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끝이 보이지 않는 결핍, <갈증> [도서]

사라진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의 이야기
글 입력 2018.12.27 22: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C0̹%CC%C1%F6_45.png
 


후카마치 아키오 의 <갈증>을 읽었다. 이 책은 제 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수상작이며 일본 영화인 <갈증>의 원작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영화 포스터를 봤었는데 딸인 가나코같은 배우의 얼굴에 피가 튀겨있고, 분위기가 으스스한 게 꼭 공포 스릴러 장르 같았다. 포스터 자체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그랬지만 딸 가나코 역을 맡은 배우의 눈을 자세히 보면 슬픔이 번져있다. 어딘가 텅 빈 사람처럼 보인다.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보고 싶다.


 

0f68c1a16eb278449bd3266e32a80d3c_JGsPRgiRk8jw.jpg
 
 

책 <갈증>은 내가 예상했던 스토리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책 초반에 한 살인사건이 묘사된다. 예전에 형사였던 후지시마는 우연히 한 편의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주변을 뒤덮은 피들, 빠져나온 장기들, 잔인하게 살해된 세 명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데 읽은 대로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머리에 그려지는 상황들이 너무 잔인해 되려 현실감이 없어지기도 했다.

 

살인사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후지시마는 어느 날 아내에게 딸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어째서 경찰이 아닌 전 남편에게 연락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후지시마는 딸을 찾기 위해 수소문을 하고 다닌다. 무슨 단서라도 있을까 싶어 딸의 방에 들어가 수색을 하던 중 그는 딸의 방에서 다량의 각성제를 발견한다. 그 정도 양이면 중독자도 한참 쓸 정도였고 고등학생이 가지고 있을 양이 아니었다. 후지시마는 충격에 빠지고 가나코의 방에서 발견한 사진을 토대로 친구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딸의 행방을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딸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가나코는 그동안 무엇을 숨기고 있었던 걸까. 그것이 궁금해 책을 계속 읽어나갔던 것 같다. 후지시마가 딸을 생각했을 땐 모범생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엄마를 닮아 예쁜 얼굴과 공부도 잘하는 그런 이미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한순간에 깨져버리고 만다.

 

알고 보니 가나코는 알 수 없는 약물과 관련된 큰 조직에 가담되어있었다. 예전에 좋아했던 친구 오가타가 그 조직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그것에 대해 가나코는 복수심을 품는다. 그렇게 조직에 접근해 깊이 파고든다. 목숨이 달린 위험한 일에 가담되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이렇게 계속해서 홀로 수사를 버리는 아버지, 후지시마의 이야기와 가나코에게 도움을 받았던 어느 남학생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사실대로 묘사하면서 강렬함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e339d51d47d0574b949cf7c421de18f8_UzP87K4u4yIRjH.jpg
 


실종된 딸을 찾아 혼자 수사를 벌이는 후시시마가 느낄 고독함, 충격 등 충분히 소설에 나와 있지만 그의 편을 들고 싶지는 않았다. 형사였지만 이젠 경비회사의 직원인 그는 가정보다 일을 더 중요시했던 사람이었다. 어느 날 아내에게 이혼 통지서를 받고 울고불고 사정하지만 들어주지 않는다. 그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고 딸을 잘 알지도 못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땐 딸을 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쁜 조직에 왜 가담했을까, 모든 이유와 추궁을 딸에게 돌렸는데 사실 잘 생각해보면 가나코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다 어른들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아내의 불륜은 잘못되었지만 그 상대를 폭행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후지시마가 폭력적인 사람이라 생각되었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 딸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그 안에서 가나코가 느낄 절망과 결핍을 무엇으로 채운단 말인가. 그런 환경에서 유일한 친구 오가타까지 잃은 그 상처를 무엇으로 메꿀까. 가슴이 뻥 뚫려 버린 것처럼 무엇을 부어도 만족할 수 없는 갈증 같은 상태가 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제 와서 딸을 찾겠다고 수사하는 후지시마가 내 눈에는 곱게 보일 리 없었다. 이제 와서 뭘 안다고.

 

덤덤하고도 간결한 문체로 소설이 이어진다. 읽는 내내 이유모를 갈증을 느낀 것 같다. 과연 이 소설의 주인공, 후지시마는 딸을 찾음으로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딸 가나코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아버지라면 가능할지라도 가나코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신예진.jpg
 

[신예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