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뉴필로소퍼 4호

글 입력 2019.01.06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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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4호
- 일상을 철학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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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기획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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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용도 폐기된 '놀이'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Work and Life Balance)의 시대이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가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여가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놀이'가 아닐까. 실제로 '잘 논다는 것'이야말로 여가를 향유하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뉴필로소퍼》 4호의 주제는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촌각을 다투며 살아간다. 하루, 아니 1분 1초라도 허비하면 시대에 뒤쳐진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한다고 믿는다. 잠시잠깐 쉬는 일도, 심지어 어린아이들의 놀이마저도 줄어드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시간이 도구화된 세상에서 한가롭게 노닥거리는 일은 "선진국의 표준적인 시간 경험 방식"이 아니다.

문제는 현대사회가 제도적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세대에게서 놀이를 빼앗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국의 학교는 교육에서 놀이의 쓸모에 대한 가르침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으며, 학업과 관련 있는 활동만을 늘려가고 있다. 놀이는 용도 폐기라도 된 듯 쓸모없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성인들에게 놀이는 언감생심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말이었다.

하지만 놀이는 "우리를 일상의 지루함에서 해방시켜주는 짜릿한 즐거움"을 주는 선물과도 같은 행위이다. 《뉴필로소퍼》 4호는 용도 폐기된 듯 보이는 놀이와 게임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하찮아 보이는 놀이에서도 삶의 의미를 배우고, 인생의 가치를 깨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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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여가, 질병의 해독제

미국 작가 올리버 버크먼은 <충만한 삶을 위한 놀이>에서 "놀이와 여가"야말로 현대인의 시간에 대한 강박을 치유하는 "질병의 해독제"라고 말한다. 놀이는 "무목적 활동이자 그 자체를 위한 활동이며,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활동"이기 때문에 생산성에 집착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적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놀이라는 "급진적인 활동"은 비록 시간 낭비처럼 보일지 몰라도 "인간이 살아가는 동기를 얻는 일이자 필수적인 요소"이다. "놀이 없이는 어떤 창조적인 작품도 지금껏 탄생한 적이 없었다"고 했던 카를 융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철학자 마리아나 알레산드리는 <놀이와 일의 경계>에서 어른들이 "놀이와 일을 구분하고, 아이들에게 일은 힘들고, 놀이는 쓸모없다고 무심코 가르친다"고 강조한다. 어른들의 잣대가 결국 동심의 세계까지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놀고 있는 아이들은 그저 뛰어노는 것이 아니라 가장 진지하게 온 마음을 쏟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는 미셸 드 몽테뉴의 말은 곱씹어보고도 남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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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심각하면서도 사소한 그 무엇

놀이는 이중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다. 놀이에는 심각한 측면도 있고 사소한 측면도 있다. 영국 글로스터셔 대학교에서 운동철학을 가르치는 에밀리 라이알은 <놀이, 심각한 동시에 사소한>에서 "놀이와 게임, 스포츠는 사소함과 심각함이라는 모순된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즐거움을 위해, 꼭 할 필요가 없는 행위는 하는 것"이 놀이인데, 사람들은 이를 위해 더 엄격한 규칙 등을 만들고, 이를 즐긴다. 그래서일까.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를 "일반적인 규칙과 규율을 벗어나 존재하는 마법의 영역"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마법의 영역에 어른들도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필자가 있다. 프로 크리켓 선수 출신 작가 에드 스미스는 <어린아이처럼 놀자>에서 어른들에게도 어린아이처럼 놀 것은 권유한다. 어른들이 놀이나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오로지 성적에 집착하는 사회 환경 때문이다. 프로 선수들은 성적이 곧 연봉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모든 일에 그래야만 할 이유는 없는 데도 말이다. 에드 스미스는 모든 일을 잘 하는 기계가 되기보다 “그는 놀이에 흠뻑 빠져있는 아이 같아”라는 말이 가장 좋은 칭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어른들도 어린아이처럼 놀 수 있다면, 세상의 창의성은 더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영국의 작가 마리나 벤저민은 <창의성을 키우는 결정적인 가치들>에서 "우회적으로 떠오르는 창의적 생각, 곁가지에서 우연히 떠오르는 창의적 생각을 통해 우리는 목표를 잃지 않고 목표의 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은 개방적인 환경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놀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그의 말은 우리 시대의 잠언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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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그리고 잘 논다는 것

《뉴필로소퍼》 4호는 스포츠에 관한 다양한 함의도 함께 다룬다. 《뉴욕타임스》와 《타임》 등의 매체에 다양한 글을 기고하는 클라리사 세백 몬테피오레는 <스포츠와 동족의식의 함수>에서 스포츠의 본질이 "세심하게 훈련되고 사회의 의해 용납되며 심지어 부추겨지기까지 하는 야만성의 표출"이라고 말한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가 하면, 경쟁을 통한 지속적인 발전 등 긍정적인 부분이 많지만, 궁극적으로 스포츠는 "폭력을 향한 열망"을 담아낸 그릇이라는 것이다. 로마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싸움도 스포츠라는 미명 아래 포장되어 왔고, 그 후예들이 만든 오늘날의 스포츠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와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스포츠는 무섭도록 폭력을 향한 열망을 강화한다.

