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18, 올해의 00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12.3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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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새해가 시작됐다며 종소리를 듣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해가 다 가버렸다.

유난히 정신없으면서도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는 한 해, 2018년을 정리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소소한 '2018 어워즈'를 진행해보려 한다.



1. 올해의 노래 : IU - 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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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데뷔가 벌써 10주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세월이 흘렀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무대에서 노래하던 작고 마른 소녀의 모습이 눈 앞에 생생한데, 이제 그녀는 혼자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울 수 있을만큼 엄청난 가수가 되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유는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으로 다가갔을 것이고, 또 기억됐을 것이다. 내 기억 속에 처음 자리 잡은 아이유의 모습은 한 인터넷 방송에서 빅뱅의 태양을 좋아한다며 숨 넘어가게 웃던 순간이었다.

기억 어딘가에 잠든 그녀의 첫인상을 떠올리자 웃기게도 '효리네 민박'에서 담담한 얼굴로 너무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게 감정을 조절하려 한다던 그녀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 'Yellow C A R D /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선을 넘어 그녀의 영역을 침범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만큼 더 단단해졌고, 이제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는 멋진 사람이 되었다.

가사도, 곡의 스타일도, 기존에 아이유가 해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었음에도 당당히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현재 아이유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려주고 있기에 '삐삐'를 올해의 노래로 선정했다. 



2. 올해의 앨범 : KEY -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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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10주년을 맞이한 또다른 가수가 있다. 새로운 앨범을 들고 나올 때마다 소년에서 남자로 돌아오는, 우리의 영원한 소년들, 샤이니다. 그리고 데뷔 10년만에 드디어 멤버 KEY의 솔로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키의 첫 솔로는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며 발표한 디지털 싱글 'Forever Yours'의 무대에서는 솔로 데뷔가 아니라 컴백을 한 것만 같은 스웩을 보여주더니, 곧이어 발표한 정규 앨범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R&B 장르의 노래를 타이틀로 들고 나왔다. 게다가 앨범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정말 지금 이 시대의 트렌드가 꽉꽉 담고 있으니 버릴 노래 하나 없는 완벽한 명반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혼술남녀'의 고시생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놀라운 토요일'의 키어로로 익숙할테지만,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면 모두가 이 앨범을 들어주길 바란다. 아마 당신에게 그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올테니. 지금 제일 힙한 게 뭐야? 지금 제일 트렌디한 게 뭐야? 그 질문에 당당히 내밀 수 있는 앨범이기에 Key의 첫 솔로앨범 'FACE'를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했다.



3. 올해의 영화 :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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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이렇게 흥행하리란 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VIP'로 쓰디쓴 혹평을 맛본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박훈정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 영화계에 너무 많아진 액션물, 게다가 검증되지 않은 신인 여배우를 원톱으로 한 <마녀>는 큰 모험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흡입력있는 스토리와 감독 특유의 액션 연출로 310만 관객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어딘가 어색한 일본만화적인 연출과 스토리로 인해 '과연 한국인들 정서에 맞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막힘 없는 액션과 막힘 없는 스토리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여성캐릭터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신선함에 큰 몫을 차지하는데, 이미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이 영화를 기점으로 더 많은 여성 중심 액션물이 등장하길 바란다.



4. 올해의 드라마 : 손 the g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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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도전적인 작품은 '마녀'였다면, 브라운관에서 도전적인 작품은 '손 the guest'였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엑소시즘이라는 장르에 케이블 방송의 신설 시간대 첫 편성이라는 도전적인 상황에서 '손 the guest'는 큰 성과를 이룬 작품이었다. 첫 방송부터 과감하게 '19세 미만 관람 불가'를 달고 방송하더니 이후에도 파격적인 장면들을 통해 충격을 안겨주었는데, 이 드라마가 성공한 이유가 장르적 특성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얽히고 섥힌 세 주인공의 관계성, 그리고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에 홀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을 기다렸다. 이런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지 올해 최고의 드라마를 꼽는 여러 투표에서 '손 the guest'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즌2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 조차 없다. 부디, 곧 좋은 소식이 있길.



5. 올해의 책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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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내 인생의 첫 텀블벅 후원이었다. 우연히 SNS에서 이 책의 후원 소식을 알게 되었고, 파격적인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 후원 페이지에 접속해 목차를 차례 차례 읽어내려갔다.

마지막 소제목을 읽었을 때, 이미 내 얼굴은 눈물콧물 범벅이었단 건 아직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었다. 웃기게도 책의 목차 속에 내 모습이 담겨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말할 생각 조차 한 적 없던 내 모습. 나는 내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변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그리고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모두 이 책 덕분이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 같은 아픔을 공유한다는 유대감, 그런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괜찮냐고 묻는다면 긍정의 답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아지고 있고, 괜찮아지려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뽑았다.



6. 올해의 예능 : 놀라운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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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TV를 잘 보지 않게 된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1인 크리에이터의 성장으로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넷플릭스와 왓챠를 통해 다른 국가의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국내 예능은 멀리 하게 되며 이제 시청자를 사로잡는 프로그램은 몇 안 되는 상황이다. 특히 tvN의 경우, 나영석 PD를 중심으로 한 단발성 예능이 아니면 콘텐츠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말들을 듣기 시작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그런 말들이 잠시 멈추지 않았나 싶다. 주말 드라마의 결방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연말이라는 시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한 '놀라운 토요일'은 나에게 올해 최고의 예능이었다. 가족, 친구, 그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 멤버들의 호흡은 편안했고, 무엇보다 그동안 국내 예능에서 반복되오던 '벌칙'이 없어 불편하지 않았다.

비슷한 포맷의 '뜻밖의 Q'가 문제를 틀리면 박을 맞는다는 벌칙을 내세웠는데, 여기는 맞추면 맛있는 음식을 준다니 얼마나 평화롭고 즐거웠는지 모른다. 게다가 매주 등장하는 시장의 새로운 음식들은 지금 당장 문을 열고 국내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한다. 단발성 시즌제 프로그램이 많은 tvN에서 자리잡은 롱런 예능인 만큼 2019년에도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정욱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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