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감, 그 이상의 이해는 불가능한 미스터리 소설. <갈증>

글 입력 2018.12.2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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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읽기 전부터 예감했듯, 이 소설은 매우 불쾌했고 또 때로는 거북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빠르게 읽어나갔던 이유는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힘이 있었고, 섬세한 인물의 심리 묘사가 뛰어났으며,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인간의 추악한 본질을 조금은 공감했기 때문이리라.



누구든 사람을 죽여서라도 지키고 싶은 게 있지. 숨기고 싶은 것이 있고. 가족이나 자기 자신. 자존심과 어둠에 감싸인 비밀.

당신도 그렇잖아?


-<갈증> 311p



너도 마찬가지인 인간이잖아? 책 속 활자가 내게 묻고 있었다.

<갈증> 속 인물들은 저마다 지키고 싶은 게 있다.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사람들을, 그리고 지킬 수 없었던 자신을 증오한다. 비밀을 숨기려 발버둥치는 그들은 이야기가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가려졌던 진실들에 다가설수록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후지시마는 사라진 딸 가나코를 찾는 과정에서 전혀 몰랐던 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그가 알았던 딸의 모습이란 없다. 후지시마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버지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과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그러한 생각들과 자신의 행동 사이에서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인다.


정작 이혼 전에는, 아니 가나코가 사라지기 전에는 아내와 딸에 대해 무관심하며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딸에게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던 후지시마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가나코가 아빠 후지시마와 엄마 기리코를 떠난 건 사라진 '현재'가 아니었다. 이미 가나코를 고통과 증오에 밀어 넣었던 '과거'였지.


"그 애가 말했어. 금기에 당한 인간에게 금기는 없다고. 두려움도 없고 연민도 없다고." /387p


"그 애는 말했어. 너희한테는 아무 짓도 할 생각이 없다고. 이미 없는 거나 다름없다고··· 돌아볼 것도 없다고··· 그게 너희한테 가장 큰 고통이 될 거라고." /410p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다. 가나코도 그렇고, 세오카와 무나가타, 그리고 오사나이와 아즈마 등 소설 속 모든 인물들에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저마다의 동기가 있다. 그러나 공감과 이해는 분명 다르다. <갈증>을 읽으며 괴물의 속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소설 속 인물들의 동기 따위에는 공감할 수 있을진 몰라도 적어도 내 상식과 기준에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까지는 무리였다.

내가 더 불쾌했던 이유는 아마 이 이야기가 아주 허무맹랑한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님을, 나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갈증>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인물들, 그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나를 더 불쾌하게 했고, 비록 책일지라도 인간의 잔혹하고도 괴물같은 본성을 마주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인간 내면 깊숙이 자리한 가장 추악한 것을 들춰내며 을 향해 달려가는 <갈증>은 일본의 제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작에 걸맞게 대단한 '미스터리'를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결코 두번은 읽고 싶지 않다.






<갈증>

지은이 : 후카마치 아키오

옮긴이 : 양억관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 소설 / 외국소설 / 일본소설

쪽 수 : 432쪽

발행일 : 2018년 5월 21일

정가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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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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