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기타/애니메이션]

<아따맘마>가 보여주는 일상의 행복
글 입력 2019.01.07 10:0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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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 아따맘마 ost '잘 있어요' 中 -


평범한 일상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18>의 첫 번째 키워드로 '소확행'이 뽑힌 걸 보면, '평범함'은 더는 '평범하지 않은' 가치로 변한 것처럼 보인다. 살기 더욱더 팍팍하다고 느낄수록,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것들을 보며 위로를 하고 자기 위안을 삼는다. 다양한 종류의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예능 프로그램들은 고달픈 현실로부터 정말로 '소확행'을 실현해주는 요소들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수많은 볼 거리 중에서도 <아따맘마>는 조금 특별하면서도 평범하다. 대단한 스토리나 효과적인 연출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그냥 '엄마, 아빠, 아리, 동동'으로 이루어진 4인 가족이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며 그들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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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케라 에이코 본인의 이야기로 시작한 <아따맘마>는 스스로를 모티브로 한 17살 고등학생 아리를 더불어 50살인 회사원 아빠, 45살 주부 엄마, 15살 중학생 동동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아빠는 회사에 다니며 이따금 회식을 하고, 아리와 동동은 각각 학교에 다니고, 엄마는 살림을 하면서 종종 친구들을 보러 나간다. 식사 반찬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거나, 빠듯한 돈 관리를 위해 기싸움을 하는 여느 가정집의 모습은 아따맘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언제나 정겨운 아리네 가족의 일상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캐치프라이즈답게 이들이 일상은 전혀 이질감 없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아따맘마>가 보이는 '일상'의 느낌은 다른 애니메이션들과는 조금 다르다. <안녕! 자두야>나 <검정고무신>처럼 중장년 세대가 추억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요즘에 초점을 두어 만들어졌다. <짱구는 못말려>처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코믹적인 요소가 중심으로 전개되지도 않는다. 정말로 엄마, 아빠, 아리, 동동의 시점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와 가족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그렇기에 지속적인 시청률 확보에 실패해 종영하게 되었다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부담없는 애니메이션 형태로 가족들의 사실적고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각박함에 숨어버린 '평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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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범한 일상이 사라진 현상은 삶의 각박함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 비해 물가도 많이 올랐고, 취직하기도 부쩍 어려워졌다. 줄어들거나 제한된 자리를 위해 하나라도 더 나은 스펙과 활동을 쌓으며 경쟁한다. 이전에는 당연히 여겨지던 '평범함'을 위해 이제는 사활을 걸고 경쟁을 해야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평범함'이라는 자리를 '각박함'이 메웠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과정에서 배출구를 찾지 못한 피로와 감정들은 '소확행'이라는 이름처럼 그나마 남은 일상에서 평범한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어쩌면, <아따맘마>를 보면서 느낀 '일상'의 아련함과 힐링 포인트는 이 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우리들 모두 다, 더 힘차게 사는 거야

 
<아따맘마>의 오프닝 곡인 '잘 있어요'의 오프닝 영상은 그런 시각에서 보면 꽤 흥미롭다. 1절에서 여러 사람들이 보라색 실루엣으로 흐려진 상황에서 주인공들의 모습이 채색되어 나온다. 하지만 2절로 넘어가면서 색이 있던 주인공들은 보라색 실루엣으로 흐려지고, 에피소드에는 전혀 나오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책이 칠해지고 초점은 맞추어진다. 나와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이라도, 결국은 누군가의 사랑받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닐까? 힘들고 각박한 세상이더라도 꼭 모든 게 그런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잘 있어요'의 찬찬히 훑어보면 아래와 같은 가사가 있다.


 아침해가 뜨면 (아침해가 뜨면)
매일같은 사람들과
또 다시 새로운 하루 일을 시작해
(…)
힘들었던 하루 많이도 지쳤지만
우리들 모두다 더 힘차게 사는거야

- 아따맘마 ost '잘 있어요' 中 -

  
<아따맘마>에서는 아리네 가족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결국 다른 이들 또한 힘차게 사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힘들더라도, 우리는 태어났으므로 하루하루를 산다. 삶에 주어진 무게가 버겁다는 이유로 사는 걸 모두가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선택이 옳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이왕 산다면, 보다 가치 있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이 사람들과 살아간다는 건 그대로다. 정도의 상대적인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존재한다.



일상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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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힘든 일상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마음가짐과 계획들은 막상 맞닥뜨린 어려움이나 힘든 현실에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 제목이 오래오래 비판과 힐난을 받아온 것처럼, 이제는 그만 아프고 큰 욕심 없이 평범한 일상을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삶을 대부분 꿈꾼다. 당연한 일이다. 다르게 보면, 삶이라는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스스로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따맘마>의 마지막회는 온 가족이 식탁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끝으로 한다. 마지막이라는 수식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느 떄와 변하지 않은 이모저모들로 오랫동안 방영된 이야기를 장식한다. 언뜻 다시 보게 된 <아따맘마>는 지나간 시절을 추억하는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이러한 방식으로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생활하는 지금 수많은 사람의 모습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미 아리네 가족들의 일상을 사유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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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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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ddd
    • 2021년에도 현재도 2년지나 3년,4년 앞으로 향후 10년은 더 각박해지고..힘들어져서 더욱 이전의 평범함을 찾기위한 활동이 주를 이룰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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