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Epilogue.

모두 무사하길 바랍니다.
글 입력 2019.01.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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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요. 모두 어떻게 한 해 동안 살아갈 수 있었나요. 아주 가끔 ‘아,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겠어.’ 하는 실낱같은 낌새를 감지하곤 했습니다. ‘살아갈 수 있다는 느낌’ 그건 아주 순식간에 주어졌다 사라지는 것이어서 그 느낌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자주 끔찍하게 민감해야 했습니다. 귀를 기울이고 감도를 높이고 촉각을 별러야 했지요. 저는 게을렀기 때문에 자주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어떤 것과도 접촉하지 않으며 종종 실패했습니다.  ‘어떤 느낌’이라는 건 너무나 사소해서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중대한 결정의 근거로는 터무니없어 보일 때도 더러 있었습니다만, 그건 동시에 아주 결정적이어서 꼭 그것이어야만 했습니다. 삶의 위대함과 대의를 모르고 자주 실망하고 허무해졌던 날들 사이에 어떤 느낌 덕분에 다시 무수한 허무를 반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번번이 낙담하면서도 태연하게 다음 날을 기다렸습니다. 나는 고작 ‘어떤 느낌’을 좇아 살아왔다고 한 대도 볼품 없는 일은 아니겠지요?


어떻게 한 해나 살 수 있었지, 가늠하는 일마저 사소해져버렸습니다.


매일 밤 일기를 썼습니다. 2018년 1월 1일에는 무섭다고 썼습니다. 시작하는 것들 미숙한 것들은 무섭고 아름답고 싶은 마음은 지독했습니다. 2018년 12월 31일에는 한 해 동안 수고가 많았노라고 썼습니다. 아슬아슬한 마음을 부둥켜안고 어떤 식으로든 삶을 가꿔나갔다는 데에 집중하고 조금 더 의젓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매일 밤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아주 많이 생각합니다. 우리 함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을 나눠 먹고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생각하다가 한없이 그리워지고 미안해지고 보고 싶고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매일 한없이 기다리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멀뚱멀뚱 사람을 생각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지루했습니다. 내가 나에 대해 말하는 건 이쯤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엄마는 신년을 맞아 황금돼지 사진을 보냈고 큰아들은 취직하고 큰딸은 무사 귀국 작은딸은… 등등의 바람을 죽 늘어놨습니다. 엄마의 바람을 듣는 일이나, 막 스무 살이 된 동생에게 다 큰 어른인 척 농담을 건네는 일, 친구와 산사춘을 홀짝이는 밤과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 떡국을 만들어 먹는 일. 그런 일들을 곱씹고 결코 잊지 않겠다는 거창한 결심은 없이 그저 한 번쯤 되새깁니다. 말들과 행동, 일어난 일들과 고대하는 일, 사이와 사이라는 것, 간극, 말하지 않은 것과 말한 것, 진심 또는 진실, 매섭거나 잔뜩 다정한 등등의 일들은 모두 사람을 경유해, 그들의 몸을 한 바퀴 돌아 나에게 전해집니다. 그들에게서 전해 받은 것을 훼손하지 않고 가장 근사한 것으로 저장해두었다가 그들에게 고스란히, 가능하다면 좀 더 살을 붙이고 단단한 것으로 가꾸어, 다시 돌려줄 때에 모든 일들의 ‘의미’가 발생한다고 믿습니다.


2018년 7월,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을 시작하며 궤도를 돌아 도래하는 것들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글의 꼴을 빌려 기록해두겠다 약속했습니다. 마음의 결을 낱낱이 알아차리겠다는 다짐은 지금 보니 꽤 오만했네요. 그건 결코 나 혼자서 내 이야기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정하고 섬세하게, 첨예하고 치밀하게, 솔직하고 성의 있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며,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길 바랍니다. 한 해가 훌쩍 가버렸으니 잘 가라고 인사합니다. 이번 한 해도 모두 무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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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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