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갈증 -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갈증

글 입력 2018.12.28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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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시마는 경찰이었지만 아내의 불륜남을 폭행하면서 퇴직하게 된다. 그 후 경비원 일을 하면서 헤어진 아내, 기리코에게 연락이 온다. 딸 가나코가 사라졌다고. 그렇게 딸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고도 끈질긴.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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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시마, 기리코는 가나코의 부모다. 딸이 태어나면서 둘에게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엄마와 아빠의 힘은 대단하다. 자신의 이름보다 엄마와 아빠라는 자격이 주어졌을 때 더한 사명감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후지시마는 갑자기 사명감에 불타올라 가나코를 찾기로 한다. 딸에 대해 잘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열정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단지 가나코의 아빠라는 자격 하나로 무모한 도전에 뛰어든다.

자식을 정말로 아는 부모가 있을까. 가나코의 방에서 발견된 다량의 각성제와 주사기를 보고도 인정하지 않는다. 내 딸은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그는 어쩌면 벌써 딸이 죽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생각을 저 멀리 깊숙이 묻어두었던 건지도 모른다. 자신이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결론도 내리고 싶지 않은 마음.

후지시마가 가나코를 찾고 있을 때 또 다른 인물, 세오카도 가나코를 찾는다. 3년 전과 현재가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세오카라는 남학생의 시점으로 3년 전의 일을 서술한다. 3년 전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재의 이야기와 가까워진다. 세오카의 시점을 통해 가나코의 비밀이 드러난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자신(세오카)을 구해준 가나코. 그녀의 천사 같은 모습에 첫눈에 반한 세오카는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그녀가 제안한 약속장소에 간다. 그러나 세오카를 기다리는 건 불량 학생들, 술, 각성제 파티 그리고 가나코의 진짜 모습. 세오카가 가나코를 찾았을 땐 자신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후지시마에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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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트라우마가 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다른 누군가는 복수라는 증오심을 키워 자신이나 남을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가나코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을 선택한다. 남을 큰 고통에 빠지게 함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잊는다. 그 방법이 잘못됐다는 건 알지만 삐뚤어진 마음은 질주하면서 나아간다. 자기 자신을 죽일 만큼.



기억


기억은 왜곡되고 미화되기 쉽다. 잘 알지도 못하는 딸을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모습으로 불러낸다. 그러나 그것은 기억의 오류. 후지시마가 생각한 가나코는 어디에도 없었다. 후지시마에겐 그 기억이 없지만 가나코는 그 기억이 있다. 딸을 찾으러 다니면서 딸이 가진 기억을 만나게 된다. 인간의 마지막 금기를 깬 그 날의 일을.

술을 먹으면 난폭해지는 그의 나쁜 술버릇이 가나코를 건드렸다. 자신의 딸을 술김에 범한 것이다.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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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시마는 진실을 원하지만 정작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혼란스럽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잔혹함만이 남아있다. 그것이 진실이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부정하고 싶은 진실.

가나코는 매춘을 연결하는 일을 하며 조직폭력배 조직을 자신의 맘대로 움직인다.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며 그녀는 자신의 갈증을 잠재운다. 가나코의 복수는 부모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로 향한다. 그 복수 방법이 부모가 받게 될 큰 고통임을 알리라.

후지시마의 갈증은 가족관계였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딸을 찾기 시작하지만, 결코 그 갈증은 채워지지 않는다. 후지시마가 딸의 시신이 있는 곳을 파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결국,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고 용서받지 못한 후지시마는 가나코의 환상을 본다. 그는 가나코의 환상을 데리고 다니면서 자신의 잘못을 빈다. 영원히 그녀의 환상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

딸을 찾는 후지시마의 행동은 때로 이해가 되지 않으며 이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었다. 남의 고통엔 상관도 하지 않는 후지시마가 자신의 딸, 가나코의 고통을 느끼는 장면은 기분이 이상했다. 남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나 하는 의문. 자신의 딸을 아프게 했으니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 라고 행동하는 후지시마의 행동에 잠시 눈을 감았다.

너무나 단순해서 모순된 그의 행동이. 때론 너무 우울하고 잔인해서 더는 이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한 번에 소화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 이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에 섬뜩함도 느꼈다. 책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가까이 있는 세계다.

나의 갈증은 해결되었지만 그들의 갈증은 해결되었을까.


[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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