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공연계 결산①] 에디터's pick – 내 맘대로 뽑은 2018 올해의 공연

글 입력 2018.12.29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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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공연계,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한 해의 첫 막은 연출, 배우, 기획사 대표 할 것 없이 성폭력 가해자로 줄줄이 지목되었던 미투(#Me too) 운동이 열었다. 미투 운동은 사과와 하차, 더 나아가 법적 처벌로 이어졌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생동하고 있다. 아울러 미투 운동은 이전부터 이야기돼 왔던 여성 배우의 입지 부족과 여성 서사의 필요성에 대한 담론까지 거세게 촉발시켰고, 이에 따라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뮤지컬 <레드북>,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마틸다>, <마리 퀴리> 등이 차례로 올라왔고, 여성 배우만 나오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공연 기간 전석 매진으로 '없어서 못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불어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극 안에 담긴 고루한 성 관념을 수정한 케이스도 있었으며, 연극 <비평가>,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 뮤지컬 <록키호러쇼>, <더 데빌>, <광화문 연가> 등에서 젠더 프리 캐스팅이 인상적으로 시도된 한 해였다.
 

또한 남북관계의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북한 극작가 송영의 희곡을 극화한 연극 <호신술>이 공연되는가 하면, 오슬로 협정의 비화로 남북관계에 메시지를 던진 연극 <오슬로> 등이 선봬졌다. 한편 대작 뮤지컬의 초연 및 귀환도 관심을 모았다. 창작 초연 뮤지컬 <웃는 남자>가 성공리에 폐막했고, 라이센스 초연 뮤지컬 <마틸다>는 호평을 얻으며 대장정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에 처음으로 당도한 뮤지컬 <라이온킹> 인터내셔널은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엔 서울, 부산 등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여기에 <지킬 앤 하이드>, <엘리자벳>, <팬텀> 등의 대작이 돌아오며 연말을 풍성하게 장식하고 있다.


올 한 해 다들 어떤 마음으로 객석에 앉으셨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막이 내리기 전에 객석을 빠져나갔을 수도, 잔뜩 불뚝한 심사로 2019년의 막이 오르기 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혼란한 격랑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시도, 사랑할 만한 작품이 있었다는 것. 감상은 수용자 각자의 몫이고, 누군가의 '고(高)'가 다른 누군가에겐 '악(惡)'이 되는 건 세상사 자명한 이치이리니. 올 한 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다섯 사람이 괄목했던 다섯 공연을 뽑아보며, 각자의 시선을 통해 2018년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지극히 사적인 감상인지라 '한 해를 정리한다'는 표현은 지나칠 것 같다. 그렇담 '올해 객석에 앉았던 불특정한 다섯 사람은 이렇게 느꼈다' 정도는 어떨까. '누군가는 이렇게 봤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나아가 '올 한 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준 공연은 무엇이었나'까지 떠올려본다면 필자들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김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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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틸다>


2018.09.08. ~ 2019.02.10.

LG아트센터



크기변환_1마틸다_Naughty_마틸다(황예영).jpg
자료제공 : 신시컴퍼니


김나윤   혁명가는 시의적절한 때에 등장하기 마련



: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뮤지컬 <마틸다>는 2011년 런던 웨스트엔드 입성 이래, 비영어권으로는 최초로 2018년 한국 무대를 찾았다. 가정, 학교의 어른들 때문에 괴로움을 겪던 5살 여자아이 마틸다가 특유의 영민함으로 악에 대항해 나간다는 게 공연의 골자. 극의 전경에 배치된 어른과 아이, 남성과 여성 간의 불평등한 위계 관계가 이 어린아이를 혁명가로 만든다.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사랑받지 못했던 가정환경,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고통받아야 했던 학교생활 속에서 마틸다는 스스로의 용기와 연대의 힘으로 '틀린 틀'을 깨부수기 시작한다.


부스스한 머리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마틸다는 여자아이에게 요구되는 일반적인 기대를 해체한다. 그리곤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과 영리함, 정의로움이 더 우위에 있음을 몸소 보여준다. 어린아이들에게 화장과 드레스를 제공하는 뷰티산업이 부흥하는 2018년에, '여성스러움'에 대한 유구한 요구와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이맘때에, <마틸다>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드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정공으로 보여준다. 뮤지컬만의 판타지로 구축한 서사는 남녀노소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성까지 획득한다. 어렵지 않게 또 시의적절하게 혁명가가 등장한 셈. <마틸다>를 본 여자어린이들이 "네네 하며 굽신굽신하지 말고 맞서야 해"라며 '노티(Naughty)'를 부르는 커버 영상에 울컥한 심사가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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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2018.10.02. ~ 2018.10.07.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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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서울예술단



황혜림   박수 칠 때 떠나버린 세 부자의 악의 기원


: ‘악의 기원’이라는 거창한 제목과는 다르게, 죄와 악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어렵지 않게 다룬다. 죄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레오, 다윈, 루미의 당차면서도 귀여운 모습에 웃음 짓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그들의 죄악 깊은 곳에 던져져 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과 아름다운 무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고난도의 넘버에 눈과 귀가 즐겁고 충격적인 결말과 작품이 던지는 불편하고 깊은 물음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작품 특유의 질긴 여운에 못 이겨 다시 공연장을 찾은 수많은 덕후들을 뒤로하고,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려 많은 이들의 원성을 산 최고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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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2018.09.04. ~ 2018.10.01.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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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국립극단



염승희   상징과 해학으로 풀어낸 복수극


: 무대 위에는 이렇다 할 장치가 없다. 그러나 몰입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작품은 두 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무색하게 만든다. 주목할 것은 극이 상징을 다루는 부분이다. 이는 천장에 매달려 수시로 등·퇴장을 거친다거나 거대한 두루마리가 끝없이 풀어지는 등 한정적, 혹은 직관적으로 사용되는 소품에 국한되지 않고 배우의 연기에까지 적용된다. 또한, 작품의 서사에 있어 적절한 절제와 긴장감, 그리고 이를 이완시키는 다양한 해학적 요소는 본 작품에 리듬감을 형성하며,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매력적인 현대 연극의 표본으로 만든다. 텅 빈 무대를 존재감으로 가득 채우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상당하나, 역시 16명의 캐릭터에게 그에 맞는 무게를 부여하며, 생소할 수 있는 중국 고전을 이토록 공감 가능한 복수극으로 각색해낸 고선웅 연출의 날카로운 접근법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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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을린 사랑>


2018.12.06. ~ 2018.12.16.
올림픽공원 K-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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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마크923



김소원   인간 근원에 자리한 폭력과 사랑을 생각해보다



: 인간의 근원에 자리한 폭력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작품.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장소가 계속 뒤바뀌는 이야기를 자연스러운 장면전환으로 흡입력 있게 이끌어간다. 객석과 무대 천장까지 활용하는 연출도 창의적이었다. 덕분에 희곡과 영화를 먼저 봐서 결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무대가 깊어서 긴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던 것을 제외하면 좋았던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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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포>


2018.05.04. ~ 2018.05.13.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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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생의 의지를 갖는다는 거대한 공포



: 현대사회에서 재현된 연극 <공포>는 체홉의 시대보다 더 세밀하고 교활하다. 극 내내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신길과 관객은 안개 입자처럼 떠다니는 불안을 공유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은 것들과 싸우며 살아간다. 불안이 타자기 위에 가득 쌓여서 연극을 보고 글을 쓰는데 문장 하나 완성하기 어려웠다. 잊혀지지 않는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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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바로가기 ▶ [2018 공연계 결산②] 에디터's pick –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고 아쉬워했던 2018 올해의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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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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