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헤미안 랩소디’와 ‘시학’의 상관관계 [음악]

글 입력 2018.12.3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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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전설적인 4인조 록 밴드 퀸의 대표곡 중 하나이자, 현재 대한민국에서 단연 가장 ‘핫’한 노래라고 말할 수 있는 곡인 ‘보헤미안 랩소디’. 이 곡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팝 음악에서는 드물게 6분이라는 긴 길이를 가지고 있으며, 그 구성 또한 아카펠라, 발라드, 하드 록, 오페라 등의 여러 장르가 조합되어 있는 실험적인 특징을 지닌다. 이 곡의 작곡, 작사자인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원래 세 개의 다른 곡이었던 것을 하나의 것을 합친 것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실험적인 구성과 한 편의 비극을 연상시키는 철학적인 가사 때문에 ‘보헤미안 랩소디’는 현재까지도 다양한 해석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최근 가장 일반적인 해석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이 곡의 첫 부분에서 ‘한 남자를 죽였다’는 내용이 바로 프레디 머큐리 자신을 말하는 것이며, 곧 ‘내 안에 있는 한 남자’ 즉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비유했다고 보는 해석이다.


한편, 이 글에서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해석하기 위한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주목했다. ‘시학’은 현대의 극 장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드라마론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통해 인류가 창작한 가장 오래된 극 양식인 비극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시학에 적용하기 적합한 두 가지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플롯적 특징에 있다. 시학에서 말하는 훌륭한 플롯은 ‘선한’ 주인공이 ‘중대한 과실’을 통해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뀌는 결말로 끝나는 것을 일컫는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전반적인 가사 내용은 한 소년이 살인이라는 중대한 과실을 통해 사형을 당하는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시학에서 말하는 훌륭한 플롯과 상당수 맞아 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 특징은 ‘공포’에 있다. 특히 시학에서 말하는 공포의 개념은 단순한 무서움이 아닌 ‘인간의 본질적 두려움’, 즉 몰랐던 것(무지)을 알게 되는 데(인지)서 오는 두려움을 일컫는다. 이러한 공포의 개념을 ‘보헤미안 랩소디’의 내용이 시작될 때의 상황으로 가정해보면 앞에서 말한 플롯을 보다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럼 지금부터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실제 가사 내용을 몇 부분으로 나누어 더욱 자세히 해석해보기로 하자. 먼저 곡의 가장 첫 부분 가사를 보면 이렇다.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이게 정말 현실일까 아니면 환상일까

Caught in a landslide No escape from reality

산사태 속에 묻힌 것처럼 현실을 벗어날 수가 없어



이 부분에서 곡의 주인공인 ‘소년’은 무엇인가를 깨닫고 혼란, 혹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시학에서의 ‘공포’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어떤 것을 비로소 인지하게 됨으로써 비극은 시작되고, 소년의 갈등 또한 따라서 심화된다.



Open your eyes Look up to the skies and see

눈을 뜨고 하늘을 한번 바라봐

I`m just a poor boy I need no sympathy

난 그저 불쌍한 아이일 뿐이지 동정 따위는 필요없어

Because I`m Easy come Easy go Little high Little low

그냥 쉽게 왔다가 쉽게 가 버릴테고 고상하지도 않고 비천하지도 않으니까.

Anyway the wind blows doesn`t really matter to me.. to me..

어디서 시련이 들이닥쳐도 내게 문제될 건 없어. 내게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무서운 사실에 대한 인지를 통해 두려움에 휩싸인 소년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생각하며, 두려움에 대한 어떤 대응을 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이 부분은 시학에서 주인공의 운명 등이 기존의 반대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일컫는 말인 ‘급전’이 곧 일어날 것임을 말해주는 하나의 암시로 해석할 수 있다.



Mama just killed a man

어머니 난 지금 사람을 죽였어요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그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그는 이제 죽었어요

Mama life had just begun

어머니, 내 삶은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데

But Now I `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난 내 삶을 내팽개쳐 버린 거에요

Mama oooo didn`t mean to make you cry

어머니, 당신을 울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

내가 이번에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Carry on ----carry on--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가세요 꿋꿋이 살아가세요

as if nothing really matters

마치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요



결국 소년이 선택했던 두려움에 대한 대응 방법은 ‘살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 두려움의 원인을 제공했던 어떤 남자를 죽인 것이다. 자신에게 불행이 닥쳐올 것을 알고도 소년은 살인을 선택했고, 어머니에게 자신이 살인으로 인해 사형당할지도 모르니 꿋꿋이 살아가라는 말을 전한다. 이 부분이 바로 앞서 암시되었던 ‘급전’이다. 주인공의 운명은 이 부분을 기점으로 기존의 상태에서 불행으로 급속히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too late My time has come

이젠 너무 늦었어요 때가 되니

Send shivers down my spine.Body`s aching all the time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끼쳐오고 육신이 항상 쑤셔와요

Good bye everybody I`ve got to go

모두들 안녕 이제 가야 해요

Gotta leave you all behind and face the truth..

