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수가 힘을 얻는 외로운 여정, <내일을 위한 시간> [영화]

가장 긴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
글 입력 2019.01.0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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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옹 꼬띠아르가 연기한 산드라는 우울증으로 두 달간 쉬었던 회사에 다시 돌아오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없는 동안 회사는 나머지 직원으로도 이미 잘 운영되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 산드라의 복직과 1000유로의 보너스를 놓고 그녀의 동료 16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14명이 보너스를 택했다.


그녀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친한 동료인 줄리엣 덕분에, 산드라는 월요일 아침 재투표 기회를 얻었다. 주말 동안 그녀는 남편과 친구의 응원에 힘입어 동료들을 차례로 만나 본인을 지지해 달라 설득한다. 보너스를 택한 것을 후회해 그녀의 방문을 고마워하는 동료들이 있는가 하면, 각자의 사정으로 보너스를 택할 수밖에 없는 동료들도 있다. 산드라는 절망과 희망이 어우러진,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긴 이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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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개봉 제목은 ‘내일을 위한 시간’이다. 산드라가 복직을 위해 노력하는 이틀의 시간이라는 뜻에서 ‘내 일’과 ‘내일’의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원제는 ‘Deux Jours, Une nuit(Two days, One night)’, 즉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이다. 영화는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를 다루고 있지만, 94분의 러닝타임 중 60여 분에 걸쳐 등장하는 건 토요일 낮, 일요일 낮과 밤이다. 짧은 시간 속 반복되는 시퀀스는 지루함을 줄만도 한데, 오히려 미묘한 긴장감이 영화를 지배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핸드헬드로 불안한 일상을 조명한다. 불필요한 인위적인 음악이나 효과는 배제한 채, 오직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한 달에 걸친 리허설과 100여 차례에 걸친 재촬영은 영화를 더욱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만들었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다르덴 형제의 완벽주의 속에서 농도 깊은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의 몰입을 더욱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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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는 이틀 동안 그녀를 처음부터 지지했던 줄리엣과 로베르, 전화로 마음을 돌린 카테르를 제외한 집들을 방문한다. 동료들은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1000유로의 보너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몇 번의 거절을 당하자 상처받은 산드라의 어깨는 한껏 움츠러든다. 울음이 몇 번이나 터져 나오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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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저 새가 나였으면 좋겠어.”



산드라가 본인을 지지해 줄 수 있냐고 물을 때마다, 동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다. 너를 지지하는 사람이 몇이야? 보너스를 포기한 사람이 누군데? 소수가 힘을 얻는 여정은 외롭고 험난하다. 하지만 산드라는 그녀의 복직 대신 보너스를 택한 동료들을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영화는 사장이나 반장을 절대 악의 캐릭터로 만드는 대신, 어쩔 수 없는 현실 사회의 시스템을 탓한다. 영화는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을 통해 최선의 윤리적 선택과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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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상처로 약해진 그녀 옆에 항상 붙어있는 남편은 산드라가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하고 격려한다. 그녀를 대신해 그녀 동료의 전화도 받아준다. 이런 남편이 또 있을까. 시도 때도 없이 안정제를 찾고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의 곁에서 끝까지 지치지 않고 기다리고 지지하는,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녀도 그걸 알기에, 직장을 포기하고 돌아서며 가장 먼저 찾는 대상은 다름 아닌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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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잘 싸웠지?

나 행복해.”



사장은 그녀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던진다. 동료들이 모두 보너스를 받고 그녀가 계약직을 대신해 복직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료들의 지지로 힘을 얻어 강해진 그녀는 단칼에 그 제안을 거절한다. 비록 산드라는 그토록 매달리던 복직을 하지 못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웃음을 지은 채, 당찬 걸음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간다. 카메라도 내내 그녀를 짓누르던 무게의 속박으로부터 놓아주려는 듯, 더는 그녀를 따라가지 않는다. 연대의 힘으로부터 희망을 얻은 그녀의 내일(tomorrow)은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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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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