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답게 살아가기 : 도서 '외모왜뭐'

글 입력 2019.01.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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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여성을 어떻게 소비하는가

저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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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예능인 이영자가 KBS, MBC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상은 1990년도 KBS 코미디대상(2002년에 연예대상으로 명칭이 바뀜)을 수상한 김미화, 2001년도 연예대상을 수상한 박경림 이후 10년이 훌쩍 지나 거머쥘 수 있었던 여성 예능인의 단독 수상이었다. ‘시상식=드레스’라는 이전의 공식을 깨고(이전에도 여성 연예인이 이러한 공식을 깬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정장을 차려입은 채 정상의 자리에 올라 선 그녀는 수상 소감으로 이러한 말을 남겼다. ‘저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일 년간 우리의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면모에 더해 나름의 철학을 갖고 맛깔나게 음식을 소개하고 표현해내는 능력 덕분이었다. 주변화 되거나 대상화되고, 희화화 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그저 묵직하면서도 재치있는 예능인으로서의 이영자를 봤을 뿐이며, 그의 능력에 매료되었을 뿐이다. 다시 말하자면 ‘여성’ 이영자가 아닌 ‘사람’ 이영자를 봐온 것이다.


그의 앞에 붙는 수식어로는 ‘먹교수’, ‘먹방의 신’ 등이 있다. 대다수가 생각하던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 않는가. '여신', '요정', '섹시' 등의 수식어가 기존의 틀에 박힌 이미지일 테다. 실제로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여성의 역할은 ‘예쁜’ 모습으로 환대받으며 일회성 게스트로 나오거나, 주변에서 분위기를 띄우거나, 허당인 매력을 뽐내며 우스꽝스러운 역할을 하는 것에 그쳤다. 그러나 이영자는 성별의 구분에서 벗어나 ‘이영자’로서의 아이덴티티, 정체성을 뽐내며 대중에게 다가갔고, 그 결과 주로 남성 예능인이 손에 넣던 신(神)격화된 타이틀을 얻으며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는 이번 대상을 통해 미디어 속 악습과 같은 매커니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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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 대중매체 모니터링 보고서(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예능, 오락 프로그램의 남성 주진행자가 여성보다 3배(남성 73.5%, 여성22.8%) 이상 많다고 합니다. 출연자의 성비 불균형은 남성의 시각으로 여성을 표현하는 한계를 가져오게 만들죠. 예능 프로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웹툰이나 게임에서도 모험과 전쟁을 통해 ‘레벨업’을 하는 ‘남성 중심의 서사’가 주를 이룹니다. 심지어 내용과 상관없는 선정적인 신체 노출을 통해 성적으로 대상화되거나, 능력보다는 외모만으로 평가당하기도 하지요.


- 도서 '외모왜뭐' 59p



여성이 설 곳 없던 미디어에서 여성간의 대결 구도와, 여성의 수상은 의미 있는 일이다. ‘대상을 받는다면 개그우먼 후배들의 꿈을 더욱 넓혀주는 의미가 될 것’이라 말하던 이영자의 염원이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한 사람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몸을 위한 존중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답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이며,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 나답게 살아가고 있을까?




외모왜뭐

모든 몸을 위한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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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외모를 향한 우리 사회의 편견 속에서 삶을 시작하는 소녀들과 그들과 대화하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책입니다. 외모를 함부로 평가하고, 관련 상품을 소비하라고 부추기는 외부의 목소리와 어떻게 싸우고 그로부터 어떻게 자신을 지켜갈 수 있을지, 그 고민과 질문을 담았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마을에서, 집에서, 소녀들과 이 책을 통해 몸에 대한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시작되길 바라면서요.


- 도서 '외모왜뭐' 5p



‘오랜만에 보니 더 예뻐졌네’, ‘살 빠졌어?’, ‘살쪘어?’


대개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부터 자연스레 외모에 대한 평가를 시작하곤 한다. 누군가는 칭찬을 빙자한 인사말을 건넸을 뿐이었겠지만, 누군가는 그 기준에 알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늘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을 테다. 여태껏 우리는 사회가 규격화한 틀에 맞는 모습이 되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잡티를 가리기 위해 피부 화장을 하고, 생기를 위해 입술을 바르고, 날씬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며, 봉긋하고 둥근 가슴을 위해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는가. 길고 길었던 학창시절을 지나 ‘개성’이라는 단어가 용인되는 성인이 된 나의 주변에도 많은 이들이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계속된 검열 속에서 살아왔다. 학창시절부터 작은 사이즈의 교복에 몸을 욱여넣은 채 괴로워해야했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얼굴에 화장을 덧칠해왔다. 그 속에서 진짜 ‘나’의 모습은 사라져가고 있다. 하물며 일을 하러 가서도 ‘피곤해 보이는데 입술 안 발라요?’, ‘손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화장을 해야 돼.’ 따위의 말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으니. 우리는 언제든 평가받을 준비를 하며 살아왔다.


위에서 언급된 ‘우리’의 주체가 누구인지 예상 가능하지 않은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들’에게만 이러한 지독한 잣대가 주어지고 있었다. 물론 외모지상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여성들뿐만이 아닐 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외모를 가꾸는 남성에게는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지만 외모를 가꾸지 않는 여성들에게는 비난만이 쏟아질 뿐이다. 민낯의 여성은 자기 관리를 못하고, 부지런하지 못한 사람인 것처럼 비춰지곤 한다.



