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어려운 것을 위해 잊혀지는 쉬운 것의 이야기 [공연]

뮤지컬 <Story of My Life>: 세월과 기억에 대한 담백한 작품
글 입력 2019.01.07 14: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까칠한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에게 한동안 잊고 있던 어린 시절 친구 앨빈의 죽음이 닥쳐온다. 어린 시절의 약속대로 토마스가 앨빈의 송덕문을 써내려가기 시작하자 그의 앞에 잊고 살았던 소중한 기억들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5_송원근, 정동화.jpg
 

우리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따듯한 뮤지컬 <Story of My Life>가 현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 중이다. 관객 평점 9.6점을 기록하며 2010년 초연 이후 오랜 기간 동안 뮤지컬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 <Story of My Life>. 두 친구의 우정 이야기를 통해 정신없이 살아가는 동안 미처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되짚어볼 시간을 마련해준다.



세월, 그리고 인연


시간이 약이라는 어른들의 옛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 어떤 힘들었던 시기도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아련하게 추억되는 것은 세월이 지닌 힘을 증빙한다.

하지만 세월이라는 것은 블랙홀과 같아서 빨아들이는 것을 모두 변색시키고, 혹은 잊게 만든다. 그리고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비단 힘들었던 시기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가장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 역시 세월의 안으로 빨려 들어가 어느 순간 기억의 저편으로 밀려난다. 뮤지컬 <Story of My Life>는 세월의 블랙홀 안에서 차츰 변해가고 밀려나는 그 옛날 언젠가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3_정원영, 조성윤.jpg
 

대학에 입학한 토마스는 점점 세상에 물들어간다. 어린 티를 벗고 약혼한 애인도 있다. 하지만 앨빈은 사는 곳도, 하는 일도, 그리고 사차원적인 행동도 모두 어린 시절과 그대로이다. 토마스에게 그런 앨빈은 더 이상 소중하지 않았고 점점 둘은 멀어져 간다. 토마스는 대학 졸업 뒤 많은 책들을 내고 세상에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깨닫지 못했다. 그가 쓴 모든 글의 영감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 앨빈에게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크기변환_스크린샷(113).png
 

며칠 전, 유럽에 있을 때의 일이었다. 유럽 건축물의 기둥머리(주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민무늬의 ‘도리스’와 염소의 뿔처럼 생긴 ‘이오니아’, 그리고 복잡한 문양의 ‘코린트’. 이를 저번 학기 미술사 강의를 들으며 알게 되었고 PPT로만 보던 것을 실제 눈앞에서 만나니 실로 신기했다.

“아, 저건 이오니아구나. 오, 저건 코린트네! 그럼 저건……. 뭐더라...?”

필자는 복잡하게 생긴 이오니아와 코린트에 비해 그들의 모체이며 비교적 단순한 생김새의 도리스를 외우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해서 이오니아와 코린트만 주구장창 외워댔더랬다. 헌데 시간이 지나니 어려운 것은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당최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때 알았다. 사람은 가장 어려운 것을 기억하려다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많은 돈을 손아귀에 쥐는 방법, 직장에서 잘리지 않는 방법,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방법 등 복잡하고 머리 아픈 것들을 고민하다가 정작 가장 가까운 것들은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쉽사리 ‘나’의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소홀히 하고, 쉽사리 가족에게 짜증을 부리며, 쉽사리 도움을 바라는 친구의 무언의 손길을 외면한다. 바쁘고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말이다.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2_정동화, 송원근.jpg
 

하지만 돌아보면 한 명의 개인에게 가장 단단한 행복을 주는 것은 돈도, 안정적인 직장도, 좋은 학교도 아니다. 그저 나의 평온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같은 가장 일촌의 관계가 한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든다.


얼굴은 차가워지고
가슴은 뜨거워지는 작품은 오랜만이다.
가슴에 박히는 사연, 작지만 힘 있는 수작
- 조선일보

두 남자가 무대에 흩뿌리는 종잇장은
켜켜이 쌓이는 세월의 흔적 같고,
서정적인 멜로디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 동아일보

따뜻하고, 뭉클하고, 사랑스러웠어요.
잊어버린 것들을 다시 일깨워주는 여행
- cluen**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추억을
끄집어내 보게 만드는 공연
- sophiam**


<Story of My Life>는 복잡한 것을 쫓아가던 삶에서 잠시 멈춰서 우리가 혹시 잊고 있었을지 모를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돌아볼 시간을 마련해준다.



담백함


2018년의 ‘힐링’ 트렌드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활기차게 그 포문을 열더니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방송 <숲 속의 작은 집>, ASMR 등 다양한 콘텐츠의 형태로 대중을 찾아왔다.

이러한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담백함’이다. 성공과 부를 쫓으며 무한 경쟁구도를 벌여오던 기성세대의 가치관에서 탈피해 여유롭고 담백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흘러가는 삶을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추구한다.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연습실8_송원근, 정원영.jpg
 

화려한 기교와 고난도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속 넘버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 말이 더해져 극의 몰입도와 완성도를 높여주는 데 크게 일조한다. ‘나비(The Butterfly)’, ‘이게 전부야(This Is It)’ 등의 대표 넘버는 화려하거나 기교 넘치는 음악은 아니지만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행복’, ‘추억’, ‘소중함’ 등을 순수하고 담백하게 담아내 감성을 자극한다.



군더더기 없이 세련된 뮤지컬
- 중앙일보

팍팍한 일상에 내리는 단비처럼 
우리 기억 속 가장 소중했던
순간으로의 여행을 안내한다.
요즘 보기 드문 착한 뮤지컬
- 플레이디비


뮤지컬 <Story of My Life>는 자극적이지 않다. 화려한 기교 없이 담백하게 흘러가는 넘버와,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공감 가는 스토리까지 말이다. 비유하자면 <리틀 포레스트> 속 혜원이 만들어먹는 친환경 콩국수 같다고나 할까. 작품이 열어주는 100분의 새로운 세계 안에서 관객은 자연스러운 흘러감에 몸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오직 앞을 향한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싶다면. 뒤를 돌아보고 잊었던 것을 되짚으며 향수라는 것에 마음 놓고 빠져보고 싶다면. 뮤지컬 <Story of My Life>의 담백한 흐름에 잠시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크기변환_377bcabfd3e8b28c8fa0e24720090366_4r5qtTS5sAfiKcgjcMZW.jpg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 The Story of My Life -


일자 : 2018.11.27 ~ 2019.02.17

시간
화, 목, 금 8시
수 4시, 8시
토 3시, 7시
일, 공휴일 2시, 6시

*
월 공연 없음

장소 : 백암아트홀

티켓가격
R석 66,000원
S석 44,000원

제작
오디컴퍼니 주식회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주관
오픈리뷰(주)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0분





박민재.jpg
 

[박민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