모두를 뒤로 하고 진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Mama ooo I don`t want to die

어머니, 전 죽고 싶지 않아요

I sometimes wish I`d never been born at all.

때론 차라리 제가 아예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라기도 해요



이 부분의 ‘때가 되다’, ‘모두들 안녕’과 같은 가사를 보면 소년은 살인죄로 인해 사형에 처해진 것으로 보인다. 불행이 곧 눈 앞의 현실로 닥쳐온 지금, 소년의 내적 갈등은 더욱 심화되기 시작한다. 깨달음에서 오는 두려움을 넘어선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I see a litte sil-hou-etto of a man,Scaramouch scramouch , will you do the Fan-dan-go.

한 남자의 그림자가 보이는군 광대 스카라무쉬 스카라무쉬 판당고 춤을 출 건가?

Thunder-bolt and light-ning ve-ry ve-ry Frightening me

천둥 번개는 날 아주 아주 두렵게 하고 있어

Gallileo,Gallileo,Gallileo ,Gallileo,Gallileo, fi-gro ,Magnifico

갈릴레오 갈릴레오 갈릴레오 갈릴레오 갈릴레오 피가로 귀하신 몸

I`m just a poor boy and nobody loves me- He`s just a poor boy from a poor family

난 그저 불쌍한 아이일 뿐이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불쌍한 아이일 뿐이야

Spare him his life from this monstrosity

이 끔찍한 상황으로부터 그의 목숨을 구해 주자고

Easy come Easy go will you let me go Bis-mill-ah no we will not let him go

쉽게 왔다가 쉽게 가는 인생 날 보내주세요 절대로 안돼 그를 보내 줄 수 없어

Bis-mill-ah!We will not let you go let him go Mama mia mama mia mama mia let me go

그를 보내주세요. 안돼! 그를 보내 줄 수 없어 어머니... 나를 보내주세요


…(중략)



죽음의 공포에서 기인한 소년의 내면적 갈등은 곧 자아 분열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음악적으로 보았을 때도 이 부분에서는 장르가 오페라로 전환되며 감정이 고조되고, 그것이 가사의 상황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시학에서는 노래를 플롯, 성격, 사상, 조사에 이어 다섯 번째로 중요한 요소로 보면서 이를 비극의 쾌감을 산출하는 양념 즉, 비극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정의했는데, 이 부분의 노래 또한 그러한 역할을 아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Nothing really matters Anyone can see,

문제될 건 없어 누구라도 알 수 있지

Nothing really matters

문제될 건 아무것도 없어

Nothing really mattters to me

내게 문제될 건 아무 것도 없어

Anyway the wind blows--.

어찌됐건 바람은 불지…



가사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체념하는, 혹은 초탈하는 듯한 소년의 모습이 보이며 갈등이 해소되고 곡이 마무리된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앞의 중략된 부분에서 소년의 자아 분열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악마’를 만났다는 내용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소년은 사형에 처해져 죽음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시학적으로 이는 ‘불행’으로 귀결되는 단일한 결말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훌륭한 플롯’이 이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사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두고 시학에서 말하는 ‘훌륭한 플롯’에 완벽히 적용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도 분명 있다. 이 곡에서는 주인공이 공포에 대한 대응으로 살인이라는 행동을 택하면서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를 이미 알고 있지만, 시학에서 말하는 플롯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이 하려는 행위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행동해야 하며 그로 인해 불행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편의 이야기같은 가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적 요소에 의해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롭다. ‘보헤미안 랩소디’ 가사의 시학적 해석은 이 곡이 음악적 측면 뿐만 아니라 문학적 측면에 있어서도 얼마나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다양한 바탕을 통한 새로운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또한 보여준다. 따라서 시학적 해석을 통한 시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해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보헤미안 랩소디’를 듣는 즐거움이 더욱 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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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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