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럼에도 살아감에 대해, 고아이야기 [도서]

사실 아무런 이유가 없다.
글 입력 2019.01.1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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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한테 임신 사실을 들켜서 '소녀원에 들어갔고, 그 곳에서도 임산부라는 이유로 쫒겨났다. 멀리 떨어진 마인츠나 그 근처 마을로 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그냥 문을 열고 맨발로 쫒아내버렸다.

- 고아이야기 14page


16살 노아는 독일 군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쫒겨나고,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순수 아리아인의 혈통이라는 이유로 독일 군대에게 아이를 빼앗긴다. 조그만 기차역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던 중, 갓난아기를 실은 유개화차를 발견하고 나치에게 빼앗긴 자신의 아들을 떠올린다. 그녀는 아이 하나 를 안고 눈 덮인 숲으로 도망치게 된다.

독일 서커스단에서 거처를 마련하지만, 그 곳에서 버티려면 공중곡예를 배워야 했다. 주연 곡예사 아스ㅡ리드의 반감을 받아가며, 노아는 서커스를 배운다. 처음에는 그 둘은 라이벌 관계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의지하고, 연대감을 쌓아간다. 둘 사이에 우정이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무너지고 견고해지는지 이야기가 벌어진다.

*

이야기의 전개를 읽고, 부모가 딸아이가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쫒아냈다는 것에 처음 놀랬고, 저자가 여자라는 사실에 두번째로 놀랬다. 딸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 그 정도로 가족에게 수치심을 주었다는 것인가? 얼마나 딸이 가족에게 아무런 존재가 아니면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엄동설한에 쫒아낼 수가 있는건가? 실제로 그런 가정이 존재는 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가족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고 자랐기 때문인가.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족이란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끈끈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소설의 배경이 세계 2차대전이고, 노아가 독일인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 비유하면 아마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의 아이를 임신한 것과 유사한 듯하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강제로 행해진 일이라면 힘이 되어주어야 할 부모가 딸을 쫒아내었다는 게 정말 말이 되지 않는다.

16살은 어른이 되었다기엔 너무 어리고, 그렇다고 아무런 판단도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그런 반항적인 사춘기적 나이에 속한다. 부모들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나무라기엔 내가 너무 편안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나의 무지때문에 명확한 주장을 하지는 못하겠다. 모성애와 부성애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최소한의 책임이 미치는 영역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하고. 자식이 자식을 낳을 정도의 나이가 된다면 더이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

서커스단에서 만난, 아스트리드는 유대인 서커스 가문 출신의 여성이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고 가족을 잃어버린 채 혼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노아와 닮았다고 한다.


"야드바셈기념관에서 자료 조사를 하다 접한 '이름 없는 아이들'과 유대인을 보호한 서커스단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부분에서 제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자기 이름도 알지 못하는 어린 나이에 부모 품에서 떨어져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어요. 그 아이들의 가족은 어떤 심정일지 궁금해졌지요.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그대로 모른 척할 수는 없었어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있다.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은 자기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할 줄 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글을 쓰는 사람과는 다르다. 그들은 그저 추측한 다양한 감정들을 두루뭉실하게 쓸 줄을 안다. 애매하게 만들기를 잘 한다. 그렇게 공감을 일으킨다. 결국 글자라는 수단을 통해서 전달이 되는 것이지만, 글이나 이야기나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만 글에는 상세한 감정이 담겨있고, 이야기에는 누군가의 상상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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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rror of War


"일단 책을 시작한 독자라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할 것이다. 아스트리드가 그랬던 것처럼, 노아가 그랬던 것처럼 12미터의 높이에 매달린 생명줄과도 같은 공중곡예를 매일 반복해야 할지라도. 누군가와 함께 하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결코 그 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2017년의 여름, 7월 4일의 새벽이었다. 그 날짜와 시간까지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은 나에게 생의 의미를 안겨주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끝마쳐가던 중, 뱃속에서 부그르르 하면서 가스가 온 몸으로 퍼지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위장장애를 달고 살던 나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복통에 시달려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엄마가 걱정하며 응급실에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한번 새벽에 응급실에 갔다가 엑스레이에 가스와 대변만 가득찼던 것을 보고 수치스러웠던 기억에 참겠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에 병원을 갔더니 난소에 종양이 터져버려 혈관을 뚫고 피가 새어나가 온몸에 피가 번져있다고 했다. 통영의 제일 큰 병원이었지만, 수술할 능력이 없다고 그 상태로 시외의 대학병원으로 갔다. 가스가 차서 몹시 고통스러웠고, 누워있으면 피가 역류해서 앉아있어야 했기에 더욱더 힘들었다. 몇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수술을 했다. 비명을 지르고, 고통에 겨워 몸을 뒤틀었고, 과호흡 상태로 숨쉬기가 힘들었다. 의료진들의 진정하라는 소리에도 진정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생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던 수면 마취를 했고, 깨어보니 6시간동안 잠을 자지 말라고 했다. 그처럼 눈이 감기고 힘든 6시간도 또 없었다. 여전히 몸의 가스가 가득차서 배는 아팠고 계속해서 울었다.

