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실패를 딛고 도전한 펜팔 후기 [사람]

글 입력 2019.01.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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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봤던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짱구의 엄마가 학창시절 펜팔 친구와 주고받았던 일화가 나온다. 필자는 이것으로 펜팔이라는 개념을 처음 배웠다. 언젠가 부모님도 학생 때 펜팔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상통화가 없던 시절에 얼굴도 모른 채 남과 전화나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게 어릴 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처럼 나만의 상상 속 친구 같은 존재라고 어렴풋이 정의했다.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에 사는 사람과도 바로 연락할 수 있는 현재에도 펜팔은 계속된다. 펜팔이 활성화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인간의 호기심은 무한하고 이를 뒷받침해줄 기술과 정보가 충분하기에 국내를 넘어 SNS 프로필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다.


 

 

어리숙함으로 인한 외국인 친구 사귀기 실패



5년 전, 첫 펜팔 친구 만들기가 대화를 이어나갈 줄 모르는 융통성 부족으로 실패하면서 외국인과 친해지는 것이 힘들었다. 한국말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외국인은 오죽할까. 대학에 진학하면서 외국어 실력을 기르기 위해 교환학생이 주로 사용하는 라운지에 방문하거나 그들에게 배우는 외국어 스터디도 등록해봤지만, 진전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필자는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특성을 모르는 사람은 답답해한다. 결국 글로 의사를 전달하는 펜팔 사이트나 앱으로 눈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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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편지지에서 이메일로 보내는 방법이 변해도

의사전달이 힘든 건 매한가지이다.

@Giulia Bertelli, Unsplash.

 



생각보다 널리 퍼진 한류 체감하기



예전에 가입했던 사이트 계정을 활성화하고 언어교류가 중점인 펜팔 앱을 하나 설치했다. 며칠간 외국인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결과 5년 전보다 한국에 대한 관심 많아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기존에 펜팔 사이트는 한국 기반의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에는 소개 글을 정성스럽게 쓴 보람이 무색하게 수신한 메일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프로필 조회 수가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이나 유럽, 미국인들이었다. 엄청 사소해 보이지만 친구 만들기에도 국적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한국인이라는 소속이 그때는 사람들에게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주눅이 들었다.

 

현재는 등록된 사진이 없어도 하루에 한 명씩 새로운 친구가 메일을 먼저 보낸다.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미국인 친구의 메일을 읽고 뉴스로만 접했던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훅하고 전해졌다. 대부분의 첫 대화 시작이 한국 노래와 드라마이다. 덕분에 음악을 잘 듣지 않던 필자가 랜선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최신가요차트를 뒤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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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 수단으로 사용했던 하이펜팔(위)과 헬로톡(아래).

 

 


어학원 못지않은 펜팔



펜팔을 다시 시작한 이유 중의 하나가 어학 능력 기르기이다. 방학을 맞아 확실하게 실력을 쌓을 방법으로 어학원을 다닐까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높은 비용으로 단념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펜팔이었다. 고등학생 때 배운 베트남어를 사회에서 딱히 쓸 일이 없어 점점 까먹고 있었기에 베트남 친구들과의 채팅은 고등학교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했던 수업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펜팔 사이트/앱에 가입한 베트남인 중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반면, 한국에서는 베트남어 수요가 거의 없어 처음 대화하는 베트남 친구들에게 베트남어로 말하면 열에 아홉은 전부 “어디서 배웠어?”라고 묻는다. ‘물건을 사다,’ ‘깨끗하다’ 같은 기초 어휘를 가끔 까먹는 불완전한 실력이지만, 메신저를 보낼 때 사전을 찾아가면서 알음알음 학습하고 있다. 한 번은 베트남 친구가 “몇 년 배우지 않았어도 대화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칭찬과 격려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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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어피치)의 말 해석>

“(생략) 네가 이렇게 말하는 건 정말 의미 있어.”

 

“네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것에 나는 감명 받았어^^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줘

*약간의 의역이 포함됨.



온라인상에서의 펜팔은 말하기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외국인 친구와 교류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다. 회화 실력 향상을 보장할 수는 없어도 외국어에 대한 거부감은 줄이니 언어와 친하지 않다면 산뜻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대화할지 머뭇거리지 말고 친구의 관심사를 파악해 먼저 말을 걸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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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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