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 책 <갈증>

글 입력 2019.01.01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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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갈증>
 ​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


이번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는
책 <갈증>입니다.

불편한 상황들에 지치게 되는,
인간 내면의 어둠을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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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으로, 더 큰 어둠으로, 희망은 없다.

개인적으로 밝히면 본 책은 취향이 아니다. 읽는 내내, 불편했고 어서 이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다. 꽤 구체적인 묘사와 다뤄지는 소재들은 각성제부터 시작해서 매춘, 살인, 조직폭력배, 근친상간까지. 보통 한 작품에서 크게 다뤄지는 굵직한 사건들이 뒤섞여 있다. 이 모든 악몽의 시작은 '가나코의 실종', 그리고 '가나코'를 악마로 만든 '후지시마', 주인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악한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려니 더욱 힘들었다.

책의 시작은 '가나코의 실종'이다.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추리담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아버지가 갈증을 느끼는 것은 '딸의 부재'라기보다 자신이 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딸의 행적을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갈증의 시작은 절대 부성애가 아니다. 딸이 없어져서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딸의 행적을 따라가며 자신이 몰랐던 딸의 모습을 알아가는 것, 그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딸을 찾아가며 자신이 굳이 기억하지 않고 지냈던 자신의 어둠을 떠올리는 것, 그런 것들이 '후지시마'를 갈증나게 했다.​

그런 '후지시마'가 찾아내는 '가나코'를 보자. 이 모든 사건의 중심 '가나코'는 앞서 언급했던 모든 범죄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겉으로 모범생이고 평범했지만, 사랑했던 아이를 잃고 변화한 범죄를 일삼고 있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는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받았다. 어린 아이들에게 성매매를 알선 하며, 권력층에 있는 남성들을 지배한다는 감정에 심취해버린다. 결국, 성매매를 알선했던 아이의 부모에게 죽임을 당한다.

한 마디로, '후지시마'가 만든 괴물 '가나코', 하지만 그녀의 행적들을 동정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이렇게 하나 같이 모든 인물들이 윤리적으로, 법적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마구잡이로 한다. 본인들에게 하나가 부족한 것 같다는, 그런 갈증을 느끼면서, 그러한 인물들을 독자인 나는 절대 응원할 수 없었고, 따라가기도 벅찼다. 이렇게 '악'만 존재하는 이 세계는 희망이 전혀 없다.



'악'에 대한 경고, 불행은 불행으로 막는 것이 아니다.

본 책이 왜 이렇게 인물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또 응원하지 못하게 하는지에 대해 좀더 고심해보기로 했다. 마주하기 버겁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피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앞서 말했던 소재들(마약, 학교폭력, 조직폭력배, 성매매, 성폭력 등)은 실제 현실에 없는 이야기들이 아니다. 어둠 속에 가려져 생살을 찢는 고통처럼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들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그런 피해자들에게 어떤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까. 혹여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혼이 쪼개질 정도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우리는 과연 올바른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가나코'가 아버지 '후지시마'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누군가 '가나코'를 보듬어줬다면, 그리고 그 돌봐줌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었다면 이러한 더 큰 악몽을 우리는 읽지 않아도 됐을까. 본 책을 읽고, '와 이런 일이 현실에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것도 겪지 않았던 일에 대한 묵인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세상엔 '현실에서 있었다고?'하는 일들이 많다. 그만큼 생각할 수도 없는 어둠 속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있다. 그러한 어둠을 수면 위로 올릴 수 있을까. 없다면 그 어둠이 커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많이 하는 생각이 있다. '따뜻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 요즘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며, 그저 가볍게 던지는 말이, 응원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웃음만이라도, 작은 친절이 소중한 요즘이니까. 우리는 다같이 한 세상에 살고 있다. 불편하기에 어둠을 보지 않기엔, 방관하기엔 그 어둠이 금세 자라날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손을 내미는, 들어가려고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친절이 바꿀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작가의 말을 다시 떠올려보자.


“나의 청춘은 어두웠다. <갈증>은 그런 과거를 짜증스럽게 되뇌며 썼다. 이는 고독과 증오를 견디지 못하고 질주하는 인간들의 슬픔을 그린 작품이다. 우애와 화합을 버렸기 때문에 심한 거부감을 갖는 분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 소설의 세계에 공감할 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애 가득한 세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찬란한 태양을 향해 침을 뱉고 싶은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매일 상처받고, 누군가에게 증오하고, 아무도 손 내밀어주지 않아 고독하다. 그럴 때면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이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TV 속의 사람들은 뭔가 그렇게 행복해서 웃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다. 그렇게 분노하는 것은 쉬운 길이다. 어렵지만 자신이 원하는 따뜻함을 나누는 일, 그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 책은 인간의 '욕망', '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난 본 책을 보고서 '악'에 대해 경고하고 싶다. 불행은 불행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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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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