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분 좋은 영화를 만나다. [영화]

글 입력 2019.01.1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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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을 보았다. 실화기반, 흑인과 백인의 우정을 다뤘다는 사전지식 때문인지 '따뜻한 감동이야기' 정도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의 전부였다. 소위 말하는 킬링타임용으로 130분 동안 마음 놓고 편히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상영 내내 거침없이 올라가는 입꼬리 덕에 쉴 수가 없었다.

나처럼 미소 지을 그대를 위하여 이 기분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 <그린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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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을까. 영화는 뒷맛을 남기기 마련이다. 엔딩클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느끼는 감정으로는 통쾌함, 아련함, 찝찝함 등 다양하다. 어떤 경우는 영화관을 나서 집으로 돌아와도, 다음 날이 밝아도 그 뒷맛은 여운을 남긴다.
 
보통은 기억에 남을 어떤 장면, 대사 혹은 전반적인 스토리로 그 맛을 기억하지만, 영화 그린북은 조금 달랐다. 왜인지 모르는 좋은 기분으로만 그 영화를 기억한다. 그냥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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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북은 서로 다른 두 남자의 로드무비이다. 인종도 성격도 직업도 상반된 두 남자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린북의 예고편을 처음 보았을 때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1%의우정>이 먼저 떠올랐다. 흑인과 백인, 청년과 노인, 서민과 부자, 비장애인과 장애인 등 극과 극의 두 남자가 친구가 되는 그 영화 또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영화 언터처블에서 서민과 부자,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간극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 반면, 영화 그린북에서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인종차별 문제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그린북이란 흑인 전용 가이드북으로, 유색인종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나 숙소 정보가 실린 책자를 말한다. 영화 내내 셜리 박사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갖은 차별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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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거운 주제 속에서도 기분 좋게 관람을 마친 까닭은, 주인공들의 피부 색깔만큼이나 확연히 달라진 인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크린 속 그 당시에 당연하다고 여겼을 인종차별이 그걸 바라보는 우리에게는 비난받는 대상이 되었다. 지금을 사는 우리이기에 이 영화를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밖에도 위스키를 내려놓은 흑인 연주자의 쇼팽이라든지, 백인사회에도 물들지 못하고 흑인사회에도 이질적이며 남자로서도 인정받지 못한 주인공의 외로운 절규라든지, 영화가 품은 이야기는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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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쉽게 행복을 느끼는 편이다. 출근길에 까치를 만난다거나, 달빛이 유독 밝다거나 하는 소소한 이유로도 쉽게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기에 절로 웃음이 나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한다. 기분 좋은 소소함이 모여 커다란 행복이 된다.

언제부턴가 하루키가 말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유행을 끌었다. 작은 행복이 가지는 힘을 많은 사람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단지 영화 한 편으로도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영화<그린북>이 당신을 웃음 짓게 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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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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