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얀 벽을 세우던 작은 곰 이야기 _ 동화책 '작은 곰'을 읽고

세상의 음지를 받아들이세요
글 입력 2019.01.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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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보려고 한 것 뿐인데,
그저 살고자 한 것 뿐인데,
 왜 이리도 힘든가요?"

 
삶에 치인 직장인들이 나오는 현대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대사가 동화책에 나온다. 주인공은 '작은 곰'이며, 책 속 모든 그림은 판화다. 어둡고 사뭇 무섭다. 내용들도 충격적이다. 흰 공작은 동물들에게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풀을 갖다주고, 동물들은 환각과 환상에 취해 즐기다가 마지막을 맞는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지만, '동화'라는 제목을 잊게 될 정도로 적나라하고 거침이 없다. 우화라는 이름을 달아도 좋았겠다.

앞서 언급한 말은, <작은 곰>을 읽었다면 기억에 남았을 법한 대사 중 하나였다. 주인공 작은 곰이 다치고 찢기는 성장 과정을 거쳐, 호랑이를 만나고 종국에 바다로 나아가기 전 육지를 보여줄 초록 풀을 챙기기로 한다. 하지만 이전 싸움으로 다친 그에겐 그조차도 쉽지 않다. "그저 살고자 했을 뿐인데, 왜이렇게 힘든건가요?"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이에 답하자면, 그의 생이 그토록 힘들었던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의 생이 힘들었던 이유, 그리고 그 이유들을 기반으로 해서 인생 사는 법에 대해서 철학했다.



세상에 내던져 졌기 때문에


작은곰_카드뉴스_06.jpg
 

책은 작은 곰의 성장기를 다룬다. 그리고 그 성장은 아마 평범한 성장보다는 훨씬 잔인하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한, 예견도 어린 이에 대한 배려도 없던 이별이었다.

지금껏 강하고 따뜻한 어미 밑에서 편안하고 아늑하게 자라오던 곰은 그렇게 세상에 내던져 진다. 세상에 내던져진다는 표현을 쓰는 상황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바로 여타의 안전장치나 보호대가 없다는 것. 더 이상 누군가의 이유없는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기 힘들때 , 그때 존재들은 세상에 내던져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는 흰 공작의 말을 듣고, 바다로 나가 흰 곰을 만나기로 했다. 자신과 어울릴 수 있을만한 존재를 찾아 바다로 나서기로 했다. 곰이 필요로 했던 것은 의지가 되고 소통이 될 만한 세상의, '내가 아닌' 존재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고, 윤리도 없이 강한자가 약한자를 처리하고 먹어치우는 약육강식의 숲에, 그는 내던져 져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 있었다.



하얀 벽을 세우려고 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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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들은 힘이 들 때 잘못된 선택을 한다. 그리고 무지한 상황에서 생명들은 (이 작품의 작은 곰까지 포함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알지 못한다. 작은 곰은 모든 악을 처단하기로 했다. 작은 곰은 커져가며, 세져가는 힘으로 자신의 기준에서 그른 것을 모두 부쉈다. 먹이를 잡아두고 겁을 주며 강자의 권력을 즐기던 거미를 죽였고, 자신이 살기위해 부화하지도 않은 새끼 새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 죽인 비둘기 새끼를 죽였다. 그의 기준은 엄격하긴 했지만, 선악의 규준에서 틀린 것은 아니었다.

작은 곰보다 조금 더 세상에 물든 필자는 그가 너무 순수해서 안타까웠다. 너무 순백색의 벽을 유지하려고 하다보면 작은 오점에도 하얀 페인트를 들이붓기 마련이다. 그에게 세상이 조금은 더러운 곳이고, 그걸 누구도 완벽히 표백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알려주는 사람은 왜 없었을까. 그래서 왜, 그의 손이 빨갛고 시퍼렇게 물드는 것을 막아줄 수 있었을텐데. 그런 사실을 알려줄 존재가 없었던 작은 곰은 높고 높은 이상을 추구했고 그래서 이유도 모를만큼 힘들었나보다.




음지를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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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처음 부정을 보았던 것. 부정부패한 세상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그 희생자가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것. 그것은 “그저 살고자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든가요”라는 말의 시작이었다. 어미가 만들어준 작은 이상세계에서 살던 곰이 세상의 원래의 모습을 급작스럽게 마주보게 되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그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이 세상에는 '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엔 크고 작은 부정이 있다. 누군가를 충격에 몰아넣을 수 있을만큼 크고 작은 부패들이 온갖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반박 못할 명제다. 하지만 동시에 반박할 수 없을 또 다른 명제는 음지가 있을땐 멀지 않은 곳에 양지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엔 밤도 있고 낮도 있고 양지도 있고 음지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해’가 위에 존재할거라는 증거다.


안타깝지만 '해'라는 이상도 믿고, '음지'라는 세상의 부족함도 받아들이는 건 힘들고 그것을 할 기회가 없었던 존재가, 이 책에선 '작은 곰'이었다.


곰은 결국 바다를 건너가서 행복하게 살았을까? 자신과 어울릴 만한 존재를 만나서 다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을까. 작고 불행해보이는 곰에 왠지 마음이 쓰인다. 그는 결국 음지를 받아들였을까, 아직 하얀 벽을 세우고 있을까.






작은곰_카드뉴스_10.jpg
 


<작은 곰>


글 그림  이희우


출판사  잔


12000원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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