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펙트럼> 어두워도 빛이라는 것 [도서]

글 입력 2019.01.1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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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에 흥미를 잃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타인의 삶에서 교훈을 얻는 것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것이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이미 기존의 독자가 잘못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치부한 다음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한다. 거의 삶의 방식을 주입하는 모양새다. 무언가를 더 나은 방향으로 ‘계발’하려면 그것이 무엇인지, 계발할 만한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기계발서는 독자가 그 자체로 계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자기계발서가 그 사실을 놓치고 있다. 대신해서 자존감을 높여주고 위로하는 ‘힐링’ 도서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개개인의 스펙트럼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 아닌가 싶다. <스펙트럼>은 자서전의 형식에 가깝지만, 독자의 삶의 방향을 질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의 가치를 완벽하게 성취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열의 개념 없이, 각자 다른 파장을 갖고 다른 빛을 쏠 수 있는 존재임을 나타내는 ‘스펙트럼’이라는 비유는 인간 존재를 정의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은유이다. <스펙트럼>은 독자를 한없이 드높이거나 북돋아 주기보다 자아를 깎고 제련하며 훈련하는 과정이 오히려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래도 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성장통처럼 찾아오는 고민과 혼란의 과정이 ‘겪어도 될 것’이라고 하며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자들의 강인함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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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저자 이보균 회장이 고안해 낸 ‘스펙트럼’ 모델은 Self-awareness(성찰), Perspective(관점), Engagement(몰입), Connect(연결), Trust(신뢰), Respect(존중), Unleash(도전), Make&Measure(성취)의 8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모델로, 경영의 과정에서 느낀 바를 토대로 고안한 것이지만 삶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은 스펙트럼 8요소를 고안하게 된 배경과 8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스펙트럼 모델을 삶과 경영에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한 후 삶의 주기에 따른 스펙트럼의 적용에 대해 통찰한다.

여덟 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모델의 특징 중 하나는 ‘자기계발’ 안에 나와 타인 양자가 모두 깃들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간혹 자존감을 북돋아 주는 과정에서 타인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아가 필연적으로 타인의 영향을 받는 존재임을 이 책은 강조한다. 스펙트럼 모델의 8요소는 SPE-CTR-UM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지기도 하는데, SPE 영역은 자아의 내밀한 성찰, CTR 영역은 타인과의 관계, UM 영역은 내외로 훈련한 시너지를 고양시키는 것을 중점으로 한다. 세 영역이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모델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존재로서 함께인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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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존재의 관계를 정의한 부분에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스펙트럼 모델에서 소유와 존재의 관계는 성찰 요소를 시작으로 전체 요소를 관통하는데,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혹은 가지지 못했는지에 대한 소유의 정도에 따라 존재를 결정하지 말자는 것이 요지이다. 필자는 사실 자아를 소유의 정도로 재단하는 버릇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중에 지위에서 내려오는 과정을 거듭하는 인생에서 소유는 작아지나 존재는 커진다는 논지가 큰 위로가 되었다. 소유에 대한 과도한 예찬과 자기연민이 가득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스펙트럼으로 큰 소유가 아닌 큰 존재가 되리라고 다짐한다.

열등감을 새롭게 정의한 대목도 깊이 와닿았다. 관점 요소에서 등장하는 논지인데, 열등감이 무조건 뿌리 뽑아 없애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열등감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에 또다시 좌절을 거듭하는 사람이 많다. 열등감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치환 불가능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나보다 계단의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보며 치열한 노력과 건강한 경쟁을 지속하다, 소유를 넘어선 존재의 가치를 터득하고 결국에는 계단에서 내려와 새로운 지평에 서는 나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 역시 소유가 아닌 존재로서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통해 삶을 통찰했을 때에 관점이 새롭게 전환되면서 얻어질 수 있는 결실이다.

소유와 존재에 대한 타인의 정의도 인상 깊다. 자아를 성찰했을 때와 같이 타인 역시 존재로서 바라보자는 것인데, ‘존재로서 공통점이 더 많은 우리’라는 문장이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쉬이 품지 않고 경계하는 습관이 타인의 영역을 존중해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타인을 존재가 아닌 소유로 바라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유의 정도에 따라서는 천차만별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 우리이지만, 존재로서는 공통점이 더 많은 우리이다. 그 성질은 다르지만,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일한 ‘존재로서의 우리’를 바라본다.



어두워도 빛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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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모델은 시종 과정의 소중함을 피력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소중하다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어찌 보면 ‘뻔한 격언’과도 같다. 그러나 막상 우리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고민과 혼란을 두려워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지의 세계’라고 은유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저자는 상대방을 ‘미지의 세계’로 인정하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세계도 그렇게 정의될 수 있으리라 본다. 알 수 없지만, 흐릿하고 어둡지만, 하나의 ‘세계’라는 것이다. 어두워도 빛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더욱더 드넓은 세상에서 뛰놀 수 있다.

현대 사회를 정의하자면, ‘무기력’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 수 있을 정도로 사회 전체가 탄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기력하게 남아있기에 아까운 존재들이다. 계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신기루가 아닌 바깥의 빛을 꿈꾸며 각자의 걸음으로 터널을 지날 수 있다. 각자가 지나는 터널이 어떤 모양이든, 걸음의 속도가 어떻든 그 모든 여정이 지지받는 사회를 꿈꾼다. 모든 스펙트럼이 환하게 빛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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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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