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키스 해링의 예술과 나, 그 사이에서

키스 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글 입력 2019.01.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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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어떤 모습이든 간에 마음을 뛰게 하는 힘 말이다. 그게 참 모두들 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힘이 나오는 곳을 생각해보려 하면 나는 그냥 그런 건가 보다 하고 지나칠 수가 없다. 왜. 그 한 단어가 늘 나를 직접 만난 작품 앞에서, 새로이 알게 된 누군가의 예술 세계 앞에서 멈추게 했다. 왜, 내 앞에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그것이라고 치부하기엔, 저만의 힘을 쏟아내고 있는 예술은 어떻게 사람보다도 더 선명한 힘을 내고 있단 말인가.


‘생명’, 나보다도 더 선명한 생명.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무거운 시선보다는 더 즐겁게 역동하는 생명을 가진듯한 예술 세계는 실제로 존재하는 나를 기어코 멈추게 한다. 너의 생명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이니,


너는 어떻게 그렇게 나를

너만의 굵은 선 안에 흐르는

즐거움으로 뛰게 만드는 거니,


키스 해링의 작품 속

존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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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Preview] 키스 해링의 예술과 나, 그 사이에서



자세한 전시 정보



키스 해링을 생각하면 나도 팔을 허공을 향해 뻗고 다리를 동동거리며 그의 작품 속 리듬에 맞추어 몸을 움직여야 할 것만 같다. 내 기억 속 수많은 팝아트 예술가들 중 키스 해링은 유독 더 즐거웠다. ‘생기가 넘친다’ 그런 말이 너무나 어울리는 예술가. 키스 해링의 작품 속 ‘존재’들은 싫어하려야 싫어할 수가 없다. 더 관심이 가고, 괜히 더 마음이 간다. 하나의 굵은 선으로 거침없이 탄생한 존재들의 즐거움을 보고 있으면 내 심장이 그 선을 따라 모양을 이루고 함께 이미 뛰고 있는 기분이다. 빛을 비춰줄 필요 없이 이미 그 자체로 빛나는 것 같기도 하다.



“예술은 삶, 삶은 곧 예술이다.”

Art is Life. Life is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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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에 처음으로 키스 해링에 대해 조금 더 느리게 그를 이해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그의 고백을 알게 되었다. 예술은 삶이고, 삶은 곧 예술이라고 한 그의 고백을 말이다. 그리고 그를 단순한 팝아트 예술가라는 이름으로만 이해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키스 해링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삶’을 예술로 이뤄낸 사람. 그렇다면 아마 빈센트 반 고흐와 함께 키스 해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예술을 했다는 점에서는 몇몇 아르누보 예술가도 떠오르게 하는데 그중에서도 알폰스 무하가 떠오른다. 유럽 거리의 벽과 포스터들을 예술로 이뤄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알폰스 무하. 맥락은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키스 해링과 알폰스 무하 모두 예술을 위한 예술 자체에서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한 예술을 해내지 않았는가.


키스 해링을 '삶을 예술로 이뤄낸 사람'이라고 내가 이해한 지점은 바로 글의 처음에서 언급한 ‘마음이 뛰는 것’과 ‘생명’ 이 두 가지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겠지만, 나는 키스 해링 작품이 주는 느낌이 일어나는 지점을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굵은 선과 저마다의 색으로 그려진 작품 속 존재들은 생명을 가진듯한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굵고 선명한 선으로 별다른 복잡함 없이 그려지는 과정이 단순해 보일지는 몰라도 그것은 그 순간에 그려진 것이 아닌, 그것이 그려지기까지의 키스 해링의 삶을 거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10년이라는 짧고도 짙은 예술에 10년보다 더 방대할 사람의 삶이 응축되어서 한 표면에 형성된 예술이 그런 ‘생명’을 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이 결코 그냥 창조된 것이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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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을 단순한 팝아트 예술가라고 이해하는 것과 또 다른 시선에서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이해되는 지점을 파악하니, 팝아트라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을 꿈꾸던 장르라고 즐겁게만 바라보던 시선을 조금 더 무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만 같다. 전시회 제목인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라는 이름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문장인 것만 같아 뭔가 특별하다거나 강렬한 느낌을 안겨주지는 못할지라도 팝아트와 키스 해링을 생각하면 그와 그의 예술이기에 부족함 없이 충분히 어울릴 수 있는 제목일 것이다.


