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심슨 제작진의 귀환, 디스인챈트 [영화]

심슨에 비하면 너무 심심한걸
글 입력 2018.12.2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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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제작진의 귀환, 디스인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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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인챈트 포스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심슨 가족을 안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에미상을 수십 번 탄 것으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며, 애니메이션으로 극장판과 게임까지 나왔으니,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국적을 불문하고 좋아하는 유머 요소들과 남녀노소 좋아하는 가족주의 성격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소위 ‘전설’을 만든 제작진들이 넷플릭스에도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제목은 ‘디스인첸트’. 해석하자면 ‘마법을 푼다’ 이다. 전작과는 달리 판타지적인 분위기의 암흑세계를 배경으로, 공주의 모험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아직 파트1 에피소드 10편까지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심슨과 다르다.


 

 심슨 가족의 모든 에피소드를 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를 대체할 만한 애니메이션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겠다. 하나는 그림체이다. 미국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를 보면, 단어로는 표현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진다. 친밀성이 느껴지지 않거나, 기괴하거나, 어색하다. 각이 져 있다는 느낌 또한 받는다. 이에 비해 심슨 같은 경우에는 피부색을 노란색으로 하였고, 동글동글한 그림체로 친숙하게 다가왔다. 어떤 느낌인지 비교해 보자면, 심슨 가족의 초기 그림체와 후반부의 그림체를 비교해보도록 하자. 만약 초기 그림체로 지속되었다면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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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초기버전과 현재 버전

 


둘째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넣었다. 몸짓만으로 재미를 준다든지,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개그요소들을 넣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 유명한 미국 드라마 ‘프랜즈’를 예시로 들어보자. ‘프랜즈’ 또한 비슷하게 한국에서 큰 인지도를 쌓고 있다. 이 또한 심슨 가족들과 비슷한 이유이다. 하지만 가끔 보다 보면, 자막으로는 웃지 못하지만 원어를 들으면 웃을 수 있는 대사들이 나오고, 우리는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유명한 연예인들의 이름이 거론되어, 이들을 아는 사람만이 웃을 수 있는 장면들도 나온다. 즉, 자국민들에게만 통용되는 유머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는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전작의 감독이 만든 새로운 작품을 보는 것이다. 같은 감독이 만들었으니 스타일 또한 비슷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2018년, 그 제작진이 넷플릭스에 ‘디스인첸트’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도 넷플릭스를 결재하기 시작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심슨 가족의 즐거움을 상기하며, 디스인첸트 또한 기대를 충족시켜 주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심슨 가족과 다르다. 심슨 가족의 재미가 사라졌다. 너무 많이 사라졌다. 판타지세계를 차용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이전에 말한 2번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모두가 모르는 세계를 사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같은 제작진이기에 1번째 문제인 그림체 또한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을 없애버렸다.

 

먼저, 심슨에 비해 캐릭터성이나 캐릭터 수 자체도 부족하다. 캐릭터 수는 아직 파트1이기 때문에 후반부를 기약할 수 있지만, 캐릭터성이 너무 부족하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일관적이긴 하지만,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빈 공주 같은 경우는 기대에 미쳤지만, 개인적으로 특히나 엘프인 ‘엘포’라는 캐릭터가 가장 비호감이었다. 스토리를 질질 끌게 하면서 개그를 넣는 시간을 뺏어버리고, 말투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어도 재밌는 장면도 기대한 만큼 재밌지 않다. 게다가 캐릭터 수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여기서 나타나는데, 이들이 메인 캐릭터이기에 지속적으로 러닝 타임을 차지할 것이고, 다른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까지 분량을 차지하여 흥미를 반감시키고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이전의 옴니버스와는 달리 장기간 스토리물이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2개의 사건들을 넣는 심슨 가족들에 비해(심슨가족을 보다보면, 2개의 사건이 교차되며 나타나면서, 결국엔 하나의 결말로 귀속되는 경우가 많다), 디스인첸트는 모든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그 스토리 중간중간에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을 에피소드마다 집어넣었다. 즉, 전개의 속도감이 달라지고, 옴니버스만의 장점을 잃어버렸다. 옴니버스의 경우에는 소위 ‘떡밥’을 뿌릴 필요가 없다. 이후의 에피소드들과 연관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진행해가도 되며, 뒤를 위해 앞을 다시 상기할 필요도 없다. 머리를 쓸 필요 없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에피소드를 건너뛰어도 큰 상관이 없다. 재미없는 에피소드는 언제든지 넘어가도 된다는 것이다. 또한 20분은 개그만 넣어도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진지한 장면도 짧게 끝내버리고, 진지하더라도 주변 인물들을 활용하여 웃기는 장면들로 만들어버린다. 이에 비해 스토리물은 떡밥도 깔아놔야 하기에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 장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인물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주기 위하여 내적 갈등 같은 장면 또한 넣어야 한다. 스토리물만의 장점 또한 있겠지만, 이전 작품인 심슨가족과는 태생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아직 초반부이기도 하고, 시즌 1밖에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크게 무엇이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심슨 가족을 기대하며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디스인챈트'만의 특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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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만큼 작품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것은 없다.


