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서재청소가 필요한 모두를 위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글 입력 2019.01.1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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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6_강필석, 이창용.jpg
 

[Preview]

서재청소가 필요한 모두를 위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어머니는 청소를 좋아하지 않으셨다.


정확히는 '한 서재'의 청소만은 하지 않으시려했다. 정리하고 먼지를 터는 것은 그렇게 좋아하셨으면서, 유독 아빠방에 있는 서재 청소는 좋아하지 않으셨다. 어린 내가 물어봤을 때 엄마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어제는 처음으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재 청소를 시작했다. 새로 시작하는 대학원 생활을 위해서 정리를 해야했다. 나는 우선 나보다 조금 큰 서재의 모서리에 앉은 먼지를 털었다. 먼지가 한번 털때마다 태양에 튀는 작은 불빛처럼 표면을 맴돌았다. 나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먼지가 왠지 따갑다고 생각했다. 하얀 걸레가 회색빛이 될 때 쯤에야 문을 열어서 공기를 환기를 할 수 있었다. 창문을 여니까 바람이 아직 차가웠다. 남들한테 따뜻하지만 내 눈에는 아픈 햇살이 들어왔다. 눈을 게슴츠레 뜬 나는 햇살의 틈새에 수면 가루가 끼어들었다는 상상을 한다.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고, 눈 사이로 아파트 아래 무성한 나무들의 초록잎이 보였다. 나는 그 초록빛을 신경썼다. 내가 여기에 청소를 하러 오기까지 삼 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방충망을 닫고 이제는 서재 안쪽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서재의 안 쪽을 청소하는 것은 서재의 표면보다 더 지긋지긋하고 끈질기다. 서재 안에서 나온 앨범은 모난 모서리를 여덟개나 가지고 있었다. 나는 앞표지를 한번 쓸어내리고 걸레로 눌러 닦는다. 앨범을 닦은 다음에는 분류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아버지, 유년 시절의 나, 친구들, 시간, 사건, 예민했던 기질, 불안, 행복했던 시간, 불타 올랐던 절망. 나는 왠지 그 애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 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도 떠올린다. 고통으로 깊게 패인 상처의 인식은 치유를 담보하지 않았다. 첨예한 인식도 그 자체로 치유를 대신 할 수는 없었다. 그건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나는 앨범을 창고로 차곡 차곡 집어 넣는다. 손에 뭔가 더러운 것이 많이 묻어 있었다. 수도꼭지를 틀고 불안이 덕지덕지 묻은 손을 씻어낸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만큼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지나 간다. 머리카락이 조금 낀 하수구 사이로 시간이 지나간다. 이제 반정도 끝났고, 앨범에서 떠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슬픈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제 핸드폰에 또 사진을 쌓아올리고 있으니까. 숏컷이었던 나는 어깨를 조금 넘을정도로 머리가 자랐다.

밖에는 초록빛이 무성하고 나무 사이에서 새로운 가지가 솟아 올라 있었다. 나는 수많은 것들을 떠올렸다. 순식간에 내 낯빛을 바꾸고 사라진 것들, 푸른 살을 찾아 나서던 나를 안아준 망상과, 마비된 팔을 깃발처럼 펄럭이던 무력함. 얼어붙은 내 가지와 말라붙은 수액 속에서 웅크렸다가 하얗게 차오르던 생명력. 옛날부터 반복해왔던 그 기억들을 나는 조용히 곱씹었다. 어머니가 맞았다. 서재 청소는 너무 오래 걸린다.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1_정원영, 조성윤.jpg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도 서재청소가 나온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토마스는 갑자기 오랜 친구 앨빈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어릴 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송덕문을 써내려간다. 그는 그 과정에서 앨빈과의 기억을 떠올린다. 막이 오르면 토마스는 추억속의 서재에 서있다. 같은 '서재 청소 경험자'로서 토마스가 정말로 먼지를 털고 잘 정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따뜻한 평행선을 그리는 연극에 나는 깊은 공감을 느낀다. 우리는 모두 같다. 어릴 때의 기억은 마치 다시 피지 않을 꽃이나 다시 작아지지 않는 아이와 같다. 모두 필연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셈이지만, 그래서 아름답다. 오랜 서재를 청소할 때 우리는 토마스처럼 과거와 현재, 현실과 기억을 오갈 수 있다.

캐나다 신예 창작가 브라이언 힐과 닐 바트램의 만남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더해져 부드러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앨빈이 준 ‘톰 소여의 모험’을 읽고 토마스가 쓴 독후감을 담은 ‘1976’, 작은 나비 한 마리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The Butterfly’, 자신의 모든 이야기는 앨빈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토마스에게 ‘그 이야기 역시 너의 삶’이라고 말해주는 ‘This Is It’, 흩날리는 눈송이가 아름다운 이야기로 바뀐다는 ‘Angels in the Snow’ 등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속 넘버들은 듣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감성적이다. 이에 피아노, 첼로,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삼인조 라이브 밴드 연주가 더해진다.

100분의 러닝타임 동안 단 두 명의 배우가 퇴장없이 작품을 이끌어가닌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출연진도 화려하다.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2018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강필석, 송원근, 조성윤, 정동화, 이창용, 정원영의 출연한다. 이 동화같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모두 오래걸리는 서재청소를 감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년에 했던 서재청소에 이어 이런 이야기가 깃들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신년, 다들 서재정리 잘하시기를.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포스터_0919.jpg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 The Story of My Life -


일자 : 2018.11.27 ~ 2019.02.17

시간
화, 목, 금 8시
수 4시, 8시
토 3시, 7시
일, 공휴일 2시, 6시

*
월 공연 없음

장소 : 백암아트홀

티켓가격
R석 66,000원
S석 44,000원

제작
오디컴퍼니 주식회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주관
오픈리뷰(주)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0분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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