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다의 뚜껑 [도서]

겨울이라고 빙수의 짜릿함을 포기할텐가?
글 입력 2018.12.2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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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국제도서전을 방문해서 기념으로 사왔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바다의 뚜껑』. 좋아하는 출판사 부스를 기웃거리며 팬심으로 뭐라도 사야겠다 싶던 찰나에 발견한 책이었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순전히 저 일러스트 때문이었다. 오늘만큼은 가벼운 마음으로 예쁜 책을 사고 싶어서. 그냥 손에 예쁜 책을 쥐고 있다는 그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서 골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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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추억하기 위해 고르는 한 권의 책



작년에 속초 여행을 갔을 때 내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동아서점'이었다. 서점 창 너머로 동해 바다가 보이는, 매일 주인 아저씨가 직접 엄섬한 추천 서적이 매대를 장식하고 있다는 바로 그 동아서점. 그 곳에 갔을 때도 나는 어떤 책이든 한 권 사야된다는 사명감에 젖어들었다.


그렇게 역시나 느낌만으로 골랐던 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는 내 인생 책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었고, 이후로 그 장소를 기억할만한 책들은 이렇게 첫느낌으로만 고르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여전히 그때의 여행이 그리워질 때면 솔 벨로의 책을 펼친다. 내용이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그저 추억을 추억하기 위해서.




한겨울에 맛보는 빙수의 짜릿함

문득 빙수가 먹고 싶어졌다. 그다지 선호하는 디저트가 아니라서 한 여름에도 잘 먹지 않는 그 빙수가. 빙수만을 위해 누군가를 부르기도, 혼자 나가기도 애매했던 한밤 중의 나는 책을 꺼내들기로 결심했다. 예쁜 표지 때문에 사왔던 그때 그 책, 바다의 뚜껑을 말이다.

바다의 뚜껑은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이 자신이 살던 오래된 시골동네에 두 평 남짓한 아주 작은 빙수 가게를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네 가지 종류의 클래식한 빙수와 에스프레소만을 파는 소박한 가게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골 마을 아이들의 소소한 행복을 책임지는 그녀의 가게.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를 지키고 싶다는 신념으로 시작된 이 소박한 빙수 가게에 엄마의 절친한 친구의 딸이 함께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간을 같이 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대접이 아니겠니."



처음에는 낯선 이와 함께 하는 것을 거부하던 여성은 어머니의 이 말 한 마디에 소녀를 받아들인다.


화재 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은 그 소녀는 당시 사고로 인해 할머니가 죽게 되고, 그 이후 펼쳐진 친척 간의 재산 다툼을 피해 시골 마을로 힐링을 하러 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성적인 소녀와의 일상을 거부하던 주인공은 함께 빙수를 만들고, 바다를 수영하는 소소함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을 마주한다.


"정말 굉장하다. 살아만 있어도 만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만약 이 여름, 내가 가게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면 절대로 깨우치지 못했을 감각이었다."


두 명의 여성은 함께 빙수 가게를 지키며 자신들만의 소박한 꿈을 실현해 나가고, 그 과정 속에서 옛 것을 하찮은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 돈을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무언의 일침을 가한다.



나는 어디로 흘러가든 괜찮아.

흘러간 곳에서 잘 살테니까.

그리고 추억도 많이 만들고.

그리고 죽을 때는, 다 들 수도 없는

꽃다발처럼 아름다운 걸

한아름 안고 갈거야.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스토리.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맑아지는 기분과 함께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름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차분하면서도 청량감 가득한 소설. 읽는 동안 빙수가 먹고 싶어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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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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