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말 계속 버티다 보면 나아질까? [기타]

때론 버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글 입력 2019.01.1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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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존버’ 라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오르락 내리기 시작했다. ‘존버’는 일명 ‘존나게’ 버틴다는 뜻이다. 이 단어는 이외수 작가로부터 처음 언급되었다고 한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혜민 스님이 여쭤보니, 이외수 작가는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언급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이 단어를 여러 상황에 사용하며 일단은 계속 버티자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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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틴다는 것



국어사전에 ‘버티다’는 1) 어려운 일이나 외부의 압력을 참고 견디다. 2) 어떤 대상이 주변 상황에 움쩍 않고 든든히 자리 잡다, 라는 뜻으로 등재되어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내키지 않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한다. 공부도 해야 하고, 열심히 일도 해야 한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를 가거나 출근을 해야 하고, 나와 맞지 않는 직장동료 등 마주치기 싫은 사람들도 만나야 한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도 하고, 여러 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여기서 ‘존버’ 정신은 이렇게 발휘된다. 일단 견뎌보자, 너무 하기 싫고 힘들고 괴로워도 일단은 지지 말고 버텨 보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맞다. 살다 보면 반드시 버텨야 하는 일들이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려면 우리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고, 그렇기에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어떤 자격증을 따거나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선 학원을 다니고 매일 꾸준히 공부해야만 한다. 살을 빼려면 식단 관리를 하고, 하기 싫은 운동도 해야 한다. 취업 준비를 할 때에도, 이곳저곳 이력서를 끝없이 넣어보며 힘든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심지어 원하는 놀이기구를 타거나 맛집을 갈 때에도 우리는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게 버텨낸 결과, 우리는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인내와 투자의 시간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월급을 받고, 시험에 합격하거나 회사에 입사한다. 힘들게 버틴 대가로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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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계속 버텨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교환학생을 정말 가고 싶었고, 늘 간절히 원하던 유럽 여행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장학금을 받으려 대학교 2년간 부단히 애썼다. 학기 중에는 하고 싶은 것을 다 참아가며 공부에 매진했다. 교내 밴드 동아리 활동도 병행하고 있었기에 수업이 끝나면 매일 동아리방에서 연습과 합주를 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무거운 몸과 감겨오는 눈을 뒤로하고 과제나 노트 정리를 했다. 독일 교환학생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복수전공과 알바를 병행하면서 교환학생 준비를 하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독일로 떠나기 직전엔 비자와 수많은 서류 제출과 출국 준비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지치고 힘든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나태해지고 해이해지기도 했다. 다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 나에겐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모두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었기에, 멈추지 않고 꾸준히 걸어나갈 수 있었다. 그 힘겨운 인내와 노력의 시간으로 나는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 있었고, 그토록 원하던 유럽을 맘껏 여행하며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버틴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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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가



하지만, 이렇게 버티는 행위가 늘 우리에게 어떤 보상과 대가를 가져다 주는 건 아니다. 나에겐 휴학 후 시작한 알바가 그랬다. 내가 일하는 곳은 베이커리 카페였는데, 규모가 큰 조직적인 곳이었다. 규율이 엄격한 곳이라 처음 일하는 한 달 동안은 정말 매일같이 혼났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자꾸만 실수를 했고, 손님이 많은 지점이라 쉴 틈이 하나도 없었다.


일은 체력적으로 고되고 힘들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8시간 내내 서서 일했고, 빵 트레이와 접시, 상자 등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어야 했고, 설거지를 너무 많이 해서 손은 엉망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저 침대에 뻗어버렸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일조차 힘들고 귀찮았다. 일이 충분히 익숙해진 이후에도 나는 계속 회의감이 들었고,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결국 12월 마지막 주, 너무 무리했던 탓인지 나는 일주일 내내 아팠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팠던 건 난생처음이었다. 나와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카메라를 사고, 여행 경비를 모으려 시작한 알바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를 더이상 버티게 하지 못했다. 영어 공부도 하고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려고 시작한 휴학인데, 알바를 하고 나면 체력은 바닥이 났고 피로가 나를 덮쳤다. 쉬는 날은 전부 잠에 빠져 지냈다. 해야할 일은 계속 뒤로 미뤄졌다. 그러면서도 이것조차 견디지 못하는 내가 나약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내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봤다. 당장 내 손에 새 카메라가 생기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가득 채우는게 더 유익하고 행복할 것 같았다. 수없이 고민한 끝에 알바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버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는 버텨야 합니다. 버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어느 누가 손가락질하고 비웃더라도, 우리는 버티고 버티어 끝내 버티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남아야만 합니다.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소개 글 中



버티는 일은 필요하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을 때,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때 우리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우리의 인생 또한 꿋꿋이 버티고 하루하루 살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버티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지금 내가 어떤 목표를 위해 버티고 있는 것인지, 미래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시간을 죽이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한번 숨을 고르고 멈춰 서서 뒤돌아 보는 거다.


나는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지, 이것이 충분히 버틸 가치가 있는 일인지, 내게 남겨질 것은 무엇인지. 단순히 참고 견디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다. 때로는 힘들면 포기해도 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 다시 새로이 시작하면 되니까. 늘 ‘존버’ 만이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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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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