앞에서는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심슨 가족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 나쁘지 않다. 디스인챈트만의 매력 또한 있고, 이러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또한 다수 존재할 것이다.


큰 매력으로는 ‘정신 나감’ 이다. 조연 캐릭터들이나 일부의 메인 캐릭터들은 다들 머릿속에 나사가 하나씩 빠진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이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나사 빠진 헛짓거리’들이다. 직위에 상관없이, 품위에 상관없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요즘은 트랜드에서 좀 지나긴 했지만, 소위 ‘병맛’이라는 매력도 있지 않은가. 디스인챈트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이러한 매력은 다분히 진부할 수 있는 스토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게다가 15세 이상 관람가이니 (미국은 15세 같은 경우에도 수위가 좀 세다) 전작에서 표현하지 못한 그로스함이나 현실성을 무기로 사용하였다.


스토리 또한 막장이다. 전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일반인의 상식선에서는 발생하기 힘든 일들이다. 그런 와중에도 고찰은 잘된 편이다. 중세시대를 현실적으로 묘사한 편이며, 판타지적 요소 또한 적절하게 변형시켰다. 결말 부분은 스포일러지만, 다음 시즌 2에서는 어떻게 진행될지 감이 안 갈 정도이다. 시즌 2가 확정되었다니, 궁금증을 풀 수 있겠다.

 

다른 하나는 ‘독특함’이라고 할 수 있다. ‘독특함’은 ‘정신나감’과 다른 언어이다. ‘정신나감’이 인간의 상식을 저 멀리 벗어난 예측불가라고 하면, ‘독특함’은 정상 인간범주에서 가질 수 있는 참신함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설정들이 매우 독특하다. 메인캐릭터 중 하나인 악마 ‘루시’가 그렇다. 악마이긴 한데,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악마가 아니다. 작고, 귀여우며, 사소하다. 크게 나쁜 짓은 하지 않지만, 적당히 나쁜 짓만 한다. 내면의 본심처럼 조금씩 부추기는 정도로만 행동한다.


다분히 찌질해보이는 악당들도 있다. 악당들이라 하면 트랜스포머의 위대한 지도자 스타스크림이라든지, 포켓몬스터 로켓단의 최강 비주기 등이 생각난다. 이들은 강력하며, 위엄있으며, 기품이 넘친다. 이에 비해 디스인챈트의 악당 둘은 전형적인 nerd다. 고증이 잘됐다면 잘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최고급 마법사들이니 공부만 했을 테고, 사회생활도 못 해 봤겠으니. 여하튼 이런 nerd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의 흑막을 지켜보는 것 또한 다른 관람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결국, 무난무난하다. 신선함, 독특함을 앞세우고 출범하였지만 그리 날카롭지 않으며, 유머라는 엔진은 녹이 슬고 배기량 또한 감소하였다. ‘형만 한 아우 없다’와 ‘썩어도 준치’가 합쳐진 작품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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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포와 공주 빈, 그리고 악마 루시


[이동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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