋아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은 건지, 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은 건지 모호하다는 의견이었다. 일정 부분 동감을 한 부분도 있었고, 한편은 지나치게 과시적이라는 비판도 받아 최대한 수긍하고자 노력했다. 확실히 하나의 글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했고, 조금은 자의적으로 생각한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글의 주제만큼은 모호성을 보이더라도 그대로 안고 가고 싶었다. 글에도 적은 바가 있지만,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만큼 내 삶 또한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쓰고 담아내고 싶은 건 나 자신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으로 일부 오탈자와 비문을 점검하는 차원으로 내 글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갔다.



마침내, 피어난 꽃


글의 탈고가 끝난 후, 대략 반년이 흘러 어느덧 <꽃이 핌>을 잊어갈 때쯤, 책의 출판 소식이 들려왔다. 실제로 책을 받아보기도 했고, 인터넷서점이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검색 결과에 책이 나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정말로 나를 비롯한 모두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조금은 우여곡절도 많고, 서로의 얼굴보다도 글을 더 많이보며 노력 끝에 나온 글이라는 점 또한 인상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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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과정이 그리 순탄했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다. 나만 하더라도, 종강을 맞이하면서 바빠진 일상들로 적극적인 피드백보다는 내 글을 수정하는 데 급급했으니까. 특히, 오프라인으로 만남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온라인으로만 회의 및 피드백이 전달되는 과정은 전반적으로 조금 어색한 기류 속에서 작업이 진행되도록 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처음 이렇게 기획한 일인 만큼, 처음부터 배부를 수는 없지 않을까. 그저 한 번 찍히면 영원히 기억되는 '책'으로 적절하게 맺어진 인상 깊은 경험이자 추억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번에 나는 바쁜 것과 개인적인 이유로 문학적인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하였지만, 출판 프로젝트 <꽃이 핌>은 두 번째로 새롭게 단장하여 준비 중에 있다. 비록 참석은 하지 않았지만, 이어서 진행될 책 또한 다양한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기길 심심한 위로와 함께 바란다. 책의 구매 비용은 모두 사회적으로 열악한 사람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한 해가 끝나가는 지금, 다시 피고 다양하게 피어나갈 여러 꽃의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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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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