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아이콘의 예술, <키스 해링전>

글 입력 2019.01.0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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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링 포스터_배트맨.jpg


"예술은 삶, 삶은 곧 예술이다.
(Art is Life. Life is Art.)”

- 키스 해링 Keith Haring (1958-1990)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면서, 만화 등 당시의 대중문화를 흡수했던 키스 해링은 1980년대 팝문화와 비트세대의 예술로 등장한 그래피티 아트씬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예술계의 악동으로 급부상한 해링은 항상 예술의 폐쇄성에 의문을 가졌다. '그들만의 예술', 이를 부수는 첫 걸음이 바로 지하철 역의 광고판에 분필로 그린 <지하철 드로잉> 시리즈였다. 경찰과 역무원의 눈을 피해 단순한 선으로 그린 ‘빛나는 아기’는 자신이 세상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의 시작이었다.

1980년대를 휩쓴 팝문화와 클럽 문화는 키스 해링이 품고 있던 예술에 대한 이상과 잘 부합했다. 바로 ‘대중을 위한 예술’,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이라는 이상은 이러한 장소에서 더욱 증폭되었다. 해링은 유명세를 타면서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더욱 밀어붙였다. 지하철 역의 드로잉에서 벗어나, 포스터, 음악 앨범의 커버 디자인 등을 통해서 대중들로 하여금 더욱 쉽게 자신의 예술을 접하도록 만들었다. 1960년대 미국 예술씬을 선도했던 앤디 워홀과의 만남은 또다른 해링 예술의 전기였다. 두꺼운 선, 만화적인 도상 등 팝아트의 세례를 받았지만, 팝아트와는 또다른 해링의 작업 세계가 서로 섞이는 기폭제가 되었다.


해링은 새로운 예술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소수의 사람만이 작품을 접하고 소장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접하고 소장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작업 세계를 기획했다. 바로 뉴욕과 도쿄의 팝 숍이었다.



“팝 숍을 열면서 나는 지하철 드로잉과 같이 내 작품을 매개로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길 원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에게 내 생각들이 어필하길 원했고, 그래서 이 공간이 소수의 컬렉터들이 와서 작품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 심지어 어린이들도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 이러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통해서 상업예술, 순수미술과 같이 규정지어진 벽들을 허물고 싶다. 지하철 드로잉도 같은 생각의 발로였다. 진짜 내 진정한 바람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언젠가는 거리의 아이들도 예술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들이 미술관에 갔을 때 어색하지 않고 친숙한 느낌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 『키스 해링, 존 그루언이 쓴 공인된 전기』, 14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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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마치 아이콘 같은 그의 작품과 이름 모두 우리나라에서 꽤 익숙한 이미지이다. 사실 많은 이들에게 그의 작품은 익숙한 느낌이지만 여느 예술가들처럼 그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작품세계에는 어떤 의미들이 담겨 있을까하는 의문은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이번 키스 해링 전시가 그 호기심을 해소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막연히 많은 사람들이 그가 그려낸 아이콘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 한 번쯤은 궁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팝아트적인 느낌의 간단하고 화려하면서도 이면의 메세지들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들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일차적으로 봤을 때 받은 느낌과 다른 것이었다면 더더욱 그 의미를 아는 것이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다양한 색깔과 동작들, 반복적인 것들을 담고 있지만 결코 촌스럽지 않은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오히려 무언가 정리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보기 쉬우면서도 어떤 괴짜가 이런 그림을 그려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기 쉬울 것 같으면서도 정교한 것이 그의 그림이 아닐까 싶다. 마치 피카소 그림처럼 누구나 쉽게 슥슥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누군가는 '저것도 예술작품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창작에는 경계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키스 해링도, 처음에는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단지 아이콘같은 그림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키스 해링이라는 브랜드가 생긴 순간 그의 작품관들이 지속해서 구축되고 점점 그 색을 굳히게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이렇게 그의 작품이 많은 곳에 전시되고 언급되는 것은 분명 하나의 예술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드러내준다. 꼭 추상적인 것 만이 예술이 아닌,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좋은 예술이라 말할 수 있는 증거이다.


그의 전기에 언급된 것처럼, 키스 해링의 작품은 장소와 성별 그리고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상상해보면 지하철, 길거리, 집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그림체하며 남녀와 어린아이에 상관없이 이목을 끌 만한 간단하고 강렬한 이미지들이 다수이다. 보통 미술전시회를 가보면 정말 다양한 미술가의 작품들과 다른 세계관들이 존재하는데, 그가 추구하는 친숙함과 익숙함도 보편적인 예술의 한 종류가 됨으로써 키스 해링이라는 인물을 이루어낸다. 작품을 통해 그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맞닿아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는 것,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전시구성 및 대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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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키스 해링의 초기 작품부터 에이즈 진단을 받고 타계하기 전까지 작업했던 작품들을 아우른다. 10년이라는 짧은 작업 기간 동안 페인팅, 드로잉, 조각, 앨범아트와 포스터 등 다양한 매체로 방대한 작업을 했던 키스 해링의 주요 작품 175점을 총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선보인다. 그가 활동하던 모습이 담긴 사진, 관련 영상, 콜라보레이션 상품들 또한 함께 전시된다

- 표출의 시작 The Beginning
- 모든 이를 위한 스토리텔링 Story Telling

- 예술적 환각을 통한 초월 Transcend

- 메시지, 음악을 통한 발언 Message and Music

- ‘해링 코드’, 심볼과 아이콘 Symbols and Icons

- ‘종말’이라는 디스토피아 Uncovering the Distopia

- 원시 에너지와의 조화 Primeval Energy

- 시작의 끝, 그리고 끝의 시작 The end of the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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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아기(Radiant Baby)_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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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Icons)_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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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Untitled)_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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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Untitled)_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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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Retrospect)_ 1989

The Story of Red and Blue.jpg
빨강과 파랑의 이야기(The Story of Red and Blue)_ 1989

Crack Down!.jpg
단속하라!(Crack Down!)_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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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Untitled)_ 1987(재인쇄 2006)





키스해링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


일자 : 2018.11.24 ~ 2019.03.17

시간
10:00~20:00 (19:00 입장마감)

장소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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