외모 규범의 미학에는 가부장제의 젠더 권력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즉, 남성적 시선으로 여성을 대상화하고 있지요. 남성들이 외모를 꾸미는 것은 세련된 취미나 성공의 결과이지만, 여성들이 외모를 꾸미는 것은 필수이고, 성공의 조건이라고요.


- 도서 '외모왜뭐' 1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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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궁금하다. 외모로 일하나요? 일을 하기 위한 조건으로 '일 잘하는 능력'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일 자리는 '용모 단정'한 여성을 원한다. 서비스 직이니 성별에 관계 없이 단정한 사람을 원할 수도 있긴 하나, 여성의 경우에는 그 잣대가 더욱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주어진다. 실제로 2016년 한 과일주스 체인점 여성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에서는 '외모에 자신 있는 분만 연락 주세요, 키 000cm, 몸무게 000kg...' 따위의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보정 속옷 코르셋이 여성의 장기를 망가뜨렸던 것처럼 외모 관리 코르셋은 여성이 스스로의 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합니다. 수술을 통해 변형시켜서라도몸을 고정 관념에 맞추고, 편하고 자연스러운 것보다 남의 눈에 예쁘게 보일 복장과 포즈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누구라도 자기 몸에 대한 검열을 멈추기 힘듭니다.


- 도서 '외모왜뭐' 21p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외모왜뭐'는 화장, 가슴, 다이어트, 미디어, 월경, 꾸밈 노동, 사이즈, 자본 주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타인이 정한 '예쁨'의 기준을 뜻하는 '코르셋'을 벗어 던지고 진짜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탈코르셋'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는 법을 알려준다. 예뻐지기 위한 노력들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유난히 무뚝뚝하고 애교 없던 어린 시절부터 '딸이 뭐 이래. 여자애 맞아?'라는 소리를 밥 먹듯이 들어왔던, 그 이후로는 '피곤해 보이는데 입술 안 발라?', '살이 좀 쪘네. 살 좀 빼야겠다'를 매일 반복해서 들어오던 내게 이 책은 '나'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여자 애가 어때야 하는데?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2018년은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로 이슈가 되었다. 그 깊은 속내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무언가에 이상함을 느낀 누군가가 모여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 본질을 잃고 극렬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던 중이었다. 아무튼 도서 '외모왜뭐'를 읽어내려가며 여태껏 애써 위안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던 것은 아닌지, 나는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나답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나 미디어를 다루고 있는 나에게 반성 아닌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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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위스퍼의 #LikeAGirl 캠페인 영상에서는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모델들에게 ‘여자답게(Like a girl) 달려봐, 공을 던져봐, 여자처럼 공을 차봐’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어린 소녀들에게선 보이지 않던 모습이 성인 남녀 모델에게 나타납니다. 있는 힘껏 달리고, 공을 차고 던지던 어린 소녀들과 달리 성인 여자와 남자 모델들은 모두 힘없이 양팔을 휘젓거나 머리카락을 만지며,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서투를 모습으로 달리는 모습을 흉내 내는 것입니다.

 

- 도서 '외모왜뭐' 54p



심리학자 리네이 엥겔른에 따르면 소녀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상적인 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고, 5세 여자아이 중 34%가 '가끔은' 의도적으로 음식을 적게 먹는다고 합니다. 이 중 28%가 자신의 몸이 TV나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몸보다는 미디어에 나오는 이상적인 몸을 먼저 받아들여, 스스로의 몸을 바꿔내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분명 다양한 몸이 존재하지만, '이상적인 몸'. '아름다운 몸', '건강한 몸' 같은 우리가 선망하게끔 만드는 몸의 이미지는 동일한 모양새를 띱니다.


- 도서 '외모왜뭐' 100p



미디어는 여전히 여리고 예쁜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양산해내며 대상화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에 대해 검색을 했을 때 ‘몸매, 다이어트, 가슴 노출’과 같은 단어가 따라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미디어 속 여성에 익숙해진 우리는 그와 똑같아지려 노력한다. 혹자는 그것이 본인이 원하는 모습이라고 당당하게 말할테지만, 그 또한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그것이 진정 나다운 모습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들 자기만족이라고 말하는데, 홀로 집에서 풀 메이크업을 한 채 화려하고 불편한 옷을 입고 있다면 그 ‘자기만족’, 인정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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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된 이영자는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에서 수영복을 입고 당당히 등장한 적이 있다. 이에 대중들은 ‘귀엽다’, ‘생각보다 날씬하다’, ‘육감적이다’, ‘배가 튀어나왔다’, ‘별로다’ 따위의 반응을 보였다. 여전히 그에 대한 평가가 계속되었다. 이에 이영자는 타 방송에서 ‘내 몸이니까 당당해지자’는 생각이었다며 살이 찐 사람도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대상화되지 않은 몸, 있는 그대로의 몸을 미디어 속으로 끌어와 변화의 시작을 보여준 것이다. '사람' 이영자의 행보가 더욱 뜻깊게 여겨지는 이유이지 않을까.


우리가 우리답게 살아가기 위해선 한 사람의 몸을 그 자체로 존중할 수 있어야만 한다. 민낯으로 다녀도, 살이 쪄도 괜찮다고. 나는 나답게 살면 된다고. 외모, 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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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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