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렇게 혼자가 익숙해졌다 [도서]

라오스 여행 에세이 [이해하는지도]
글 입력 2019.01.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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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를 소개하는 일이 어려웠다. 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신분에서 나 자신을 고민하는 날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잘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를. 관심에 따라 하고 싶은 분야가 바뀌었던 내겐 안정감이 없었다.

전문분야라고 말하기 어려운 내 경력들 속에서 방향을 잃었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라오스로 여행을 떠났다. 이를 정리한 독립출판 <이해하는지도>. 잘 알 것 같으면서도 몰랐던 나에 대해 쓴 글. 내 모든 걸 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글 쓰면서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어쩌면 이해하는지도 몰라,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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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22살 전까지.

대학교 2학년 때 전공을 바꿨고, 남들보다 뒤처진 2년을 책으로 채웠다. 다른 사람 앞에서 의견 내기도 어려웠던 내가 무언가를 제안하고, 100명 앞에서 발표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흥미를 느꼈다. 어느 순간 책을 쓰고 싶었다. 거창하지 않은 내 이야기를. 지금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독립출판으로 만들었다. 출판사를 통해 글 쓰면 제한이 많을 것 같아서. 욕하고 싶지만 못하거나, 느끼지 않은 감정을 거짓으로 써야 하거나. 독립출판으로 최대한 솔직하게 작성하려 했다. 가끔 [이해하는지도]을 본다. 어설펐던 나를 보기 위해. 그래도 솔직 했던 나를 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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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존감이 낮았다.

누군가가 내 책을 봐주길 바라면서, 보지 않았으면 했다. 책 뒷 표지를 보면 바코드가 없다. 즉 일반 서점에서 구매할 수 없고 독립출판서점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내 책을 숨겨 놓고 싶었다. 그래도 몇 명이라도 읽고 공감해주길 바랬다.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우연히 발견하여 조금이라도 위로를 얻길 바랬다. 나와 상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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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젊었을 때 쓰던 필름 카메라를 챙겨갔다. 인화된 사진은 엄마가 마지막으로 찍었던 94년도 찍혔다. 라오스를 통해 카메라는 다시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난 어딜 가든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라오스엔 필름 5롤만 챙겼다. 많다고 생각했는데 많지 않았다. 남은 필름 안에서 내가 본 풍경 중 가장 좋고 의미 있는 사진을 찍고자 했다. 그래서 사진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그때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해줄. 그 나라를 다시 추억해줄.



이해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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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해지기 시작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20대 초반엔 소심해도 하고 싶은 걸 찾으려 했고
20대 중반엔 주변에 휩쓸려 이력서를 억지로 썼으며
그렇게 20대 후반이 되면서 혼란스러웠다.
대학교를 벗어나서야 내 고민은 시작되었다.

“뭐 먹고살지?”
“하고 싶은 건 뭐지?”

불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불안에서 쉬고 싶었다.
쉬고 싶은 마음과 불안한 마음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불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대 후반이라 할 수밖에 없는 고민.
뭘 하고 싶은지 알기 위해선 나를 알아야 했다.

어쩌면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지만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기에
잘 모른다고 생각한 건 아닌지 싶었다.
그렇게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

이해하는지도.

- 이해하는지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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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연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내 고민도 혼자서 갖게 되고
나만 참으면 모든 게 편할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혼자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 이해하는지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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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있느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 므앙응오이를 찾았고
아무것도 없어서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
더우면 숙소로.
책을 읽고 싶으면 카페로.
도착하자마자 만났던 한국사람들 덕분에 다음 날 학교에 가게 되었다.
이런 만남이 좋다
자연스럽게 내 여행이 채워지는 게.

- 이해하는지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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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2017년 2월 한 달 살기 [이해하는지도]





[송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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