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빨간 하이힐 [기타]

2018을 돌아보고 2019를 꿈꾸며
글 입력 2019.01.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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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브에서 영상을 봤다. 어떤 영상인지 다시 못 찾았지만 내용은 기억이 난다. 그 유튜버가 18살 즈음에 30살이 되면 해야지라고 꿈꿔왔던 로망이 바로 빨간 하이힐을 사서 신는 것이었다. 30이 되어 이 로망이 다시 떠올라 빨간 구두를 사려 찾았는데 빨간 구두를 파는 곳이 없어 결국 사지 못했다. 그걸 보고 친구가 샀던 안 샀던 그래도 그걸 위해 노력하고 시도했던 그 과정이 재미있지 않았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 사람의 지난 인생에도 적용이 됐다.


우리는 인생의 많은 순간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좌절하고 실망한다.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그래도 이 노력이 무의미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현실에서 달성하지 못한 목표를 눈 앞에 마주했을 때 그 좌절감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그래도 ‘노력해본 사람’만이 슬럼프에 빠지는 걸 넘어서서 그 모든 과정이 의미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빨간 하이힐'같은 무언가를 위해 뛰어가고 나아가는 그 모든 과정은 '무언가를 위한' 노력임에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삶은 목표 달성과 준비기간으로만 구성되어있지 않다. 내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아직은 좌절하는 인내의 시간일지라도 그 매 순간은 나의 인생의 빛나는 한 페이지라는 것이다.


문득 이 생각이 떠올랐다. 나의 모든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했고 그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나로 나는 흘러왔구나. 그러게. 내가 무료하게 보냈다고 생각하는 순간도, 기억도 잘 안 나서 별로 였다 생각했던 순간들도, 혹은 잊고 싶거나 실패했다 생각했던 순간들도,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인생에 한 페이지 페이지로 쌓여왔구나. 특히 기억나는 구절이 있을진 몰라도 그 모든 순간들은 결국 나의 인생이라는 책의 동등한 페이지들이구나.


과거의 순간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드니 지금 이 순간도 더 오롯이 받아들이게 된다. 과거의 순간순간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으니 지금 이 순간도 그 자체로 빛나며 지금 이 순간들이 모여 미래가 된다는 것도 피부로 와 닿는다.


요새 나는 미래만을 바라보고 의식적으로 강조했는데,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되게 좋은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대한 후회 말고 진짜 나의 삶, 내 생각 말고 진짜 내가 겪었던 일들, 나의 일대기들을 돌아보는 것 말이다.


시간과 삶, 목표와 과정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내 마음 한편 확신하고 있는 한 가지 기억도 떠오른다. 고3 시절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의 성적을 보며 대학 순위표에서 그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학교를 ‘너무나도 쉽게’ 추천해줬었다. 성적별 대학 순위표 단 하나를 보며 말이다. 그 추천에 정작 학생 개개인은 없었다. 나는 고3 때 표 하나를 들고 나에게 대학 리스트를 추천해주던 선생님의 말보다 내 마음에게 물어 선택을 했고 고민을 했고 노력을 했다. 내가 1순위로 원하던 목표의 대학교를 가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어찌 보면 실패를 겪었으나 나는 과정을 겪었고 결국 결과 또한 완벽하진 않았으나 만족스러웠다. 아직도 그때 내가 그렇게 한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엄마와 내 고3 때 수능 관련 얘기를 하다 내가 별생각 없이 확고하게 한 얘기가 있었다. 내가 한 얘기인데 그 확신에 찬 나의 말이 다시 내 뇌리에 남았다. 이렇게 말했다. "누가 알려줘서 그걸 따라 한 거 말고, 내가 선택해서 이뤄낸 것들은 그 무엇보다 낫다고". 내가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는데도 나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떤 확률과 기준을 따르는 것보다도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고민하는 게 얼마나 값진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됐든 나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많은 것을 남기는지. 누가 알려줘서 안게 아니라 내가 겪어서 알겠다. 내 인생에 대한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노력의 과정은 결과에 상관없이 정말 값지다. 왜 값진지 이유가 필요 없다. 그냥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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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꿈꾸던 것들을 다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꿈꾸는 것들이 많았고 로망이 많았으나 그 모든 로망을 실현하진 못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다그쳤고 스스로에게 아쉬웠다. 때론 이런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그럼에도 나의 그 모든 순간들이 오롯이 내 인생의 한 페이지임을 떠올리며, 그럼에도 내가 이뤄낸 내 인생의 업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으며 지난 순간마다 나를 조금씩 성장시켰다는 것도 알고 있자. 나의 모든 삶과 모습은 나다. 세상은 나 하나로 쉽게 바뀌지 않지만,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유독 있는 그대로 나에게 들어올 때, 조금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어떤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는 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노력하는 그 과정이 얼마나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 기억해야겠다.


2018의 마지막을 바라보며, 그저 흘러가는 시간 중 하나라고 바라보면 의미 없지만, 그럼에도 1년이라는 단위가 있어 나를 돌아볼 기회가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2018년을 돌아보고 2019를 꿈꾸며, 나만의 ‘빨간 하이힐’을 다이어리에 적어봐야겠다. 시간이 된다면 과거의 나도 돌아봐야겠다. 내 순간들 말이다. 다 해내지 못하면서도 계속해서 꿈꿨던 그 꿈들을 소중히 여겨 언제나 '로망 리스트'를 만들어 적어놨던 나의 흔적들도 들쳐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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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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