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전쟁과 서커스 - 소설 <고아 이야기>

달라진 시대, 변하지 않은 고민들
글 입력 2019.01.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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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서커스 - 소설 《고아 이야기》

달라진 시대, 변하지 않은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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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아마 다양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화려하고 짙은 분장, 곡예, 코끼리, 알록달록한 도구들, 어린이를 위한 꿈과 희망... 서커스 공연이 갖는 최근의 이미지들은 밝고 긍정적이다.  과거와 달리 서커스 공연은 화려하고 값비싼 예술이 되었고, 에너제틱 하며 희망적인 이미지를 앞세운 홍보 전략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꿈의 궁전. 아이들의 웃음소리 같은 것들.

하지만 '서커스'를 떠올리면 나는 왠지 섬뜩한 기분부터 든다. 허공에 설치된 팽팽한 줄 위로 내딛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작은 발. 위태로울수록 커지는 함성소리.  위험할수록, 과감할수록 사람들은 더 크게 환호하고 열광한다.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광기에 가까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줄 위의 그 혹은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순간 놓친 긴장에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는 그 영원 같은 시간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압박감을 버텨내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이번에 읽게 될 소설 <고아 이야기>의 주인공 노아의 삶이 그렇다. 한 발 한 발이 위태로운 삶. 세계가 주는 고통 앞에 홀로 서야 하는 사람을 우리는 고아라 부른다. 버팀목이 없고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들. 그녀는 고아다. 그녀를 둘러싼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아다. 하지만 험난한 와중에도 신념과 투지는 빛나며, 사랑과 우정은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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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아 이야기>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다. 독일 군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열여섯 살 노아는 아이를 낳자마자 독일 군대에 빼앗긴다. 그 후 조그만 기차역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 나가던 노아는 어느 날 갓난아이를 가득 실은 유개화차를 발견하고 나치에게 빼앗긴 자신의 아들을 떠올린다. 결국 유개화차에 있는 아이 중 하나를 안고 눈 덮인 숲으로 도망친 노아.

눈 속에서 아이와 함께 죽을 고비를 넘긴 노아는 독일 서커스단에 거처를 마련하지만 그곳에서 버티려면 공중곡예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주연 곡예사 아스트리드는 그녀를 못마땅하게만 바라만 보는데... 처음에는 라이벌 관계였던 노아와 아스트리드는 차마 말하지 못한 비밀을 숨긴 채 서로에게 의지하며 끈끈한 연대감을 쌓아 나간다. 하지만 두 사람을 지탱하던 우정은 크고 작은 사건들을 거치며 하나둘씩 무너져 내리고, 상대의 목숨을 구할 만큼 서로에 대한 우정이 견고한지, 아니면 서로에게 숨긴 비밀이 그 우정을 망가뜨리도록 내버려 둘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자기 이름도 알지 못하는 어린 나이에

부모 품에서 떨어져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어요.


그 아이들의 가족은

어떤 심정일지 궁금해졌지요.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그대로 모른 척할 수 없었어요.


- 작가의 인터뷰 중



이 이야기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암울한 시대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의 연속인 나날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무수한 예술 작품들이 있다. 영화만 살펴봐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덩케르크>, <쉰들러 리스트>, <랜드 오브 마인>, <사울의 아들>, <스윗 프랑세즈> 등 전쟁 영화부터 휴머니즘, 로맨스 영화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참혹하고 끔찍한 시기, 그 속에서 누구는 싸우고 죽이지만 또 한 곳에서는 생의 의미를 발견하며 또 누군가는 그 와중에도 사랑을 한다. 믿어선 안 될 사람을 믿고 싶어 하며, 품어선 안 되는 희망을 품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노아가 도달한 곳은 '서커스단'이다. 전쟁과 서커스라는 아이러니함. 웃음과 환상을 주는 서커스 속에서 노아와 아스트리드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예전에는 공중그네 손잡이를

예술가의 손길로 가볍게 붙잡았다면,

이제는 마치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  <고아 이야기> 본문 중에서



제2차 세계대전, 독일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여성의 비밀과 질투, 우정, 사랑. <고아 이야기>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2017년 굿리즈 역사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작품이며, 한 번 펼치면 밤을 새워서라도 끝까지 읽게 만든다는 몰입력 있는 서사와 강렬하고 정서적인 필체로 이미 잔뜩 호평을 받으며 한국에 도착하게 되었다.

500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완독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독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그 몰입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우리의 삶이 노아와 아스트리드의 삶과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전쟁의 참혹함에야 비할 바가 되지 않겠지만, 최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마치 전시처럼 불안하고 위태롭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자칫하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헤맨다는 것은 낙오를 의미한다.

뒤처지고 밀려나서 나중에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그렇게 한 줌의 재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의지할 곳도, 버팀목이 되어줄 사람도 없는 우리 현대인들은 모두 노아를 닮아있고 아스트리드를 닮아있다. 열심히 목소리를 드높이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 한 번 찍힌 낙인은 도무지 지워지지를 않는 이 각박함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목소리를 내는 이유, 자꾸만 부딪쳐보는 이유는 희망이 있다고 믿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희망, 연대, 믿음. 시대는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은 사람과 상황, 이 소설 <고아 이야기>가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힘주어 움켜쥔 밧줄처럼 그들은 생을 움켜쥐고, 희망을 손아귀에서 놓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가 전해줄 감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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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아 이야기
(원제: The Orphan’s Tale)
분류: 소설 / 외국소설 / 미국 소설
지은이: 팜 제노프(Pam Jenoff)
옮긴이: 정윤희
출판사: 도서출판 잔
발행일: 2018년 11월 12일
판형: 130×195(mm) / 페이퍼백
페이지: 504쪽
정가: 14,800원
ISBN: 979-11-965176-0-1 03840
CIP제어번호: CIP2018034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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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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