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평등하다 <동물농장> [문학]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거짓말
글 입력 2019.01.1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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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이 책을 읽고 받은 느낌은 일종의 찝찝함을 느꼈다. 동물들은 자유를 위해 투쟁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억압뿐이고, 그들이 꿈꾸던 찬란한 미래는 없고, 투쟁의 결과가 처참함뿐이었다. 이번에 또다시 이 책을 읽었다. 예전에 읽어서 기억나는 건 독재자가 나폴레옹이라는 것뿐, 처음 읽는 느낌으로 이 책을 펼쳤다.

 

존즈씨의 농장에서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동물농장으로 이름을 바꾼다. 인간들의 돌봄을 부정하고, 오직 자신들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스스로 존재한다는 자유로움까지 느끼고 있다. 그들에게 자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유는 독재로 바뀐다. 글을 깨우치고, 똑똑한 일명 ‘엘리트’ 돼지들이 동물들을 이끌면서 자유는 독재로 바뀌고, 동물농장의 비극은 시작된다. 

 

*

 

엘리트라 불리는 돼지들이 동물주의라는 이름 아래 다른 동물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 좋고, 맛있는 음식들은 머리를 써야하니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편한 잠자리에서 잘 수 있는 특권, 그리고 자기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난다.

 

처음에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가치를 가지고 몇가지 원칙을 내세운다.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이런 원칙을 내세우지만,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교묘히 원칙을 바꾼다.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깔고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도 너무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7계명을 지우고 단 하나의 원칙만을 벽에 걸어놓았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동물들도 인간을 닮아있다. 모든 일에 열심인 복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 몰리, 냉소적이었던 벤자민 등등에서도 우리 모습이 투영되어있다. 복서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침 일찍부터 늦은 밤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복서를 보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었다. 저렇게 열심히 하면 사회가 나아질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가 일을 열심히 한 의도는 자신이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스스로 인간이 아닌 동물, 즉 자신을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오히려 복서는 착취당했다. 늙고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때 도살장으로 팔려나가게 되는 비극을 맞이했다. 복서 같은 경우를 지도자 입장에서, 또는 독재가 입장에서 선호할만한 유형이다. 의심하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내가 봤을 때 가장 안타까운 인물이다.

 

소설에서 철없는 인물로 묘사되는 몰리. 존즈씨를 농장에서 물리친 후 열심히 일하지 않고, 게으름을 부리다 결국 농장을 뛰쳐 나와 인간에게 다시 돌아갔다. 소설을 읽으면서 철없다고 느꼈는데, 노예처럼 일하면서 자기를 위해 정신 승리하는 다른 동물보다는 용기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나와 가장 많이 닮아있는 벤자민. 어떤 일에도 무신경하고,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무심한 태도를 가졌다. 소설에서는 벤자민을 이렇게 묘사한다.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은 유일한 동물은 벤자민이었다. 그는 식량이 풍부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풍차가 노동을 줄일 것이라는 주장도 믿지 않았다. 풍차가 있건 없건 삶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나쁘게 굴러갈 것이라 그는 말했다. (49p)” 글을 읽을 수 있었지만, 결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의 무관심 결과는 비참했다. 복서가 도살장으로 끌려갈 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늦은 것이다.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던 아무 상관하지 않던 나. 정권이 바뀌던, 지도자가 바뀌던 새롭게 바뀌려는 시도에 냉소적인 시선만 던지는 나였기에 저자가 던진 날카로운 비판에 뜨끔거렸다.

 

*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소련 스탈린 시대를 배경으로, 그의 독재를 우화로 풍자하는 소설이다. 단순하게 일대일로 대입하자면, [나폴레옹 - 스탈린 / 스노볼 - 트로츠키 / 복서 - 프롤레타리아트]를 의미한다. 그런데도 이 책이 계속 읽히는 이유는 소련 독재를 넘어 권력이 있는 곳 어디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지금에도 한쪽이 권력을 독점하거나, 견제하지 않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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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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