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황금개의 해를 떠나보내며 [기타]

글 입력 2019.01.01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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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밤이 되면 쓸쓸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논하라”


1616년 ‘증광회시’에서 광해군이 낸 책문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섣달 그믐날은 새해를 뜻한다. 한 해가 지고 새해가 다가올 때의 쓸쓸함은 왕조차 피해가지 못했나보다. 연말이 되고 새해가 되면 지난 1년 동안 내가 무엇을 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뿌듯함과 후회가 함께 온다.

 

2018년은 황금 개의 해였다. 2018년이 시작될 때 스스로 다짐했다. “황금 개처럼 열심히 달려야지!”라고 말이다. 다짐처럼 정말 열심히 살았다. 1월부터 교내 문화체험단 자격으로 홍콩과 마카오를 다녀오고, 1학기에는 졸업작품을 제작하고, 여름방학 동안은 2달 동안 캐나다와 뉴욕으로 단기파견을 다녀왔으며, 2학기에는 8과목을 수강함과 동시에 졸업논문을 썼다. 스케쥴에 쫓겨 쓰러지듯 잠드는 날의 연속이었다.


*



그녀의 전시를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바라보는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타인에게 보여지고 싶은 나는 또 어떠한 사람인가.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은 어떠한 삶인가.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내 자신을 알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지원하기 위해 기고했던 글의 내용 중 일부다. 열정이 과했던 탓인지 2학기가 개강하고 육체도 정신도 지치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코코 카피탄의 전시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한 후 남은 2018년의 목표가 열심히 달리자에서 좋아하는 것, 그리고 하고싶은 것을 열심히 하자로 바뀌었다. 후회를 남기기 싫어 모든 것에 열심이었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 나 스스로를 찾아나가자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 뒤로 조금의 욕심을 내려놓고 하고자 하는 일들에 집중을 해나갔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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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은 이렇게 말했다. "즐겁게 낭비한 시간은 낭비한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태어나서 올해처럼 열심히 산 적이 없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록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들은 아니었을지언정 내 스스로가 행복했던 시간을 많이 보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스트레스가 동반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대부분이 시간이 행복했고, 즐거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적어도 나의 정신적인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


“섣달 그믐밤이 되면 쓸쓸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논하라”라는 책문에 대한 문인 이명한의 답은 이러했다고 한다.


“까닭은 묵은해의 남은 빛이 아쉬워서. 그러나 세월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 또한 부질없는 생각일 뿐. 부디 정진하소서“


2018년이 지나고 2019년을 맞이하는 지금 이 순간도 내 자신이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답을 찾으리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열심히 살았지만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일정을 소화했지만 여전히 시간관리와 체력의 부족함에 대한 후회가 남는다. 아마 이명한의 답처럼 묵은해의 남은 빛이 아쉬워서, 흘러보낸 시간이 안타깝고,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쉬워서 계속해서 후회가 남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는 말한다. 이 또한 부질없는 생각일 뿐, 부디 정진하라고 말이다.


2019년이 시작됐다. 2018년에 대한 후회는 지우고 더 정진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시간이 된 것이다. 2019년. 지난 날의 후회를 더 나은 나로 만들기 위한 계기로 삼으며 스스로를 알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가지며 정진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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