나는 그토록 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정말 생생하게 느꼈다. 살기 위해서 소리쳤고 발버둥치고 온몸을 비틀어짜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에서 숨을 쉬기 위해 산소를 끌어마셨지만, 온몸에 가득한 가스때문에 삼킬 수가 없었다. 의미없는 삼키기와 내뱉기.

*

다낭성난소증후군, 난포를 생산할 수 있는 정상적인 난소와는 달리, 낭종이 자라나는 난소를 갖는 질병이다. 딱히 명확한 발병 원인은 없으나, 5-10%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내분비 질환이다.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로 난포를 키우는 호르몬의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호르몬의 불균형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인슐린이란 것은 근육에 포도당이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호르몬을 말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가 되는데, 음식을 너무 자주 먹거나 많이 먹거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슐린이 작용을 멈추게 되는 현상을 인슐린 저항이라고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근육에 포도당이 흡수되지 못하고, 혈액에 떠돌게 되어 지방간을 형성하거나 당뇨가 되어 오줌으로 당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호르몬이랑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당뇨는 당을 흡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에 저장된 근육에서 단백질을, 지방에서 지방을 빼내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호르몬 대사증후군에 걸릴 확률도 높다. 외국에서는 이를 비만때문이라고 정의하는데, 내가 봤을 땐 개인적인 생각으로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 인슐린에 고장이 난 상태인 듯하다. 호르몬 대사와 질병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나라서 이 정도까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마치겠다.

어쨌든, 자궁 근종을 제거하거나, 난소에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선 복강경 수술을 했는데 다른 정상환자들과 다르게 내가 너무 심하게 아팠던 것은 종양이 터진 상태로 온몸에 피가 있어서는 안되는 곳에 오랫동안 피가 고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온몸의 장기에 영향을 주어 가스의 형태로 남아있었다.

하루하루 삶에 적응하기 위해 과제가 주어졌다. 어떤 날은 방귀를 껴야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입술이 타오르고 혀가 갈라져서 엄마가 물티슈로 입술과 혀를 적셔주었다. 그 과제를 이겨내고 나니 어떤 하루는 오줌을 눠야 했다. 밑에 부분에 아예 감각이란 것이 사라져서 그 쉬운 배설 행위가 왜 그렇게 어려웠던지. 하루종일 걷고 걸으며 감각을 찾아갔다. 성공했더니 다음날은 대변을 봐야 했다. 그 전까지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나올 것도 없고, 감각도 없는데 매일 뭔가를 해야 하니 내 능력이 도저히 안되는 일을 해야만 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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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나는 요즘도 매일을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12미터의 공중곡예처럼 물리적으로 위협적인 일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내가 그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마 나 말고도 누구도 그럴 것이다. 자신의 하루를 의심하고, 살아온 길을 의심하고, 앞으로 놓여진 길을 의심할 것이다.

삶이란 것은 원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들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거기에 자기가 의미를 갖다붙일 수 있는 거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그러지 않으면 너무 견디기 힘들 것 같아서라고 말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그래야 삶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 늘 궁금해했었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대충 살아가도, 아무 의미없이 핸드폰만 보며 뒹굴어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자격증 공부를 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고, 내 진로에 도대체 어떤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고들 말하는 이 글쓰기를 해도 괜찮았다. 그 힘든 운동을 굳이 매일 하지 않아도 되며, 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먹고 싶은 음식쯤 마음껏 질릴때까지 먹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의미가 없다면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살아간다. 결국 정말 중요한 것은 남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아니라, 나였다. 정말로 나만 신경쓰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나만의 글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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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이야기
- The Orphan's Tale -


지은이 : 팜 제노프(Pam Jenoff)

옮긴이 : 정윤희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소설 / 외국소설 / 미국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504쪽

발행일
2018년 11월 12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965176-0-1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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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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