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ll You Need Is Love : 이매진 존 레논 展

글 입력 2018.12.3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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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Beatles - All You Need Is Love (Our World 6/25/67)


유난히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길거리에서는 ‘All you need is love’라는 곡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니, 사랑과 온기로 가득한 크리스마스에 걸맞은 음악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 해가 2주도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었지만, 추워지는 날씨와 함께 왜인지 마음이 공허하고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정처 없이 지나온 무언가를 끝내고 마무리지어야 하기 때문일까. 돌아보니 만족스럽지 못한 한해가 된 것 같아 그런 걸까. 아무튼, 괜스레 허무하고 텅 빈 것 같은 마음을 안고 존 레논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Imagine John Lenon

한 사람의 삶을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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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존 레논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의 추모를 위해 만들어진 Strawberry Fields가 재현된 전시장 초입에는 그의 죽음을 알리는 수많은 보도 자료와 그를 애도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전시되어있었다. 존 레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던 터라,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그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의 생애는 무엇을 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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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존 레논의 모든 것에 대해 조명한다. 우울했던 어린 시절부터 뮤지션, 사회운동가, 누군가의 연인, 아버지로서 존 레논의 모습까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5살의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부모님의 이혼. 그 이후 그에게 찾아온 ‘음악’과 영혼의 동반자 폴 매카트니, 리버풀 미술 대학에서 만난 첫 사랑 신시아와 그의 세계를 바꾸어버린 마지막 사랑 요코 오노등 그를 거쳐간 수많은 인연은 지금의 존 레논을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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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대에 살지 못했던 나는 그의 삶에 대해 그저 상상할 뿐이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완성된 누군가의 인생. 죽음으로서 끝나버린 그 일생은 하나의 완결된 서사나 스토리로 여겨질 뿐이다. 15세 즈음에 들었던 앨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은 그가 음악에 빠지게 만들었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나누던 폴 매카트니와는 훗날 세계적인 그룹 비틀즈를 이끌어나가게 된다. 폴의 후원으로 꾸준히 전시를 열어왔던 한 갤러리에 방문한 그는 전시 오픈을 준비하던 요코 오노를 만나 사랑에 빠져 전혀 다른 삶을 시작하기도 한다. 서사를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는 필연처럼 느껴지는 우연이기에 더욱 신기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의 찬란한 인생, 오래도록 회자될 명성과 더불어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관계와 인연에 대해 다시금 떠올려 본다.




All You Need Is Love

존 레논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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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의 삶은 연인 요코 오노와의 만남을 통해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부장적 사고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이전의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그는 요코 오노를 만나 성차별 및 불평등에 날카롭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는 전위예술가인 요코 오노와의 예술적 영감 교류를 통해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의 사랑은 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평화와 사랑을 외치게 되었다.

그녀와 함께 본격적으로 ‘사회 운동가’의 행보를 시작하게 된 그는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평화를 외치는 ‘BED-IN 퍼포먼스’, ‘WAR IS OVER 캠페인’, 겉모습에 대한 편견을 꼬집는 ‘BAGISM(배기즘) 캠페인’등을 통해 세상에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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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월호 롤링스톤 표지사진 (1990)


존 레논 피살 5시간 전 촬영한 마지막 공식 사진. 사진 작가 애니 레보비츠는 존 레논에게 “요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해 봐요.”라고 하자 그 자리에서 외투를 벗고, 바지를 벗고, 속옷을 벗더니 사진과 같이 태아의 모양으로 요코 오노를 안았다.


- 작품 설명 中



전시장에는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써내려간 곡 ‘Love’와 ‘Woman’이 흘러나왔다. 위대한 사랑이 아닐 리가 없다. 요코 오노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 째 바꾸었다. 꽤 감성적인 내 친구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달뜬 목소리로 외쳤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이야!’

예전에 자주 듣던 노래가 떠올라서 살짝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 가사가 딱 들어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세계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는 것.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 사랑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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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을 위해 빵을 굽는 것은
빌보드 차트보다 더 중요한 일이에요.”

존 레논은 요코 오노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션 레논을 향한 사랑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학창시절부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왔던 존 레논은 아들 션 레논이 태어나 누리게 된 행복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판화 작품으로 표현했다. 전시에서는 그가 사랑하는 아들 션 레논을 위해 그렸던 독특하고 재치 있는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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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의 대명사이지만, 그의 사랑이 항상 따뜻했던 것만은 아니다. 신시아와 그 사이에서 탄생한 첫째 아들 줄리안 레논에게는 따뜻함은커녕 무관심에 가까운 비정함을 보였다. ‘Hey Jude’는 폴 매카트니가 사랑받지 못한 채 애처롭게 살아가는 줄리안을 위해 만든 곡이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마, 슬픈 노래를 좋은 노래로 만들어 보자고.
 
