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글 입력 2019.01.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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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는 다이나믹했던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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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이자 다른 해의 시작인 1월입니다. 다들 2018년을 돌아보고 2019년 계획을 세우니 나도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1월. 그래서 생각해봤더니 작년은 정말 다이나믹한 한 해였습니다. 생애 처음 배워본 것들이 많았고, 생애 첫 장기여행이자 첫 유럽여행을 갔고, 생애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크게 싸웠고, 생애 처음 알바를 해봤고(!), 생애 처음 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졸업을 하게 되었고, 정말 셀 수 없는 ‘처음’이 많았습니다. 원래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2017년의 나와 2018년의 나는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2018년은 굵직한 일이 많았던 해였습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소소한 일상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분명 힘든 하루 끝에 맛있는 저녁을 먹어서 기분이 좋았던 날도 있었을 것이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음 맞는 누군가와 수다만 떨어도 좋았던 날이 있었을 겁니다. 너무 일이 안 풀려서 그냥 길거리에서 주저앉아 울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술을 위장에 때려 박다시피 하고 다음 날 늦은 오후에 먹는 라면이 너무 맛있어서 행복하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일상은 정말 애써 생각해내야 합니다. 너무 큰 일들이 소소한 일상으로 가는 기억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에도 계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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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의 작년같은 일 년이 일반적인 것은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의 보통날은 정말 보통입니다. 저 역시 2018년 이전의 2017년, 2016년, 2015년에는 딱히 이렇다 할 큰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학생은 거의 365일 공부해야 하고 직장인은(특히 우리나라 직장인은) 거의 365일 돈을 벌어야 하니, 어쩌다 자투리 시간이 남는다고 해도 의욕 상실, 저질 체력, 더 저질인 지갑 사정 등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도 없습니다. 그나마 대학생 때가 가장 자유로운 순간이죠. 정말, 세상에서 제일 자유롭고 제일 행복할 수 있는 시절입니다. 어쨌든 살다 보니 반짝반짝 빛났던 나도 결국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열심히 돌아가는 회색 톱니바퀴 하나였구나,를 깨닫게 되는 비참한 현실입니다.

 

친구가 그랬습니다. “야, 너는 진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재밌게 사는 것 같아서 부럽다.” 물론 아닙니다. 하고 싶은 걸 정말 다 하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보이는 사람은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실천할 뿐입니다. 저 역시 실행력이 조금 좋은 편인 것 뿐입니다. 그런데 친구가 불평하는 ‘큰 일 하나 없는 보통날’이 정말 우울하고 비참한 일상이기만 할까요?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처럼 뭔가 새롭고 재밌어 보이는 것에 도전하면 그만큼 잃을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면, 인생 목표였던 유럽여행을 다녀오느라 목표 회사의 여름 인턴직에 지원조차 하지 않았고, 좋은 직장을 그만뒀으며, 소중한 친구와 아주 크게 싸웠고, 휴대폰을 잃어버려 안에 있던 모든 사진과 데이터가 날아갔으며, 여행 직후 몇 달 동안 세상 거지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물론 여행을 다녀온 덕분에 좋은 추억, 여행지 정보, 새로운 경험, 예쁜 사진 등 얻은 것도 굉장히 많지만요.

 

어쨌든 모험을 좋아하는 편인 저는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소소한 일상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생각나는 굵직한 일들을 굵직하게 만든 건 굵직하지 않았던 일상의 소소함이니까요. 모든 것은 상대적입니다. 요즘 빠져 있는 <스카이 캐슬> 예를 들자면 서준이가 눈을 맞으며 아주 순수한 얼굴로 ‘엘사 공주가 마법을 부렸나봐요’ 하는 모습이 더 깨끗하고 빛나 보이는 이유는 인성 파탄 난 아갈미향, 차파국, 노콘준상이 주변에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요? 그렇다고 일부러 나쁜 일을 만들어서 나쁘지 않은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타샤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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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타샤의 계절』에는 정말 소소하다 못해 너무 소박한 일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글귀 한 장, 그림 한 장 구성의 그림책은 따뜻한 분위기가 흘러 넘치는 그림체로 어른이 읽어도 ‘힐링 도서’라고 손꼽을 만한 책입니다.


타샤 가족이 함께 했던 사계절은 정말 별 일이 없었음에도 괜히 엄빠미소가 지어지는 일상입니다. 그림 한 장인데 글로 가득한 한 장을 읽을 때보다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게 되는 그런 책입니다. 일상이 재미없게 느껴질 때,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에 지칠 때, 혹은 일상의 소중함이 그리울 때, 많이 지칠 때 읽어보면 좋은 『타샤의 계절』이었습니다.



"바로 오늘이 생애 가장 기쁜 날이니, 기쁨을 맛껏 누리길."

- 타샤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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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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