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쾌한 슬픔, 슬픈 유쾌함_<스윙 키즈> [영화}

글 입력 2019.01.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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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어보자, 탭댄스로.”


한국 영화 속 탭댄스라니, 그것은 나에게 있어 굉장히 신선한 소재였다. 특히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의 뮤지컬 영화를 보는 것인가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물론 <스윙키즈>는 뮤지컬 영화가 아니다. 다른 뮤지컬 영화처럼 뮤지컬 넘버가 끝났다고 많은 서사가 지나가 있지 않다. 애초에 노래를 부르면서 연기를 하지도 않는다. <스윙 키즈> 속 탭댄스는 자유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서사를 담고 있지는 않다.



 

자유롭게 춤을 추고 싶어 _ modern love


 


“Never gonna fall for modern love,

현대적 사랑에 절대 빠지지 않을 거야”


 

 


멜로디만 들으면 그저 신이 나고 발랄한 곡이다. 그러나 이 노래의 가사를 살펴보면 <스윙 키즈>와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사 속 화자는 현실을 갑갑해 하고 벗어나고 싶어한다.



“gets me to the church on time,

terrifies me, Puts my trust in God and me

No confession, no religion,

I don’t believe in modern love”


 

노래 속 화자는 제시간에 교회에 가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화자를 두렵게 만들고 신을 믿어야 한다며 강요한다. 이 상황 자체에 무서워하지만, 화자는 그래도 그것에 속하지 않는다. 그래도 교회를 믿지 않고 마음속으로는 그것에 말려들지 않는다. 겉으로 봤을 때는 순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현대의 사랑, 즉 현대가 강요하는 무언가를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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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외부 상황을 거부하는 내용을 가진 곡이기에 영화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준다. 무엇이든 그저 일이 긍정적으로 풀려나갈 것 같았지만 전쟁은 전쟁이었다. 수용소에서 그 누구도 서로를 공격할 기회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용소 내에 사건이 터지고 더는 댄스단을 진행하기가 힘들어졌다.

 

전쟁의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삶 또한 고단했다. 판래(박혜수)는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기수(도경수)는 미국군과 북한국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자신의 장소에서 뛰쳐나가서 춘다. 하늘 아래에서 자유로이 춘다. 그러나 이내 장면은 전환된다. 판래와 기수 모두 원래의 자리에 머물러있다. 그렇다. 뛰쳐나간 것은 상상이었다. 자유롭게 춤추고 싶지만, 전쟁은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스윙 키즈>는 초반에 정말 유쾌하다. ‘정말 포로수용소 맞아? 괜찮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해 ‘보인다’. 다른 미국 병사들과 서로 욕하면서 화를 도발하는 장면은 정말 유쾌하다. 그러한 유쾌함을 앞서 보여주기에 뒤로 갈수록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유쾌하지만 슬픈 <스윙 키즈>. 그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modern love>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빌어먹을 이념! _ sing, sing, sing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은 재즈 스탠다드 넘버 중 하나로, 베니 굿맨이 이끌었던 ‘스윙 재즈’의 대표곡이다. 트럼본과 트럼펫이 어우러지는 인트로와 흥겨운 멜로디는 절로 몸을 들썩이게 한다. 특히 이 곡은 유명한 에어컨, 과자 cf에 삽입되어 귀에 매우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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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가장 즐거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 노래가 삽입된 장면은 영화 속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다. 기수는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꾸려 한다. 북한 쪽의 명령으로 기수는 소장을 총으로 쏴야 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온 기자들로 가득 찬 크리스마스 공연. 그중 ‘북한 공산주의자가 추는 미국 춤’은 소장이 그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무대였다. 그런 무대에서 잭슨은 당돌하게 말한다.

‘빌어먹을 이념!’

 

무대는 시작된다. 가장 흥겹고 메인이 되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장면은 허무하게 슬프다. 정말로 허무하게 슬프다. 그렇지만 그것이 가장 전쟁 에서 나올 수 있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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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헤피 엔딩이 아니다. 잭슨 또한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나머지 댄스단은 더더욱 해피 엔딩이 아니었다. 이 영화의 예고편만 보면 정말 유쾌해 보인다. 아무리 전쟁 속 상황이라지만 그래도 어쩌면, 이라는 생각과 함께 디즈니 식의 엔딩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전쟁에서, 그것도 포로로 잡혀 들어온 곳에서 헤피 엔딩이라는 것이 있을까? 이처럼 영화 <스윙 키즈>가 보여준 흥겨움과 슬픔은 1951년 한국 현실 그 자체였다.



 

스윙 키즈 어땠어?


 

어떤 사람들은 <스윙 키즈>에 한국식 신파가 많이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것이,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억지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신파는 아니었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감정이 몰아치는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점차 슬픔을 쌓아 올리는 식이다. 배우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는 등 과도하게 감정에 이입하지 않도록 한다. 오히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게 하거나 혹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볼 수 있기에 더욱 슬프다. 인물 개개인의 슬픔에 이입되기보다는 전체적인 상황에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말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버스를 기다릴 때, 계속 내 발은 땅을 탭(tap)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가시지 않는 가슴 아픈 여운을, 발로는 그 신났던 리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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