요코 오노와의 세기의 사랑은 그의 삶을 송두리 째 바꾸어놓았지만, 그가 여태껏 놓쳐온 것들까지는 바꾸지 못했나보다. 상처를 애써 숨기며 지내다가도 시답잖은 위로에 무너지기도 하는 내게 전시장에 들려오는 ‘Hey Jude’는 확연한 사랑노래로 느껴졌다. 줄리안과 유산된 존 오노 레논 2세에 대한 죄책감으로 존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션과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줄리안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던 걸까. 평생을 소외감과 쓸쓸함을 느낀 채 살아가야한 줄리안은 그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사랑이 가득한 그 곳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책망, 배신감, 용서 따위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You Are Here

참여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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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생을 읽어내려가던 중, 전시 중반부에 흰 벽과 흰 풍선으로 가득 찬 전시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1968년 런던에서 ‘존 레논에서부터 요코 오노까지, 당신은 사랑과 함께 여기에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열렸던 존 레논과 요코오노의 첫 공동 전시를 재현한 공간이었다. 당시 모든 공간과 작품을 흰 색으로 칠하고, 흰 옷을 입고 전시를 오픈한 이들은 오픈 행사에서 365개의 하얀 헬륨 풍선을 런던의 하늘로 쏘아 올렸다.


각각의 풍선 속에는 ‘존과 요코에게 메시지를 쓰세요.’라는 글이 쓰인 봉투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이는 화랑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둘의 전시와 메시지가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풍선에 부착된 봉투를 주워 편지를 보낸 시민들에게는 존 레논이 직접 싸인과 함께 회신을 보냈다. 이를 통해 존 레논은 전시장과 떨어진 이들에게, 당신은 존 레논과 함께 ‘이곳에’ 있다고, 위안과 사랑이 담긴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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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전시를 넘어선 ‘참여하는’ 전시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더욱 깊은 울림으로 남긴다. 직접 그의 일부분이 되어 의도와 메시지를 깊게 들여다보고,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화 운동 ‘BED-IN’ 퍼포먼스와 ‘배기즘(Bagism)’을 그려낸 침대와 흰 가방을 통해 소통의 손길을 건넸다. 직접 앉아보고, 들어가 보고, 사진을 찍으며 나름의 참여를 해보니 그와의 작은 연결고리가 생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침대와 가방. 일상에서 늘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 속에 메시지와 참여를 더해 전혀 새로운 의미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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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소장품들이 전시된 공간은 또 다른 참여로 이루어진 부분이다. 이곳에서는 가슴이 뜨거워지기까지 했는데, 오랜 세월을 소중히 간직해왔을 물건들을 그를 위한 전시에 내놓은 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를 여전히 그리워하며 열띠게 사랑하는 마음이, 누군가를 잊지 않고 여전히 기억하는 애틋한 마음이, 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내게도 온전히 와 닿았다.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과 그를 뜨겁게 사랑하는 이들. 이 모두가 이 전시의 일부분이 된 듯했다.


사랑과 평화를 외쳐온 존 레논. 함께 하는 것의 의미가 더욱 소중했을 그이기에 이러한 참여들은 더욱 의미가 있다. 전시를 보는 내내 그와 함께, 그리고 사랑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곁에 선 그가 말한다. 당신은 사랑과 함께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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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핫 팩 하나, 따뜻한 커피 한 잔, 사랑하는 이의 손. 작디작은 것에서나마 온기를 찾으려 하는 추운 겨울이다. 한 해의 막을 내릴 준비를 하며 쓸쓸해지고 있던 와중에 존 레논 전시회는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거나, 반대로 추모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인간 존 레논’에 중점을 두고 있어 그 따뜻함이 더욱 와 닿았다.


전시를 보고 난 뒤에도 거리에서는 여전히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가 들려왔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 그가 외쳤던 따뜻한 사랑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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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이매진 존 레논展_ 음악보다 아름다운 사람


전시기간 2018년 12월 6일 ~ 2019년 3월 10일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관람시간 오전11시 ~ 오후7시 (오후6시 입장 마감)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가격 (요금) 성인 15,000원 / 청소년 11,000원 / 어린이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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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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