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위대한 ‘아티스트’, 혹은 ‘인간’ 존 레논 [전시]

글 입력 2018.12.29 23:2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꾸미기_tt316D7959-57E6-4E9B-96EA-84C293C9716A.jpeg
 


해외의 유수한 팝스타들 중 ‘비틀즈’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아티스트가 있을까. 최근에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국내에서 퀸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이전부터 변함없이 한국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 온 해외 아티스트를 꼽자면 그 중심에는 단연 비틀즈가 있다. 특히 비틀즈의 멤버 중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은 대중음악사 사상 가장 위대하고 혁신적인 음악적 파트너로 현재까지도 대두되는 인물들이다. 또한 이들은 네 멤버 중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많은 멤버들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존 레논은 가장 복잡다단한 삶의 궤적을 남기고 40대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한, 어찌 보면 ‘문제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아티스트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비틀즈의 결성과 성공, 이혼과 오노 요코와의 만남, 비틀즈의 해체와 평화 운동가로서의 면모까지. 생애는 짧았으나 존 레논은 파란만장하고 복잡한 삶을 살았다.


지난 토요일, 이러한 그의 삶을 보다 심층적으로 조망하고자 한 전시 <이매진: 존 레논 展>을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방문했다.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아온 아티스트를 다룬 전시 답게 전시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을 골고루 볼 수 있었다.



꾸미기_ttA0B373B9-F245-46AD-9BDF-5A425D6D0E4B.jpeg
 



비틀즈로서의 존 레논



전시는 존 레논의 ‘죽음’에서부터 출발한다. 1980년 40세의 나이로 사망한 존 레논의 죽음은 당시 타임지에서 ‘음악이 죽은 날’로 명명했듯 전 세계의 음악 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윽고 그가 마지막으로 산책했던 뉴욕 센트럴 파크에는 그를 추모하기 위한 기념비적인 공간, ‘Strawberry Fields’가 조성되기에 이른다. 전시장을 처음 들어서게 되면 이 스트로베리 필드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과 함께 그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또한 이 공간을 둘러싼 둘레에는 그의 죽음을 다룬 많은 기사와 사진, 영상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다음 공간으로 향하면, 여기서부터는 존 레논의 생애가 어린 시절부터 시간 순서대로 스토리텔링 된다. 특히 비틀즈 결성 전, 불우했던 시기 청년 존 레논의 모습이 담긴 자료들은 대외적으로 보도되거나 알려진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15세 즈음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듣고 영향을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그의 당시 머리 스타일은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팝의 거장이 또 다른 팝의 거장에게 매료되며 영향을 받고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꾸미기_tt52596B14-BBFD-4153-B1C8-74CD1226D4E1.jpeg
 


한편, 존 레논의 외롭던 유년 시절과 비틀즈의 전성기까지의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하는 인물로 역시 신시아 레논을 빼놓을 수 없다. 대학 시절 신시아를 처음 만난 존은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들은 곧 가정을 이루게 되며 서로 가장 깊은 유대감을 가진 관계가 된다. 적어도 오노 요코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특히 신시아는 존의 비틀즈 활동에 가장 전폭적인 조력자가 된다. 그 진심을 그들의 사진 자료와, 신시아가 그린 존의 초상화 작품들을 통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위대한 팝 그룹 ‘비틀즈’로서 존 레논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이 전시에서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 전시된 비틀즈의 수많은 앨범들은 특히 그들의 위대함을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비틀즈는 말 그대로, 모든 ‘진부함’에 도전하고자 했던 혁신적인 팝 스타였다. 가벼운 대중음악과 체제 지향적인 노래만이 가득했던 침체된 영국 음악계에 비틀즈의 등장은 역사적인 사건이었고, 특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갖춘 작사, 작곡 능력과 전 멤버에 걸친 집단창작은 당시 유행했던 ‘청년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꾸미기_tt1A21803D-0050-4269-B5B5-17B47236C812.jpeg
 


