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힘내라고 말하지 않기 <타샤의 계절> [도서]

위로받을 준비
글 입력 2019.01.0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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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예쁘게 모셔두고 싶으면서도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들려주는 듯한 화법으로 진행한다. 길면 세 문장인 텍스트와 앙증맞은 삽화로 이루어져 있다.


<타샤의 계절>은 나를 두둔해줬다. 장과 장에서 상서로운 그림체가 맞이해준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읽은 책은, 여느 책처럼 내 삶에 당위를 부여해주지 않았다. 사는 데 당위가 필요 없다고 말해줬다는 게 정확하다.


그들의 1년을 지켜보면서, 아니 들려주는 얘기를 귀담아들으면서 저벅저벅 걸어왔던 겨울 길에서, 발가락 사이로 훈기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지구 반대편에서 조곤조곤 얘기하는 게 뭐라고,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줬다. 내 1년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1년이 시작하는 기로에서 말해준다. 치열하게 살아도 되지만,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돼 네 마음이 가는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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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사람들은 워라벨과 힐링을 노래하게 됐다.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힘들어도 좀 더 힘내라던 노래 가사나 자기 계발서가 달라졌다. 이제는 누구도 섣불리 힘내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이미 힘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말은 오히려 기운 빠지게 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어느새,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조언하게 됐다.

그만큼 사람들이 제 삶을 되돌아보게 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제서야 삶의 질이 향상된 걸까? 아니야, 삶이 너무 힘들고 고달파져서 억지로라도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버티고 버텨서 안되니까, 자기 자신을 보살피는 것이다. 바다의 자정작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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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섣불리 남에게 무책임할 수도 있는 조언이나 힘내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된 건, 이제 그 사람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됐다는 거다. 자신의 고됨을 알기에, 다른 사람에게 섣불리 말할 수 없다.

기실 힘내라는 말은 어쩌면 무책임할 수 있는 말이나, 고르고 골라서 하는 말이나 그 사람을 생각하기 때문에 말해주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골라도 듣는 입장에선 힘들거나 전혀 위로가 안 될 순 없어도 그렇다고 위로를 안 할 순 없잖아. 당장 힘들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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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실 오만 아닐까?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위로하는 건, 우리가 그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이미지, 다른 사람을 위하고 생각한다는 자애롭고 따뜻한 이미지를 갖고 싶어서 일 수도 있어. 사실은 위로하면서 저열한 우월감을 느낄지는 어떻게 알까. 위로해야 할 것만 같은 사람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위태로운 사람이다.

섣불리 위로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왜냐하면 아직 위로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

타샤의 계절은 그 준비를 도와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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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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