한국 필자들의 글은 비교적 유연하다. 이용균 《경향신문》 야구전문기자는 <낭만적인 야구를 위한 찬가>에서 야구의 숫자 '9'가 갖는 독특한 함의를 새로운 관점에서 제시한다. 강경희 문학평론가는 <축구, 만인을 위한 만인의 스포츠>에서 축구가 보여주는 "골을 향한 뜨거운 투지와 순수한 열정"이 "공정하고 평등한 즐거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고재열 《시사IN》 기자는 취재 현상에서 만난 다양한 일을 통해 일상의 삶이 경계 없는 승부의 세계임을 증언한다. 바로 그곳에서 우리는 패배를 익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승리에 환희가 있다면 패배에는 그것을 뺀 모든 것이 있다. 패배를 읽는 것은 바로 인생을 읽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놀이라는 무엇일까. 잠시잠깐 쉼을 통해 새 힘을 얻는, 단지 부차적인 일일까.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놀이는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삶의 전부가 되어야 하며, 어른들에게도 결코 소홀하게 다뤄져서는 안 되는 주제이다. "놀고 싶은 욕구는 근본적으로 존재의 욕구"라고 했던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이 그 명확한 뒷받침이라고 할 수 있다. 《뉴필로소퍼》 4호는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입체적인 모습과 의미를 짚어낸다. 놀이를 철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삶의 미덕과 균형이 무엇인지 만나보자.





뉴필로소퍼 4호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72쪽

발행일
2018년 10월 1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





뉴필로소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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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는 인류가 축적한 웅숭깊은 철학적 사상을 탐구하여 "보다 충실한 삶on ways to live a more fulfilling life"의 원형을 찾고자 2013년 호주에서 처음 창간된 계간지다. 《뉴필로소퍼》의 창간 목표는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으로, 소비주의와 기술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뉴필로소퍼》가 천착하는 주제는 '지금, 여기'의 삶이다. 인간의 삶과 그 삶을 지지하는 정체성은 물론 문학, 철학, 역사, 예술 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문적 관점을 선보인다. 영미권 대개의 나라에서 발간되고 있다. 인문학과 철학적 관점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2013년 창간 당시부터 광고 없는 잡지로 발간되고 있다.

《뉴필로소퍼》 한국판 역시 이러한 정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체의 광고 없이 잡지를 발간한다.

옮긴이 - 서유라, 성소희, 이시은, 최이현, 김명남





목차


8    News From Nowhere
18   Feature  충만한 삶을 위한 놀이 _ 올리버 버크먼
24   Feature  놀이와 일의 경계 _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30   Feature  놀이, 심각한 동시에 사소한 _ 에밀리 라이알
38   Feature  스포츠와 게임의 본질 _ 나이젤 워버튼
44   Feature  그냥 게임일 뿐이라고? _ 패트릭 스톡스
50   Comic  리스크 _ 콜리 몰러
56   Feature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자 _ 티파니 젠킨스
62   Feature  어린아이처럼 놀자 _ 에드 스미스
68   Feature  창의성을 키우는 결정적인 가치들 _ 마리나 벤저민
76   Feature  스포츠와 동족의식의 함수 _ 클라리사 세백 몬테피오레
82   Feature  빵과 서커스 _ 앙드레 다오
90   고전 읽기  총성 없는 전쟁 _ 조지 오웰
96   고전 읽기  게으름에 대한 찬양 _ 버트런드 러셀
102  고전 읽기  피리 부는 사나이 로버트 브라우닝
104  6 thinkers  놀이Play
110  Essay  페더러, 육체적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닌 _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122  Opinion  낭만적인 야구를 위한 찬가 _ 이용균
128  Opinion  축구, 만인을 위한 만인의 스포츠 _ 강경희
134  Opinion 패배의 미학 _ 고재열
140  Interview  축구는 열 살 소년과도 대화하게 한다 _ 사이먼 크리츨리
152  Feature  일단 해보는 거야! _ 데이비드 파피뉴
158  Critic  죄수의 딜레마 게임 _ 스티브 쿤
162  Our Library
164  Column  게으름을 선택할 자유 _ 팀 딘
172  Interview  나만의 인생철학 13문 13답 _ 힐러리 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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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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