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짹짹거림'에 대처하는 자세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1.1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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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Network Service, 말 그대로 개개인을 잇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SNS는 이제 커다란 광장이 되었다. 가지각색 개성 있는 플랫폼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사용자를 정의하고 또 다른 개인과 연결시킨다. SNS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큰 원동력은 ‘소통’이다. 관계 맺음의 과정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아무리 흥미로운 개인이 넘쳐나도 그들을 잇는 줄이 없다면 소셜 네트워크라는 관계망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SNS를 통해 개인에 머물러 있던 정보는 어디든지 전달될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그러한 정보를 매우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자신의 중심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또한, 각 플랫폼은 SNS의 존재 근간인 소통의 과정을 잘 지원하고 있는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다양한 종류의 SNS가 매체 사회의 기반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방향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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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2006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트위터’는 가장 원조 격에 속한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플랫폼의 이름으로 건 만큼 사적인 성격이 강하다. 필자도 오래 이용했는데, 가장 매력 있었던 점이 바로 ‘짹짹거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쓸모없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은 말도 쉽게 표출할 수 있다. 글자 수가 140자로 제한되는 특성이 한몫할 것이다. 부담 없이 메모장이나 일기장처럼 쓸 수 있다. 굳이 힘을 주고 글을 쓰지 않아도, 형식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트위터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렇다고 해서 트위터가 사적 영역을 잘 지켜주는 SNS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여타 포털 사이트에 있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처럼 ‘실시간 트렌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어나 해시태그가 글에 포함된 빈도수만큼 순위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말 그대로 ‘트렌드’를 사용자들에게 시시각각 알려주는 셈이다. 따라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비해 사용자가 트렌드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 사적인 성격이 강하면서도, 동시에 토론장을 조성할 가능성이 큰 트위터의 특징이다.

트위터 내 토론을 통해 도출된 생산적인 결과는 적지 않다. SNS 중 가장 그 정도가 높은 익명성 아래 누구나 수평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토론을 활성화시켰고 특히 민감한 정치 및 사회적 문제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궈내기에 일조했다. 그러나 별생각 없이 ‘짹짹거린’ 것이 해시태그나 실시간 트렌드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는 트위터의 과도한 개방성은 수많은 폐해를 낳았다. 대화할 준비를 하지 않고 혼자 메모하듯 적은 생각은 강제로 토론에 끌어들여지며 객관성이 결여되었다고 비난당한다.

자신의 생각을 백이면 백 토론에 개입시키고 싶은 사람은 없다. 속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어느 정도 정제된 생각을 가지고 광장에 입장한다. 그러나 트위터는 그러한 최소한의 필터링을 허용해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토론에 강제로 개입되고, 개입된 생각들은 토론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당하며, 결국 토론은 방향을 잃고 난잡해진다. 이런 토론에서 도출되는 결과는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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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때 트위터를 위대한 전세계의 광장, 누구나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빛나는 아고라로 미화했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들이 서로 밀치고, 조롱하고, 괴롭히고, 고함지르고, 희롱하고, 협박하고, 스토킹하고, 아첨하고, 떼를 지어 공격할 수 있는 광장엔 가본 적이 없다... 끼지 않은 대화를 엿들었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실존적 분노를 완화하기 위해... 자신의 박살난 꿈을 향해... 그리고 경찰조차 부를 수 없다.

이러한 사회 현상이 당신에겐 어떻게 보이는가? 트위터는 광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트위터는 술 취한 사람들이 설치는 모쉬 핏 같다.

- 우메어 하크 '트위터는 왜 죽어가는가 (그리고 거기서 얻을 교훈은 무엇인가)'


모순적이게도, 개방적인 플랫폼의 시스템과 달리 사용자의 자세는 한없이 폐쇄적이다. 이는 트위터의 ‘블록(차단)’ 기능과 연관된다. 사용자를 ‘블록’하면 서로의 트윗을 볼 수 없게 되고 소통의 끈은 한순간에 단절된다. 다른 플랫폼에도 있는 흔한 기능이지만, 트위터에서는 이것이 하나의 당연한 관습처럼 여겨진다. ‘나는 이러한 의견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블록(차단) 하라’라고 하는 것이 인사말처럼 오간다. 반대 의견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중한 마찰의 과정이 간단히 생략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마음에 드는’ 사람과 있을 수만은 없다. 오히려 다르기에 의미 있다. 다르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광장을 과연 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 다양한 개인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저절로 다양성이 실현되는 게 아니다. 필자는 이러한 곳에서 정상적인 소통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유해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부실한 것도 문제다. 트위터가 하나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고 있는 문화 중 ‘자캐 커뮤니티’에 대한 언급을 하고 싶다. ‘자캐’는 ‘자작 캐릭터’의 준말로, ‘자캐 커뮤니티’는 자신이 직접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역할놀이를 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말한다. 이는 수많은 2차 창작물을 창조해내며 관련 문화를 발전시키는 순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탄생하는 유해물에 대한 제재가 부실한 것을 지적하고 싶다. ‘자캐’와 세계관을 주목시키기 위해 일부 이뤄지는 폭력성과 선정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제재는 작동되지 않는다.

