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키스 해링 展>

글 입력 2019.01.0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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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링 포스터_빛나는아기.jpg


오랜만에 전시를 보러 갈 마음을 먹었다. 무슨 전시를 보러갈까 고민하던 차에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로부터 키스 해링 전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키스 해링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 화풍이 워낙에 독특한지라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던 차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 전시 안내 >

이 전시는 10년간 불꽃처럼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우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 한 젊은 작가의 연대기다. 19세기 말, 10년의 기간 동안 정신병과 싸우며 자신의 감정과 색채로 예술혼을 불살랐던 빈센트 반 고흐처럼, 키스 해링은 100년 뒤인 20세기 말, 10년의 짧은 기간 동안 에이즈라는 병마와 싸우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퍼뜨렸다.

키스 해링은 당시 풍미했던 팝문화를 통해 보편적인 우리의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설파했다. 31년의 짧은 생애는 그의 위대한 꿈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에 열리는 <키스 해링> 전시를 통해 이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향해 ‘빛을 내뿜는 아기’와, 세상을 향해 ‘컹컹 짖고 있는 개’들과 함께 울려 퍼지는 키스 해링의 ‘영원한 사랑’을 말이다.

11월24일부터 2019년 3월 17일까지 DDP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키스 해링의 초기 작품부터 에이즈 진단을 받고 타계하기 전까지 작업했던 작품들을 아우른다. 10년이라는 짧은 작업 기간 동안 페인팅, 드로잉, 조각, 앨범아트와 포스터 등 다양한 매체로 방대한 작업을 했던 키스 해링의 주요 작품 175점을 총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선보인다. 그가 활동하던 모습이 담긴 사진, 관련 영상, 콜라보레이션 상품들 또한 함께 전시된다.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면서, 만화 등 당시의 대중문화를 흡수했던 키스 해링은 1980년대 팝문화와 비트세대의 예술로 등장한 그래피티 아트씬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예술계의 악동으로 급부상한 해링은 항상 예술의 폐쇄성에 의문을 가졌다. '그들만의 예술', 이를 부수는 첫 걸음이 바로 지하철 역의 광고판에 분필로 그린 <지하철 드로잉> 시리즈였다. 경찰과 역무원의 눈을 피해 단순한 선으로 그린 ‘빛나는 아기’는 자신이 세상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의 시작이었다.


1980년대를 휩쓴 팝문화와 클럽 문화는 키스 해링이 품고 있던 예술에 대한 이상과 잘 부합했다. 바로 ‘대중을 위한 예술’,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이라는 이상은 이러한 장소에서 더욱 증폭되었다. 해링은 유명세를 타면서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더욱 밀어붙였다. 지하철 역의 드로잉에서 벗어나, 포스터, 음악 앨범의 커버 디자인 등을 통해서 대중들로 하여금 더욱 쉽게 자신의 예술을 접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클럽을 통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이 때 등장한다.


1960년대 미국 예술씬을 선도했던 앤디 워홀과의 만남은 또다른 해링 예술의 전기였다. 두꺼운 선, 만화적인 도상 등 팝아트의 세례를 받았지만, 팝아트와는 또다른 해링의 작업 세계가 서로 섞이는 기폭제가 되었다. 해링은 새로운 예술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소수의 사람만이 작품을 접하고 소장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접하고 소장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작업 세계를 기획했다. 바로 뉴욕과 도쿄의 팝 숍이었다.


1988년, 키스 해링은 병원으로부터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음을 통보받는다. 그러나 이는 그에게 멈춤이 아닌 또다른 시작이었다. 그는 과거의 작업 세계에서 좀더 확장된 자신의 예술관을 펼치기 시작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새로운 예술, 세상을 향한 보편적 예술을 위한 열정으로 변모했다. 탄생, 인생, 죽음 등 우리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어린이를 위한 <파랑과 빨강의 이야기>, 병마와 싸우며 비트 세대의 거장 윌리엄 버로스와 함께 작업한 <종말> 시리즈 등은 해링이 생각하는 우리의 삶과 그 속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전하는 마지막 열정이었다. 이와 함께 세계 곳곳에 그린 벽화, 어린이들과의 다양한 협업, 뉴욕과 도쿄의 팝 숍을 열정적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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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구성