*


“팝아트”


미술사라고 하면 갑자기 무게를 가지는 인상이 남는 것만 같아 누구나 머릿속에 떠올리는 팝아트와 다른 느낌을 주는 것만 같지만 팝아트도 이 흐름에 중요한 위치를 가지는 예술이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미술사는 다르게 말하면 시각 언어를 둔 질문과 대답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완벽하게 평면에 세상을 구현할 수 있을까”, “사진이 등장한 시점에서 실제 같은 재현이 아닌 진정한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이라는 것이 표현 방법에 제한이 있는가”. 모든 중요한 전환점을 남긴 미술사의 지점은 수많은 질문에 대답을 내놓으며, 또다시 새로운 질문을 하며 이어졌다. 지금 우리 시점에서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당연한 듯 여겨질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조차도 지난 예술가들이 저만의 예술에 가볍지 않은 시간과 고민을 머물며 이뤄낸 결과의 영향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팝아트는 간단히 말하면 “왜 예술은 경계를 가지고 있는가”에서 시작했다. 키스 해링의 질문도 이 시점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왜 예술이 특정한 범위에서만 이뤄지고 소통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그가 망설임 없이 시작한 <지하철 드로잉>은 기꺼이 예술가와 예술이 대중을 향해 달려온 소중한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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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팝아트의 적극성이 좋다. 적어도 팝아트 이전의 많은 예술들은 미술관에 자리 잡아 누군가가 와서 자신을 감상하거나 그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을 함께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고 나쁘고를 얘기하려는 것이 아닌 그런 모습의 예술도 있다는(그리고 있어야 한다) 맥락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모든 예술은 저마다 존재의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반면 팝아트는 우리에게 달려온다. 저만의 몸짓과 익숙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흔한 “예술은 이해하는 게 어려워”가 아닌 오히려 “뭔가 익숙해서 쉬운데 이게 예술인가”라며 감상자에게 질문을 남겼던 예술 아닌가. 그리고 질문을 던진 후에도 바라보는 데에 망설임이나 어려움이 없는 것이 팝아트였다. 어쩌면 팝아트는 감상자인 우리와 예술 사이, 그 거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해체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아직 팝아트를 잘 이해했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팝아트가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이는 너무 좁은 관점이다. 아마 어떤 예술이든지 하나의 시선으로만은 모두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다만 우리도 작품의 목소리에 응하여 함께 즐기면 작품도 즐거워하지 않을까, 라고 질문해보고 싶다. 나는 팝아트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키스 해링의 작품을 생각할 때마다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이번에 그의 세계를 접하고 오면 또 어떤 생각이 들지 예상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설레는 것이 늘 작품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기 전 모습이었다. 나는 설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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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게 잔잔하게 흘러가다니! 내 글이지만 내 마음과 맞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미리 정리해두면 전시를 조금 더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키스 해링의 작품과 나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다듬어서 이곳에 담아보았다. 이번 키스 해링 전시회에는 다 놓고 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해하면 되겠다는 지식에 기반한 어떤 정해진 듯한 가이드 같은 것 말이다. 한번 충분히 느껴보고 싶다. 가만히 바라볼 때 다가오는 것을 희미하더라도 느껴보고 싶다.


키스 해링 작품이 가진 즐거운 리듬과, 키스 해링의 10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예술이자 삶인 세계를 이해하는 그 사이에서 어떤 속도로 전시회를 거닐게 될지 나조차도 기대된다. 전시회를 시작부터 끝까지 걸어가는 모든 시간은 늘 다른 농도를 찍어가며 이어지니까. 유독 중간에서 번지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짧은 박자로 흘러가듯 즐기기도, 마지막을 서성이며 여운을 짚어보려는 시간이 있기도 했기에, 키스 해링 전시에서는 내가 어떻게 그의 작품 세계에 맞추어 흘러갈지 기대된다.


그리고 내가 모르던 키스 해링도 이번 기회에 알고 싶다. 한 예술가의 어떤 작품들이 가진 결만을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가 다른 모습을 담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은 한 예술가를 이해할 때 가장 즐거운 지점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리고 동시에 키스 해링이 남긴 말들처럼 그의 예술을 기꺼이 즐기고 올 것이다. 두근거린다. 예전에도 큰 규모의 팝아트 전시회를 다녀왔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시선을 정리하고 나니 이번에는 그 예술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올지 정말 기대된다. 모든 새로운 것들은 다녀오고 나서 선명해질 것이다. 프리뷰 끝에서 키스 해링 전시회를 다녀온 후 남길 나의 리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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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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