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P 사진전 :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 박제된 이야기들

글 입력 2019.01.1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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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0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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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다시 올라와서 처음 만난 전시다.

생각해보면 요즘에 미술 전시(특히 현대미술전시)를

간 적이 많이 없어서

다소 들뜬 마음으로 방문했다.



AP 사진전

AP Photo Exhibition

: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일시: 2018.12.29 ~ 2019.03.03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주최: ㈜메이크로드, 동아일보사




사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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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 부른다. 한 순간의 광경을 영원히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 그리고 그 도구가 그림을 방식은 빛을 이용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빛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사진이란 시시각각 변화하는 순간의 흐름을 귀신같은 감각으로 잡아채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다. 몇 안 되지만 이때까지 내가 만났던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은 크게 두부류였다. 과학적으로 접근하거나, 감각적으로 접근하거나. 어떤 것이 딱 정답이라 할 수는 없으나 사진이 가지는 그 입체성 만은 명확했다. 한 가지 방식이 아닌 여러 방식으로 사진은 순간 순간을 프레임에 가둔다.

'보도사진'은 보통 사건의 중대함과 긴급함, 객관적인 시선을 다룬다. 하지만 이번 AP 통신의 사진전은 단순한 보도 사진을 넘어 미적인 가치를 포함한 예술적인 면모를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이것이 예술을 위한 사진인지, 보도를 위한 사진인지 고개를 갸우뚱 할만큼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이 있다. 사진의 입체적인 방식은 객관성과 주관성이라는 상반된 명제 아래서 양쪽에 걸친 입체성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언어의 공간, 그 속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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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루로 흘러가

내게 남긴 온도

네가 들려준 소리들



이 전시는 분명 사진전이지만, 언어가 가지는 울림이 아주 커다란 전시이기도 하다. 위의 세 구절은 전시의 메인 키워드다.


섹션 1 '너의 하루로 흘러가'에서 카메라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일상 속에 침투한다. 하루 하루 단순한 일상의 반복이지만 닿지 않는 어딘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하루 하루는 내가 마주하고 있는 하루와는 아주 다른 색다름을 연출한다. 안쓰럽고 불안한 상황에서의 하루, 충만하고 빛나는 날의 하루, 서로 다른 형태의 하루를 담아낸 이미지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었다.


언어로 만들어진 상상의 공간을 이미지가 채웠고 그 공명은 깊은 울림을 준다. (실제로 전시장 곳곳의 글귀들은 그 문장만으로 감탄을 자아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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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2 내게 남긴 온도는 섹션 3가 더불어 가장 좋았던 파트다. 이 섹션에서 카메라가 당시에 느꼈던 피사체의 온도를 이미지에 그대로 담았다. 아름다워보이는 장면에 숨겨진 비극, 혹은 포근한 감정은 렌즈를 통해, 작가의 눈을 통해, 카메라를 통해 다시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섹션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그 여운이 깊다. 정말로 피사체가 남긴 마음의 온도를 관람객들에게 옮겨다 놓듯 따뜻하거나 서늘한 기운이 모든 사진을 웃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 분위기를 따뜻하다. 서늘함은 비극적인 사진에서 조차 아름다움을 느끼는 섬뜩한 인간의 본능을 마주할 때 가끔 깨닫는다. 비극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건 사람들에게 장점일까, 단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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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3 네가 들려준 소리들은 순간의 온도 뿐 아니라 조금 더 생생한 어떤 것들을 포착한 작품들의 공간이다. 섹션 2에서 사진들이 전해준 온도가 마음을 멜랑꼴리하게 했다면 섹션 3에선 조금더 활발한 사람들의 움직임과 그 소리, 활발한 에너지를 담아낸다.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곧 변해갈 듯한 사진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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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공간배치와 테마의 통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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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곡예사 필리프 프티1 / Philippe Petit

Alan Welner / 1974년



앞의 세 섹션을 제외하고 나머지 섹션도 3개로 구성되어 있으나 3부 이후부터는 약간 통일성이 없어 산만한 느낌을 받았다. 섹션 4는 'AP와 함께한 순간'으로 AP통신의 아카이브 중 매우 히스토릭한, 누구나 다 아는 그런 사진들을 전시했다. 픽셀로 보던 사진들을 아날로그로 보는 느낌은 좋았으나 갑자기 튀어나온 이 구성에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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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이라고 소개되었던 섹션6 북한전은 더 했다. (관람 동선은 북한전이 5번째인데 왜 섹션이 6인지 모르겠다, 섹션4-섹션6-섹션5인 셈이다) 사진들은 사실 모두 좋았다. 북한의 일상을 담아낸 사진들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이었고 그래서 더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했다.

독일 베를린에 여행을 갔을 때 보았던 체크포인트찰리를 떠올리는 사진부터 행군하는 군인들, 장교들의 시선이 내 시선을 따라다녔다. 뭐라고 부르기 애매한 감정이 느껴졌다. 통일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을, 한번쯤 통일에 대해 생각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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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배치되어 있던 섹션5 기자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퓰리처상 수상작들에서 많이 보는 보도 사진의 메뉴얼처럼 여겨지는 사진부터 독특한 사진들을 묶어놓았다. 바닥에 캡션을 두는 것도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다른 섹션들과 달리 갑자기 너무 많은 사진들이 덮쳐와서 약간 당황했다. 개인적으론 섹션 1~3의 공간을 좀 줄이고 여기를 늘려도 좋았을 듯하다. 작품의 수는 앞의 테마에 비해 월등히 많은데 공간이 제한적이다보니 감흥이 조금 떨어졌다. 절대 그럴 사진들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감정의 일렁임도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던 전시다. 전시 팜플렛부터 각 섹션에 대한 설명까지 전시를 전달하는 언어는 아름답다. 글을 어떻게 이렇게 잘 쓸까 감탄을 하면서 뒤돌면 그 글로 인한 허구의 공간을 채워주는 이미지가 존재한다. 다만 작품 수가 적은 것, 약간 애매했던 도슨트(개인적으로 오디오 가이드 추천), 캡션의 배치는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일렁이는 감정의 움직임을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미디어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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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나오지 해가 뉘엿뉘엿지고 있었다. 한껏 감정이 센치해진 상태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니 더 센치해졌다.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본 영상에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묻는 질문이 나왔다. AP통신은 스토리를 찾아낸다고 했다. 세계 곳곳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것을 공론화시키고, 부조리한 것은 바로잡고, 칭찬받아 마땅할 것은 칭찬받게 만드는 일. 그 첫걸음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그 사람의 조건과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 그 언론의 자유를 만드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겠구나 싶었다.

Story for Everything. 좋은 말이다. 그런 언론을 만들 의무, 그런 언론을 이용할 자유에 대해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 밤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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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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