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은 곰 [도서]

글 입력 2019.01.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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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위로를 건네는지, 경고를 건네는지조차 모르겠다. 읽으면서도, 다 읽고 나서도 계속 멍했다. 잔혹 동화라는 타이틀이 실제로도 그 '잔혹'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 잔인할 줄도 몰랐고, 동화스럽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느낌에 동화스럽지는 않았다. 삽화와 걸맞게 너무나 우중충하고, 까맣고, 어두컴컴하고, 우울하다. 이렇게나 어두울 줄 몰랐지. 밝은 이야기를 기대했어서 그런지 더욱더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정리할 줄 몰라 내용을 곱씹어 보는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계속해서 생각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미 잃은 작은 곰. 숲속에서 살아남기. 여서.. 나는 열심히 좌절해도, 희망차게 다시 딛고 일어서서 살아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고름이 가득 찬 원숭이, 짜증 내는 개미핥기, 운명을 이야기한 독수리, 갑자기 꽂힌 '바다'라는 운명, 얄미운 너구리까지는 그래도, 초반이 찜찜하긴 해도 다시 희망차질 줄 알았다.


그런데... 흰 공작이 등장하면서부터 기괴해졌다. 지상 낙원 같은 고요한 연못과 흰 공작, 종족 불문하고 쾌락과 죽음을 동시에 맞이한 동물들..? '악'에 대한 증오를 일깨운 뻐꾸기, 뜬금없이 등장한 동물들과 사람(이방인) 전쟁 우화 속 흰 호랑이, 이제는 쉽고도 잔인하게 죽인 거미와 코요태 그리고 동물 사채들..


절정 부분은 악을 제거한다고 동물들을 마구 죽인 작은 곰과 그를 비웃는 고름 찬 원숭이, 작은 곰에게 자식 잃은 쿠거의 복수. 작은 곰과 쿠거의 싸움.. 심지어 피 튀기는 장면을 묘사해서 더 멘붕이었다. 이게 뭐지...???


(벌써) 마지막에 다다라 흰 호랑이를 만난 작은 곰, 마주한 '운명'의 바다, 흰곰에게 안내하는 혹등고래. 작은 곰의 마지막 대사.


"잘해 보려고 한 것뿐인데, 그저 살고자 한 것분인데, 왜 이리도 힘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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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복잡하고 착잡했다. 내용이 내가 바란 대로 밝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직감한 '흰 공작과 미친 패거리'들이 나중에 보니 그나마 가장 감정에 순수하게 솔직해 보였다. '어차피 쉬이 죽을 운명이라면, 목숨 걸고 쾌락을 즐기다 죽어버리자'라니. 더 기분이 이상했던 건 주인공 작은 곰이었다. 주인공은 작지만 육식 동물로써, 나름 먹이 사슬 상위에 있다. 그러다 보니까 잘못된 신념(?)으로도 쉽게 살생을 저질렀다. 어느새 이렇게 미쳐버려가지고..

선을 지키는 명분으로 숲을 지키고자, '악'을 처단하며 다닌 작은 곰. 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각자 본인의 운명(목적)을 지니고 살고 있으며, 그 목적이 서로 부딪힐 뿐이었다. 작은 곰에게 자식을 잃은 쿠거, 악을 처단했다는 생각을 지닌 작은 곰. 더 멘붕이 왔던 이유는, 상황 자체를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잘하려고 한 것분인데, 왜 이리 힘든가요'라는 말을 남긴 점이다. 아... 이런 총체적 난국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내어야 할까. 이래서 '사회생활이 힘든 어른들-에게 바치는 잔혹 동화'인 걸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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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밑도 끝도 없는, 갑자기 주어진 '운명'을 믿고 맹목적으로 달려온 결과일까

2) 자기의 명(생태의 법칙)대로 살지 않고, 스스로 잘못된 신념을 갖고 모든 것들을 망가뜨리며, 끝까지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의 이야기일까

3) 열심히 살아온 주인공의 삶이 비정상적이라는 걸 본인이 모르듯, 우리들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4)'운명'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 '살아간다'라는 것은 무엇이며

5) 다수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생태계이며 약육강식으로 표현되는)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걸까

6) 나는 이 우화 속 동물들 중 어떤 모습일까? 보고 반성하라는 걸까? 여기 나온 동물들은 주위에 다 있는 사람들의 속성이니까

7) 무조건적인 악, 누구 하나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부딪히며 살아갈 뿐이라니, 그 환경을 담담하게 알려주는 것일까

8) 이방인과의 싸움에서, 휴전 후 동물들은 울타리에 사는 게 낫다고 자기 위안하는 모습이 너무나 친숙했다. 현지 20대들이 사회 구조 속에서 좌절감으로 인해 '소확행'을 찾게 되는 모습 같기도 하고

갓 사회 생활 시작한 나여서 더 복잡하게 느끼고 깊게 와닿는 것일 수도 있다. 예전에 받았던 상담 내용이 생각난다. 네가 상처 받았던 기억을 떠올려보지만, 그건 너 스스로의 착각일 수도 있다고, 사실 남은 너에게 '일부러 해를 끼치겠어'라고 잘 하지는 않는다고. 그저 소통의 오해거나 각자의 목적이 충돌했을 뿐이니까 나서서 상처낼 필요 없다고. 지금 사회 생활도 비슷한 것 같다. 따뜻하지는 않더라도, 나서서 상처낼 정도의 가까운 사이는 아니니까. 일어나는 고통은 그저 '각자의 충실한 삶'속에서 우연히 부딪혔을 뿐이지 않을까? 떠오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쉽게 읽었으나, 쉽게 내려 놓지 못하는 책이다. 한동안, 꽤 오래 생각날 것 같다. 나는 작품을 감상할 때 굳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작품은 내게 주어졌으니, 내 식대로 상상하고 감상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에. 하지만 이 책만큼은 '의도'는 아니더라도 '어떤 생각'으로 썼는지 궁금해진다.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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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제목: 작은 곰

분류: 문학 / 한국문학

글·그림 : 이희우

출판사: 도서출판 잔

발행일: 2018년 11월 19일

판형: 130*195(mm)

페이지: 96쪽

정가: 12,000원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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