아카이브 전시 답게 ‘존 레논 展’에는 비틀즈에 관한 희귀한 자료들부터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까지 모든 기록들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실제 애비 로드 앞에 있었던 표지판이었다. 애비 로드를 찾은 팬들의 낙서가 그대로 적혀 있었는데, 이를 통해서 존 레논과 비틀즈를 그저 하나의 역사로 기억하고 있던 나와 같은 요즘 세대의 관람객들도 그들을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미기_tt0D1AEFFA-F03A-4AB2-BEC3-8B1867261E08.jpeg
 


 
오노 요코, 그리고 평화운동가로서의 존 레논



전시의 중반부부터는 역시 존 레논 생애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오노 요코와의 만남과, 그로부터 비롯된 존 레논의 평화운동가적 면모가 집중적으로 조망된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첫 만남은 1966년, 비틀즈가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있던 때였다. 그것은 존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게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신시아와의 이혼을 감행한 후 곧바로 요코와 재혼하게 된다. 전시장 한 편에 쓰여 있는 글귀대로, 존은 그의 인생을 이렇게 한 줄로 정리한다. ‘1940년 출생, 1966년 요코를 만남.’ 평생 동안 영감을 주고 받을 자신의 뮤즈를 찾아 헤맸다던 그에게, 요코의 존재는 마치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와 같았던 것으로 보인다.



꾸미기_ttB8B6C0A8-0B60-486B-8AC2-6DBBD8EC252F.jpeg
 


요코와의 재혼 직후 자료를 전시해 놓은 섹션에서는 그들의 다정한 사진과 후에 결성한 ‘플라스틱 오노 밴드’에 관한 자료들, 그리고 결혼 직후 신혼여행 대신 펼쳤던 평화 시위의 일환인 ‘베드 인 피스’ 등등에 관한 아카이브 자료들이 발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베드 인 피스’의 현장을 재현해 놓은 공간과 배기즘을 모티브로, 관람객으로 하여금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포토존적 성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존과 요코가 염원했던 ‘세계 평화’의 의미가 잘 함축된 공간으로 깔끔하게 표현된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존과 요코의 행복 이면에는 아버지의 사랑을 한 순간도 받지 못했던, 신시아와의 사이에서 탄생한 아들 줄리안이 있었다. 그런 줄리안을 위로하기 위한 의미로 폴 매카트니가 ‘Hey Jude’를 만든 일화는 유명한데, 바로 이 곡의 라이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또한 전시의 일환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곡이다 보니 종종 작은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관람객들을 볼 수 있었다.



꾸미기_tt8DD18236-0B0C-4F67-A028-696D0E47AC95.jpeg
 


전시의 종반부는 요코와의 결혼 이후 미국으로 이주하게 된 존 레논의 모습을 담는다. 이 곳에서 그는 요코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인 션을 돌보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자료에는 존이 션을 위해 그린 그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이 때 그는 다시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평화 시위를 지속해가는 등 음악가와 평화 운동가로서의 행보도 복합적으로 계속해 나갔다.


전시의 마지막은 역시 존 레논이 세상에 던진 대표적인 평화의 메시지, ‘Imagine’이 장식한다. 어두운 공간 속 존 레논이 사용했던 피아노의 옆으로 ‘Imagine’이 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는 것이 바로 이 전시의 마지막 섹션이 되는데, 존 레논의 삶을 전시를 통해 뒤쫓아 가본 후 그 끝에 이르러 듣는 ‘Imagine’은 개인적으로 보다 깊은 곳에서 울림을 주었다. 아마 존 레논에 관한 전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마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꾸미기_ttEB7916AD-B9A2-4480-A709-901B0BCD523F.jpeg
 


종합해 보면, 이 날 관람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이매진: 존 레논 展>은 비교적 깔끔하고 본질에 충실했던 아카이브 전시였다고 평가해 볼 수 있겠다. 특히 개인적으로 오노 요코와의 만남을 비롯한 존 레논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로써, 물론 여전히 그의 개인적 삶을 모두 존중하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의 복잡다단한 인생을 알고, ‘사람’으로서의 존 레논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데에 이 전시가 큰 도움이 되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결론적으로 적어도 나는,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존 레논’이라는 아티스트가 남기고 간 세계에 아주 조금은 발을 들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김현지.jpg
 

[김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