1. 표출의 시작 The Beginning
키스 해링은 뉴욕의 지하철 속 그래피티를 ‘발견한’ 후,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를 깨닫게 되었다. 그는 탄생, 죽음, 사랑, 전쟁과 같이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주제를 표출하기 위해, 흰색 분필을 사용하여 검은 종이로 덮인 광고판에 아기, 동물, 텔레비전과 사람들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
이 지하철 드로잉을 통해 키스 해링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2. 모든 이를 위한 스토리텔링 Story Telling
해링은 짧지만 강렬했던 작업 기간동안 배경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과 작업하는데 몰두했다. 그는 아동 도서를 여럿 출간하는가 하면, 팝 숍에서 판매할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들을 디자인하기도 했으며, 많은 도시에서 아이들과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해링의 이미지는 보편적이면서 특이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들을 제작했고 언어를 사용하여 예술을 해석하는 창조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3. 예술적 환각을 통한 초월 Transcend
해링은 종종 블랙 라이트 아래에서 빛나는 형광색 컬러페인트를 사용했다. 블랙 라이트는 1980년대 클럽 인테리어 장식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1984년 토니 샤프라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질 당시, 그는 지하에 형광 물감으로 작업한 작품을 전시하고 DJ와 함께 밤새도록 댄스공연을 진행했다. 어쩌면 해링은 그의 이미지가 줄 수 있는 예술적 싸이키델릭한(환각) 효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4. 메시지, 음악을 통한 발언 Message and Music
에이즈 예방, 동성애자 인권,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인종 차별, 마약, 전쟁, 폭력 및 환경보호와 같은 문제들은 해링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는 포스터를 제작하여 사회 이슈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했다.
또한 선명한 색상으로 칠해진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많은 콘서트, 음악 이벤트 및 자신의 전시회 홍보를 위해 이용했다. 선명하고 행복한 이미지 뒤에는 그의 고집스러운 메시지가 담겨있다.
해링은 많은 뮤지션들과 컬레버레이션을 통해 눈길을 사로잡고 논쟁의 여지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그들의 음악과 떨어질 수 없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는 데이비드 보위의 1983년 앨범, <위드아웃 유> 앨범 커버이다. 포옹하고 있는 두 사람이 밝게 빛나는 형태로 그려진 이 간결한 그림은 노래가 전하고자 하는 사랑과 연결에 대한 메시지를 반영하고 있다. 그의 삶과 예술에 있어, 음악은 매우 중요했다. 그는 예술을 통해 소리와 메시지를 시각화한 몇 안 되는 예술가였다.
 
5. ‘해링 코드’, 심볼과 아이콘 Symbols and Icons
그가 만든 상징들은 오늘 날 사용되는 이모티콘의 시초와 같다. 그가 만들어낸 상징 중에는 웃는 얼굴, 하트, 빛나는 아기, 천사, 짖는 개, 돌고래를 비롯, 그 외의 여러 그래픽 기호들이 있다. 그의 상징들은 1980년대(심지어 오늘날의 SNS 세대까지 포함해서) 젊은이들의 사랑, 삶, 죽음, 대중 문화 및 정치에 관한 주제들을 다루었다.
 
6. ‘종말’이라는 디스토피아 Uncovering the Distopia
해링은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인 윌리엄 버로스와의 협업을 통해, 초현실주의 풍경화 속에 불길한 주제를 그려낸다. 그의 도발적인 그림은 정치적 견해를 초월하여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지만, 이를 통해 해링의 유머와 풍자 또한 느낄 수 있다. ‘종말’은 해링이 에이즈 진단을 받은 후에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그가 경험하고 상상하는 지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7. 원시 에너지와의 조화 Primeval Energy
무수한 인물, 동물, 태양 및 가면으로 가득 찬 피라미드…. 바디 페인팅과 토템. 그의 말에 의하면 해링의 모든 작품은 토속 미술과 전문적인 예술 사이에, 그리고 창작과 차용 사이에 존재한다. 그의 작품은 아즈텍, 에스키모, 아프리카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예술 혹은 신화 속 고대 기호와 같은 비서구적인 예술 뒤에 숨겨진 신비한 힘을 보여준다.
 
8. 시작의 끝, 그리고 끝의 시작 The end of the beginning
피라미드, 비행접시, 개, 뱀, 그리고 기어 다니는 아기가 사람, 동물, 외계 생명체 사이에 섞여서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날까지 해링을 떠오르게 만드는, 작업 초기에 만든 자신만의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이 그림 속을 채우고 있다.
1990년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해링은 자신의 작업 초기에 제작한 가장 순수한 시각적 형태들을 복제해, 17개의 실크스크린 포트폴리오의 최종판을 제작했다. 작가는 이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상징적인 형상과 장면으로 묘사해 만화 형태로 드러냈다.





전시에 대한 안내를 전부 살펴보았을 때,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꿨다는 게 키스 해링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수가 아니라 다수가, 어렵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는 건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어떤 의미로는 친숙하게 와닿기도 한다. 뭔가 그래피티 같기도 하고, 누구나 어릴 적 그려본 것 같은 그림 같기도 하면서도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참 놀라운 것 같다.

특히 키스 해링은 타계하기 이틀 전까지도 작품활동에 전념했다. 그가 그린 마지막 작품은 '빛나는 아이', 이번 포스터 중에도 나타난 바로 그 작품이다. 그에게는 불멸이자 영생의 아이콘이었을 그 아이. 그 무한한 가능성과 에너지를 가진 존재를 그릴 당시의 그는 바로 필멸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는 게 참 역설적이다. 마지막 남은 힘까지 쏟아부었을 그 작품활동에서 그가 어떤 심경이었을지는 참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그 마지막 에너지가 지금까지도 남아 우리에게 지금까지도 영감을 준다는 점에서 그는 정말 불멸의 존재가 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예술이 곧 삶이며, 삶이 곧 예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번 DDP 키스 해링 전. 아주 많은 상징들과 메시지들이 집약되어 있을 이번 전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전 시 명 : 키스 해링 - 예술은 삶, 삶은 곧 예술.
주    최 :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일    시 : 2018.11.24(토) – 2019.03.17(일) 10:00~20:00 
* 매표 및 입장마감 관람종료 1시간 전(19:00)까지 가능
장    소 :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지하2층 디자인전시관
입 장 료 : 유료 (일반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도 슨 트 : 오전 11시, 오후 1시, 3시, 5시 (총 4회)
* 평일에만 운영하며, 전시장 내부 혼잡시 도슨트 운영은 취소될 수 있음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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