더 위험한 것은 사용자 중 비중 있게 차지하는 청소년층의 과몰입이다. 자아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놓인 청소년에게 역할놀이는 자아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몰입이 지나치게 되면 ‘자캐’와 자신을 동일화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보상처럼 주어지는 관심을 얻기 위해 세계관의 자극성을 높이는 과정과 더불어 ‘자캐’와의 동일화가 이루어진다면, 말할 것도 없이 자아 형성 과정에 엄청난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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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된 사건으로 2년 전 발생한 인천 아동 살인사건이 자주 언급된다. 당시 만 16세라는 어린 나이의 가해자는 자캐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공범과 공모하여 살인을 저질렀다. 가해자는 당시 살인과 퇴폐를 주요 콘셉트로 하는 자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진 결과 관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자캐 커뮤니티와 사건의 동기를 연관 짓는 여론이 자캐 커뮤니티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필터링 없이 노출되는 유해 콘텐츠와 자아의 성장 과정에서 그에 대한 영향을 크게 받는 청소년의 관계가 위험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짹짹거림'에 대처하는 자세


작년에 ‘유튜브’ 플랫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여과되지 않은 영상들이 수동적인 대중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문화의 주체가 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논지의 오피니언을 게재한 적이 있다. 당시엔 유튜브 플랫폼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한 문제점에 주목하여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된 주장으로 논했는데, 구체적인 대안과 해결 방향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다루지 못했다. 사실 대중의 수동화와 폭력적·선정적인 콘텐츠의 성행은 유튜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중의 이목을 자극하기 위해 범람하는 정보가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대 사회의 필연적인 문제 상황이다. 이는 당연히 트위터에도 적용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싶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적용 및 분석하여 평가할 수 있는 능력으로 미디어로 점철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적인 기술이자 능력이다. 정보를 얼마나 아느냐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아는 정보를, 어떻게 여과하고 분류하여 받아들이고 이용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중요해졌다. 특히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정보 하나하나가 큰 영향을 미치는 청소년에게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조기 교육이 더더욱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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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께 트위터에서 남북 전쟁이 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며, 관련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를 장악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 통신사 건물에 화재가 난 것이 사실은 전쟁에 관한 매체 보도를 막기 위해 연락망을 끊어버리려는 정부의 모략이라는 것이 소문의 출발이다. 근거는 보도된 지 2주 정도 된 두 언론사의 보도가 전부였다.

소문의 현실성이 있든 없든, 근거가 매우 부실한 ‘루머’에 불과함은 분명하다. 전쟁의 공포가 남아있는 노인층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여타 정치인들의 질 낮은 종북몰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소문을 퍼트린 트위터리안 중 많은 비중을 10대 청소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관련 해시태그를 붙여 여론에 가담하지 않으면 모략을 방관하는 것이라며 여론몰이를 하는 분위기에 청소년들을 포함한 많은 트위터리안들은 떠밀리듯 동참했고 가짜 뉴스를 재생산했다.

실시간 트렌드와 해시태그 시스템에서 기인한 과도한 개방성에 의해 전쟁 공포는 불 번지듯 확산되었고, 대화를 손쉽게 차단할 수 있는 폐쇄성은 소문의 반박과 진위 여부에 관한 토론을 가로막으며 의견을 일체화시키고 선동이 쉽게 일어나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여과되지 않은 기사와 콘텐츠는 사용자들의 이목을 자극하여 분위기를 과열시키고 정보의 객관적 접근을 불가능하게 하였다. 예상했던 문제들이 가시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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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매체가 일차적으로 문제지만, 언제까지나 가짜 뉴스 탓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 대중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가짜 뉴스는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다. 유해 콘텐츠를 제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사실 트위터는 중립적이다. 문제 상황과 관련된 플랫폼상 특성으로 지적되는 해시태그나 실시간 트렌드 기능, 블락 기능은 사용자를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일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시스템의 영향을 받은 사용자들이 문제점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일반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이용자들이 SNS로 자리를 옮기며 트위터 역시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이용자들이 모일 것이고, 그만큼 ‘짹짹거리는’ 소리도 커질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소리들을 제재할 수는 없다. 다만 각자의 방식으로 듣고, 분석하여 평가할 뿐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임하지 않으면 소리에 떠밀려가 어느새 방향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달라진 세상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누리꾼들의 성찰과 건강한 토론을 지원하는 플랫폼의 노력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트위터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에서도 개인과 집단의 본격적인 노력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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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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