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성숙한 어른들의 대환장파티 [공연]

뮤지컬 <6시 퇴근> 프리뷰
글 입력 2019.01.17 23: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밴드컬러 단체_임준혁_리사이즈_800px.jpg
 

제과회사 애프터눈의 홍보 2팀,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던 이들에게 막무가내로 특명이 내려진다.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잊혀져 가는 상품인 '가을달빵'의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팀을 해체하겠다고 통보한 것. 고뇌에 빠진 홍보 2팀은 회의 끝에 직장인 밴드 '6시퇴근'을 만들어 직접 홍보에 나서기로 하는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재수 없게 굴었다.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팀을 해체한다니. 사람의 생존권을 갖고 장난질을 하는 것인가. 재수 없다.

헌데 여기서 웃긴 건 이 팀의 반응이다. 홍보를 위해 밴드를 만들었는데 그 밴드 이름이 하필이면 ‘6시 퇴근’이다. ‘니들이 우리에게 되도 않는 걸 요구하니 우리도 니들에게 되도 않는 걸 요구하겠다.^^’ 이 말 아닌가. 그야말로 통쾌하면서도 귀여운 복수가 아닐 수 없다.


IMG_5177.jpg
 

참고 또 참으며 그저 하루를 살아내기 바쁜 삶이지만, 누구에게나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었다. 그저 지나가는 하루가 아닌 쌓여가는 하루를 살고 싶다고. 단순히 하루하루 버텨내기 바쁜 일상이 아닌,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가고 싶은 필자의 마음이 깊게 와 닿았다. 해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문장이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어제와 오늘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즉 나는 어제 찾아낸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오늘부터 노력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나름 흘려보내는 하루가 아닌 쌓여가는 하루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매일이 달랐고, 어제보다 오늘이 분명 더 나았다.

헌데 요즘은 하루를 그저 흘려보낸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아무래도 바쁨에 허덕이기 때문인 듯하다. 별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바쁘다. 어떨 때는 많이 한 것 같다가도 또 어떨 때는 한 게 없는 것 같다. 일상이 단조롭기 때문일까. 현실이 부담되기 때문일까. 별 일 없이 잔잔한 일상이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일까. 아, 혹시 ‘열정’의 불꽃이 사라들었기 때문일까.


열정: [명]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갖고 열중하는 마음.


사회에서 ‘열정’은 긍정적인 단어로 통용된다. 특히나 일에 대한 열정은 말이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갖고 열중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은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여겨지기에 모든 청춘들은 면접장에서 열정 충만을 외쳐댄다. 심지어 내 알바 지원서에도 ‘안녕하십니까,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청춘, 박민재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참 파이팅 넘치지 않을 수 없다.


IMG_5259.jpg
 

하지만 내가 어느 순간 깨달은 사실은 굳이 일에 애정을 갖지 않은 사람도 애정을 가진 사람 못지않게 바쁘게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에서 오는 즐거움이 딱히 없더라도 미친 듯이 바쁘게 보내는 삶은 존재할 수 있었다.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 안에서 하나의 부품으로 기능하면서 어쩌다 보니 바빠진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던 것이다.

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큰 즐거움이 없는데도 그 일을 계속해서 해내는 인내가 진정한 어른다움이라고 느껴진다. ‘열정’과 ‘열심’ 사이에는 그 어떤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뮤지컬 <6시 퇴근>은 ‘나’를 잊고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꿈을 담은 뮤지컬이다. 직장인 밴드를 만들어 직접 홍보에 나서면서 가슴 속 깊이 담아두었던 꿈을 하나 둘 꺼내어본다.


밴드컬러 단체_고유진_리사이즈_800px.jpg

 
* 등장인물

- 한때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던 소심남, 비정규직 사원인 장보고
- 여행 작가를 꿈꾸며 일도 사랑도 똑부러지게 하는 사원 최다연
- 냉소적인 성격, 이성적인 완벽주의자 윤지석 대리
- 밝고 사랑스러운 막내, 인턴 고은호
- 락밴드의 꿈을 마음속에 간직한 딸 쌍둥이 아빠 안성준 대리
-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 워킹맘 서영미 주임
- 회사생활 20년차 외로운 기러기아빠 과장 노주연


다른 꿈을 내면에 품고 있는 몇몇 캐릭터들을 토대로 감히 예상해보자면, 밴드 ‘6시 퇴근’의 멤버들은 열정은 없어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 듯하다. 해서 난 이 멤버들이 꽤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들이야말로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내는 성숙한 어른이랄까. 아, 커튼콜은 무려 20분 동안 진행된다고 하던데. 그것도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라고 하던데. 그럼 성숙한 어른들이 벌이는 대환장 파티인건가. 아무래도 이 밴드, 정말 매력 있는 듯하다.





377bcabfd3e8b28c8fa0e24720090366_uui8DuUbOZg (1).jpg


 
박민재.jpg
 

[박민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