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앑티스트가 짱이야? [전시]

키스 해링 展: 모두를 위한 예술가, 키스 해링.
글 입력 2019.01.0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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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미술사를 배웠다. 그라피티 아트의 대표주자인 키스 해링이 수업 과정에서 빠질 리 없었다. 교수님께서는 그와 그의 작품을 이야기하시며 다음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그의 주된 작업 장소는 지하철 역. 낙서하듯 순식간에 그림을 그려냈으며 (교수님의 표현대로) ‘경찰 뜨면 재빨리 토끼기 위해’ 편한 옷에 운동화를 신었다고 한다. 부유한 특정 계급만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모두’에게 그림을 보여주고자 뜀박질마저 불사한 20세기 말의 예술가 키스 해링.

짧은 시간동안 불타올랐던 그의 소신 있는 예술혼은 불꽃이 꺼진 후에도 여전히 잔향을 남기며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몇 개월 전, 법학과에 재학 중인 지인을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검사란 직업이 참으로 멋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몇 년 동안 목숨 걸고 공부해서 온갖 날고 기는 정치인들과 기업가들까지 꼼짝 못하게 만든다니. 정의를 지향하는 그 무소불위의 권력이 꽤 멋있지 않은가. 해서 당시 함께 영화 동아리를 하던 A씨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 방금 법학과 다니는 사람 만났거든? 검사들 좀 멋있는 거 같아.
A: 법학과? 그거 재미없잖아ㅇㅅㅇ
나: (당황) 응?
A: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앑티스트(Artist)가 짱이야^^
나: 아……. 그래…….ㅋ.......

이 이야기를 필자의 친구 B씨에게 해줬더니 (필자의 온갖 친구들이 출동하고 있다.) B씨는 어이없어 하며 이러한 본인의 이야기를 해줬다.

B: (짜증) 얼마 전에 내가 학교 앞에서 걸어가는데 앞에서 어떤 남자애가 막는 거야. 앞에서 영화 찍고 있으니까 지금 지나가지 말래.
나: (흥미) ㅇㅇ
B: (분개) 그러더니 끝나자마자 그냥 가더라? 아무 말도 없이?
나: (점점 무섭) ㅇㅇ
B: (폭발) 아니 나는 너도 영화 동아리 하고, 하니까 ‘우리 영화 동아리에서 나왔는데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냐’고 예쁘게 말하면 당연히 너도 생각나고, 해서 기다려주지. 아니 근데 지들이 뭐라고 너무 유난을 떠니까 이런 씨^%#@*&^!!!
나: ....... (주눅) 내가 미안해........

* 대화 내용은 필자의 사악한 기억에 의해 많은 부분 각색되었음을 밝힙니다. 사랑해 친구야.

돌이켜보니 필자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캠퍼스를 걸어가는데 앞에서 드라마 촬영을 한다고 가까운 길을 막은 제작진이 멀리 돌아가란다. ‘뭐야, 왜 우리 학교 와서 지들이 난리야.’ 필자 역시 이렇게 반응했었다.

이 세 경험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앑티스트가 짱이야^^’라는 마음가짐, 즉 엘리트 의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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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필자는 시나리오 작법을 지도해주셨던 감독님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필자만의 답을 내릴 수 있었다. 감독님께서는 시나리오를 잘 쓰기 위해서는 작가가 ‘시나리오와 본인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인즉슨, 온갖 슬프고 화나고 창피한 개인적인 경험들을 숨김없이 시나리오에 쏟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느끼고 경험한 것이 그 어떤 에피소드 보다 생생하고 사람의 가슴을 치며, 허공에 붕 떠있지 않고 현실에 발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진정 좋은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면 망가질 줄 알아야 한다고, ‘네가 실제로 이런 생각을 했냐-’며 본인의 지인에게 놀림감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러나 주변에 놀림감이 되어도 본인을 알지 못하는 수천, 수만 명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니냐고 감독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말에 필자는 알게 되었다. ‘예술’이라는 것은 그 단어만으로도 빛나고 고귀한 무언가라는 인상을 주지만, 결국 예술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낮아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가장 취약한 면을 드러내려는 용기를 내는 것, 바닥에 바짝 엎드려 스스로를 의심하는 것. 해서 나와 다른 생각과 상황들을 품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란 것을 하겠다는 자의 기본자세이다. 그리고 예술이란, 가장 포용력 있는 자세에서 삶과 사람과 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뭐 그리 대단한 게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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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필자는 영화든, 드라마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예술이라고 불리는 것을 하는 사람들의 ‘엘리트 의식’을 지극히 경계한다. ‘난 앑티스트야, 난 너네와 달라’라고 시답지 않은 경계선을 긋고는 제 잘난 맛에 취해 주변의 것들을 배려하고 포용하려하지 않는다면 그 행위로 인해 나온 결과물은 선민의식으로 점철된, 잘난 체하는 무언가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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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의 악동으로 급부상한 해링은 항상 예술의 폐쇄성에 의문을 가졌다. '그들만의 예술', 이를 부수는 첫 걸음이 바로 지하철역의 광고판에 분필로 그린 <지하철 드로잉> 시리즈였다. 경찰과 역무원의 눈을 피해 단순한 선으로 그린 '빛나는 아기'는 자신이 세상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의 시작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키스 해링의 ‘토끼기 위한’ 운동화를 사랑한다. 예술이라는 것을 둘러싼 높고 견고한 벽을 허물고 모두를 위한 예술을 지향한 키스 해링. 필자가 생각했을 때 키스해링은, 진정한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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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링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


일자 : 2018.11.24 ~ 2019.03.17

시간
10:00~20:00 (19:00 입장마감)

장소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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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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