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모셔두었던 통조림 까기, AP사진전

글 입력 2018.12.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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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모셔두었던 통조림 까기

AP사진전


인간의 삶은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다. 역사의 굴곡은 집단과 개인이 남겨온 감정의 발자취다. 그 보이지도 않는 것이 개인과 집단을 얼마나 뒤흔들어 왔는지를 생각할때마다 필자는 무력함과 무게를 동시에 느낀다.


복잡한 대상을 재현하는 작품은 늘 감명을 준다. 그래서 필자는 사진이나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묻어나오긴 하지만, 찰칵하는 소리와 한줄기 빛과 함께 영원히 이미지에 갇힌 현실은 더이상 시간의 흐름에 색을 잃지 않는다.


회화나 소설이 작가안의 세계가 매체를 통해 튀어나온 순수한 것이라면, 영화는 이 세계에서 재현된 작가의 세계고, 보도사진은 통조림처럼 갇힌 현실이다. 그리고 때로는 현실이 상상보다 강렬하다. 동시간대 다른 공간에서 살아숨쉬는 시간을 잡아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1848년 뉴욕의 6개 신문사가 입항하는 선박으로부터 유럽의 뉴스를 공동취재하기 위한 항구조합을 설립의 기원으로 삼고있다. 이번 AP사진전에선 우리가 살아 숨쉬는 시대의 가장 뜨거운 순간을 불러들이는 것으로, 인간과 진실을 담기 위해 움직였던 카메라의 움직임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다.


보라색 맨발의 미망인.jpg
보라색 맨발의 미망인 / India Holi
Bernat Armangue / 2015년
인도 메이라 사하비니 비도브 애쉬람(Meera Sahabhagini Widow Ashram)에서 힌두교 색채 축제인 홀리를 기념하는 축하행사 중 한 힌두교 미망인이 색분, 물, 꽃잎들로 가득 찬 질벅한 바닥에 누워있다. 남편이 죽은 후 애쉬람에 있는 많은 여성들은 불운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가족들에 의해 추방되었고, 일부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열렬한 신도들이 크리슈나 신(Lord Krishna)이 태어났다고 믿는 마을로 이주한다.

 

신문에 실리는 보도사진을 상상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6개의 테마로 나뉘어진다. 역사의 순간을 담아냈지만 그 세세한 역사를 모두 알지 않아도 괜찮다. 잡아채진 현실은 그 자체로도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중 세개의 테마가 감정, 온도, 소리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각 테마는 <너의 하루로 흘러가> , <내게 남긴 온도> , <네가 들려준 소리들>이다. <너의 하루로 흘러가>는 하루의 시간을 쫓아간다.


시간대별로 입체적인 공간에선 새벽, 아침, 정오, 밤에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순간들을 보여준다. 해 뜨고 지는 동안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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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걸프전 / Mideast Gulf War Analysis
John Gapps III, File / 1991년
한 미국 회사의 유정 소방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배경은 쿠웨이트 아흐마디 유전이 타오르고 있다.
 


<내게 남긴 온도>는 역사적 사건이나 진실보다 자신에게 묻어있는 온도를 기억한다. 마냥 우는 사람, 마냥 웃기만 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순진무구하게 현실을 포착한 사진은 그 너머의 것도 비춘다. 역사적 순간부터 일상 생활까지 카메라는 그 이면의 것을 담아내려 한다. 관객들은 이 세션에서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온도를 가진 살아있는 작품으로서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네가 들려준 소리>는 소리를 담아내려 했다. 카메라는 이미지를 포착한 그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미디어와 영상의 결합으로 배치된 소리의 결을 관객들에게 뽐낸다. 이런 독특한 테마들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줄뿐만 아니라, 체험 예술작품으로서 귀한 인류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해질녘 교차로.jpg
해질녘 교차로 / North Korea Daily Life
Dita Alangkara / 2016년
2016년 8월 25일 목요일, 북한 평양에서
해질녘에 교통경찰이 교차로에서
차량 이동을 지시하고 있다.
 


​이런 테마 사진 뿐만아니라, 보도사진의 역할에 맞게, 퓰리처 수상작품과 '대공항', '재즈문화', '흑인인권운동' 등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재현된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과 소통하는 오늘날,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올 <북한전>이다. 이 특별전은 통일교육을 받고 가까운 곳에 있지만 낯설기 짝이 없는 북한을 테마로 하고 있다. 특별전의 사진들은 그곳의 사람들도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사진을 보는 것은 늘 통조림을 까는 것과 같다. 보관해두었던 보존식품을 열어보자. 무뎌진 삶에서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재현되는 향기와 달콤함에 다시 이끌려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AP사진전
-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


일자 : 2018.12.29 ~ 2019.03.03

시간
11:00~20:00 (19:00 입장마감)
휴관 없음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7,000원

주최
동아일보사, ㈜메이크로드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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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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